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자의 봄 19회 타이틀 일러스트KBS
달자씨, 나보다 무려 열 살이나 많은 달자 언니. 아줌마라고 부르면 버럭 화를 낼 테지만 아가씨보다 아줌마에 가까운 당신. 당신과 헤어지기 전에 편지를 쓸게요.
당신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달자 씨, 강태봉을 정말 사랑하나요? 당신은 태봉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힘들어 했죠. 제가 보기엔 태봉이가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던데 말이죠.
급기야 지난 목요일 방송(3월8일분)에서는 태봉이에게 힘들다고 하면서 이별을 고하더군요.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만 힘든 거 아니에요. 당신이 힘든 거, 태봉이가 그런 거 아니잖아요. 다 당신 스스로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지. 태봉이야말로 당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안 보이던 가요?
난 태봉이가 좋았어요.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내가 태봉이를 좋아한 건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잘생기고 마른 남자가 좋거든요. 흐흐. 외모가 근사한 남자가 직업이 근사한 남자보다 훨씬 좋아요. 초반에 당신 애인 노릇을 하기 위해 회식 자리에 온 태봉이 로펌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쉬고 다른 일 하려 한다고 말할 때부터 난 그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예상했죠. 역시 그는 변호사였어요. 하지만 그게 뭐?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태봉은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하더군요. 그 바람에 태봉이의 매력이 없어졌어요. 꿈을 위해 노력하던, 잘 생기고 멋진 남자 강태봉은 없어져 버렸다구요. 물론 드라마에서는 남자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것도 있다고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내 눈엔 그저 주변 등쌀에 못이겨 로펌으로 돌아간 것뿐으로 보였어요. 쳇.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무엇 때문에, 어떻게 책임진다는 걸까요?
제가 너무 격하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한 몇 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달려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그게 옳은 걸까요. 그게 더 좋은 방법일까요. 그땐 당신이 괴롭히지 않을까요. 아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도 태봉이를 괴롭힌 적은 없죠. 그래, 누구나 사랑을 하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에요. 나를 제일 힘들 게 하는 건 나 자신이지 어느 누구도 아니죠.
근데 말이에요, 태봉이의 원래 직업이 맛있는 도시락 가게 주인이었고, 그런 그가 변호사의 꿈을 꿨다면 주변에서 그토록 그의 꿈을 미루라고 권유했을까요.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 이야기에서 결론은 늘 이런 식인 게 난 참 맘에 안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