진짜 고양이와의 실감나는 동거!

고양이와 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등록 2007.02.27 07:45수정 2007.04.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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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테리 프래쳇, <순수고양이> 표지

테리 프래쳇, <순수고양이> 표지 ⓒ 채움

우리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고양이 마니아들의 온라인 모임이 꾸려지는가 하면 고양이 전문 쇼핑몰과 고양이를 모델로 한 사진과 인형,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고양이 책이 나왔다. 영국에서 해리포터 다음 가는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판타지 장편 <디스크 월드>의 작가 테리 프래쳇이 쓴 <순수 고양이>가 그것이다.


<순수 고양이>는 고양이 육아법에 대한 지침서는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해야 털이 좀더 부드러운 윤기를 띠며, 얌전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지, 배변 훈련은 어떻게 시키는지 이런 것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고 <순수 고양이>를 펼친다면 큰 오산이다. 고양이 유행을 타고 만들어진 '애완 고양이'는 <순수 고양이>가 가장 배격하는, 의심스런 고양이다.

진정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위트와 풍자로 '진짜 고양이'를 그린다. 그에 따르면 광고 카피에 따라 점잔빼는 표정을 짓는 고양이들은 '모욕적이며' '순도에 의심이' 가는 고양이다.

진짜 고양이라면 '여하튼 가장 값비싼 먹이로 다가가 스튜디오 바닥에 사발을 뒤집어 없고, 카메라맨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그런 다음에는 뉴스 해설자의 책상 뒤에 처박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말썽꾸러기 '진짜 고양이'와 사람과의 공생은 핑크빛인가? 테리 프래쳇은 마지막 장 '진짜 고양이의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예언하고 있다.

가르릉거리는 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면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라는 의미다. (중략) 여러분은 진짜 고양이의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진짜 고양이들은 여러분이 배신을 당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여러분의 인정을 받아갈 것이다.(168쪽)

진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괴수네>


한편 '괴수'라고 알려진 고양이를 사랑하며, 편견을 없애고, 진짜 고양이와 사람과의 행복한 동거를 위해 노력하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 바로 최교순(28)씨가 2001년 12월 26일 개설하여 현재 회원수 4만 9000여명에 달하는 애묘인들의 커뮤니티 괴수고양이(http://lovecat.cyworld.com)(이하 괴수네)다.

'불쌍한 냐옹이가 나오지 않게끔' 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고, 고양이 입양과 탁묘(장기간 외출시 다른 애묘인에게 고양이를 맡기는 일), 보묘(기간이 긴 탁묘)활동을 벌이는 것이 괴수고양이 커뮤니티 활동의 목적이자 내용이다. 이들은 특히 산묘제한 캠페인과 입양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보고자 했던 것인데, 고양이에게 강제 출산을 시켜서 새끼 고양이를 팔아 이익을 챙기고, 무책임하게 생명을 버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의식도 자연스럽게 싹텄다.

고양이 입양란에 "걔 얼마예요?", "OO원에 사왔어요"이런 글이 뜨면 이들은 순간 '열받는다.'

"우리는 마니아입니다. 용어에 민감하죠.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는 표현에는 '님, 개념은 어디로?'라는 답글을 달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판매가격'은 '입양비'나 '책임비'라고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괴수고양이의 부운영이자, '아키'라는 고양이의 엄마 최선영(22)씨가 하는 말이다. '미카엘'이라는 고양이의 엄마이자, 또다른 회원 이민환(26)씨는 "애완묘가 아니라 반려묘나 동거묘라고 부르고 있어요. 애완의 완이라는 글자는 장난감이라는 뜻이잖아요"라고 '친구 같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산묘제한은 고양이가 잦은 임신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재임신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새끼를 출산한지 1년 미만에 다시 임신을 하면 그건 마치 '미성년자가 임신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들은 고양이 출산을 2회까지만 허용하고, 1년 동안은 재출산을 하지 못하는 '산묘제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종있는 애들은, 사실 상업적 교배로 새끼 한 마리당 20만원 정도 받으니까요. 우리도 사람인데, 아무리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현금이 들어오면 욕심이 날 때가 있어요. 몇 번 팔면 100만원이 들어오니까. 그걸 너무 잘아니까. 그래서 더더욱 산묘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입양에 관한 몇 가지 원칙, '고양이, 알고 키우는 거죠?'

a 김현창씨의 동거묘가 다른 회원의 손에 안겨 있다.

김현창씨의 동거묘가 다른 회원의 손에 안겨 있다. ⓒ 김홍주선

부운영자 강보현(31)씨는 1년 반 전에 길에서 떠도는 8개월 된 성묘이자 임신 중이었던 코숏 종('코리안 숏헤어'의 준말로 일명 도둑고양이를 가리킨다)을 '임시보호'하기 시작했다. 그 후 고양이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를 입양 보냈다가 '파양'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양이 세 마리가 차츰차츰 강보현씨 집에 눌러앉았고, 이제는 행복하게 동거 중이다. 보현씨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데, 다행히도 예비신랑은 예전에 강아지를 키워보았던 사람이라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괴수네> 운영진과 회원들은 커뮤니티의 '입양란'을 눈에 불을 키고 감독한다. 이들은 입양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여러 마리를 입양시킬 경우 한 마리는 자신이 맡아서 키운다. 최소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낳은 새끼라면 한 마리는 맡아서 키워야한다는 이유다.

둘째, 입양 관련 글을 올릴 때에는 부모 고양이의 정보와 새끼 고양이의 정보 등을 꼼꼼하게 적는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파양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한번 입양되었던 고양이가 파양이 되면 큰 상처를 받는다. 개묘차(고양이 개개인의 개성을 가리키는 매니아들의 용어)가 형성되는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고양이는 아끼는 물건을 깨뜨리기도 하고, 사시사철 '나날이' 털갈이를 한다. 극히 미미한 확률이지만 여성들이 고양이를 키울 경우 고양이 기생충-임신시 이에 감염되면 기형아 출생 확률도 있다. 야행성인 고양이는 낮에 16~18시간을 자고 사람이 자는 밤에 깨어서 애묘인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최선영씨는 "엄마 잠 좀 자자"라며 고양이들을 재우느라 애먹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고양이의 실제 속성을 잘 알고,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에게 입양시키기 위해 이들은 '까다로운 입양 절차 원칙'을 고수한다.

"한번은 고양이를 입양한 뒤, 배우자가 반대해서 그 고양이를 베란다에 가둬 키운 일이 있었어요. 이 고양이가 발정기를 맞았는데 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려 하반신 불구가 되는 등의 일이 있기도 했죠."

<괴수네>에는 '대못사건' 등 고양이에 얽힌 각종 사건사고들에 관한 소식도 활발하게 전해진다. 새끼 고양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입양 활동을 하던 회원이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콜센터에 근무중인 강보현씨는 고양이를 택배로 수송하려 의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았다. 다음 까페의 고양이 커뮤니티 <냥이네> 등과도 교류가 있어서, 불량회원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도 했다. 강보현씨는 이렇게 당부한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가족들의 이해도 구하고, 생명 하나를 책임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고양이와 동거하는데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고양이의 '발정기'.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울음소리로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고양이도 발정 스트레스로 얼굴이 반쪽이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이 일반화되어있다.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암컷 자궁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발정이 많이 나면 수명이 단축되기도 한다.

이른바 '한강맨션 고양이 사건'(고양이를 아파트 단지 지하에 집단으로 가두어 몰살하려 했던 사건)이 있었던 용산구에서는, 고양이 혐오 범죄를 줄이고 '길냥이'가 사람과 공존하기 위한 처분을 받았다는 뜻으로 고양이의 귀 끝을 잘라서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는 '표시'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성화 수술은 꼭 필요하며, 이를 마쳤음을 알리는 다른 방식이 없는 탓에 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괴수네>식구들에게 귀를 자르는 방식은 꼭 탐탁치만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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