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부 교수.이정환
결국 젊은 세대에 대한 진중권의 '차가운' 평가는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거기서 정보사회로 가는 변화가 유례없이 급속하게 이뤄진"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의 몸이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사이보그화한 신체로 변했고, 인터넷을 목숨 걸고 하는 민족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중권은 "텍스트 세대의 눈에 '보수화'로 보이는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 결여"가 결코 보수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진보나 보수의 이항대립을 넘어선 완전히 차원이 다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자로 쓰인 역사가 사라진 곳에 영상으로 그려지는 신화"처럼 "진짜 박정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박정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준영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펼쳤다.
"우리 몸에는 구석기 시대 특징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신체는 유연하지만, 잘 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보수성을 정보적 신체의 틀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과연 정보적 신체가 얼마나 성숙할 수 있겠는가. 지금 박정희 우상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아니다, 걱정할 필요 있다. 지금 대학생들이 소시민화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보수', 관념적으로는 '진보'. 이것이 소시민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나치즘이 바로 소시민층에 기반을 두지 않았는가. 언제든 파시즘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진중권은 "삼족오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파시즘 또는 판타지 파시즘이 나타날 수 있지만, 어느 사회에든 일정 분량의 사이코가 있게 마련이다, 거슬리는 상황일 뿐"이라며 "박정희 찬양은 실제적인 의식이 아니라 드라마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한심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석춘은 검은 건반, 진중권은 하얀 건반
그리고 진중권은 "무엇보다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결국 진중권의 주장을 '젊은 세대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로, 손석춘의 주장을 '젊은 세대도 상상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검은 검반(반음)의 가능성을 손석춘이 높이 샀다면, 진중권은 하얀 건반(온음)을 먼저 정확히 눌러야 한다는 것.
하지만 상상변주곡 2회에서 세 사람의 '불협화음'은 '젊은 세대'를 코드 삼아 어우러질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틈날 때마다 관련 서적을 읽기는 하지만, 정작 실천에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볼 때 답답하다"는, 토론을 참관하던 젊은 세대들의 솔직한 토로에 두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손석춘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다른 나라를 모델로 삼을 필요도 없다, 우리 나름대로 모델을 만들면 된다"고 당당한 '주관'을, 진중권은 "사회에 대해 관심을 통해 자기 처지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냉철한 '객관'을 강조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토론과 '우리'를 고백하는 시간으로 2번째 상상변주곡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