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가족', 자전거 타고 '출동'

'자전거 도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설계하고 관리해야

등록 2007.06.04 11:49수정 2007.11.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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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맨 앞에는 10살 된 딸 하영이가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툴툴거리며 달리고 있고 그 뒤에 3살 된 아들 호연이를 태운 아내가 씽씽 내달린다. 하영이는 자전거가 낡아서 삐걱거리고 다리길이와도 맞지 않는다고 계속 투덜거린다. 그러고 보니 하영이가 타기에는 자전거가 좀 작아 보인다. 며칠 전부터 새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는 하영이를 난 1년만 더 타라며 다독거리고 있는 중이다.뒤에서 하영이와 아내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니 제법 멋진 그림이 나온다. 이제 드디어 자전거 가족이 된 것이다. 이런 그림이 나오기를 그동안 기다려 왔다.지난 주 일요일(5월27일)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했다. 마을 근처에서 가족동반 저녁 약속이 있었다. 걸어서 가기는 먼 거리고 자동차를 이용하기에는 너무 가깝다. 또, 자동차를 타고 가면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내와 의논한 끝에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내친김에 옥상에서 몇 년째 방치되고 있는 하영이와 아내의 자전거를 수리해서 타고 가기로 했다.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외출할 계획을 세운 것은 봄바람이 코에 스며들기 시작할 때부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온 가족이 자전거 타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었다. 호연이를 유아용 자전거 의자에 태우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듯 한가함을 즐기고 싶었다.아쉽게도 호연이를 태울 수 있는 의자는 아내 자전거에 부착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자전거에 부착해야 호연이를 돌보는 데 유리하다는 아내의 강변에 밀린 것이다. 수긍할 수밖에 없는 논리였다. '둘 다 달면 될 것'이라며 우리 부부의 아둔함을 질책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 마을에 있는 유일한 자전거 수리점에 마침 유아용 의자가 한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니 영화 찍나?"약속장소인 연현마을에 가려면 석수동 나들목을 거쳐야 한다. 연현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같은 석수동이지만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석수동 나들목까지 가는 길에는 인도 한 쪽에 붉은 페인트를 칠해 놓은 자전거도로가 있다. 그런데 그 길은 자전거 통행에 장애가 되고 있었다.공사를 하느라 중간 중간에 몇 미터씩 도로가 끊어져 있었고 그나마 성한 곳도 근처 공장과 상가에서 내놓은 적치물로 점령당해 있었다. 때문에 유유자적 하듯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끌다가 타기를 반복하며 갈 수밖에 없었다. 호연이를 태우고 가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다.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약속시간은 지나 있었다. 지각을 한 것이다.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늦었다"고 말하니 "자전거 길도 막히냐"며 애교 있는 질책을 한다. "어떻게 알았느냐 정말 자전거 길이 막혔다"고 대답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모임이 끝나고 음주운전(?)을 했다. 술기운이 돌아 더워진 몸에 시원한 바람이 닿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우리 가족이 나란히 자전거에 오르자 일행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보기 좋네." "니 영화 찍나?" "애기 태우고 음주운전 해도 되는 것인가?"그날 우리 가족은 1시간 정도 자전거를 더 타다가 집에 들어갔다. 코에 바람 들어간 3살짜리 호연이 녀석이 자전거 더 태워 달라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안양천 자전거도로를 힘차게 내달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니 술기운도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렸다.일흔 넘은 연세에 자전거를 배운 어머니@IMG2@가족들 중 우리 넷만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고향집에 가면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들이 두 분 더 계시다.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다.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때 타고 다니던 짐받이 넓은 자전거를 아직도 타고 다니신다. 30년 가까이 된 골동품을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것이다.이 자전거의 특징은 편리하다는 것이다. 짐받이가 넓어서 웬만한 짐은 자전거로 운반할 수 있고 페달 위쪽에 삽을 걸칠 수 있다. 농촌에서 논밭에 출장(?)다니기 편리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아버지는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몇 십 년째 논밭에 출장(?)을 다니신다. '아버지용 자전거'라 이름 지어본다.어머니의 자전거는 특별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게 된 과정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자전거에 대한 어머니의 도전은 일흔이 넘어서 시작됐다. 내가 부모님 곁을 떠나 도시로 오던 20년 전까지 어머니는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배울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어머니 연세가 일흔 중반을 바라보던 몇 년 전 어느 날 고향집 한쪽 편에 작고 앙증맞게 생긴 숙녀용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 것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전거는 어린 시절에 겁 없이 넘어지면서 배우지 못하면 배우기 힘든 것이다. 마음 약하고 겁 많은 어머니가 용감하게 자전거를 배워서 타고 다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생고생 해서 자전거 배웠다. 나이가 먹으니 다리가 아파서 걷기도 힘들고 남들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하란 법이 없다고 생각 했어. 아버지한테 붙잡아 달라고 하면서 배웠다."일흔 넘은 노부부가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원통할 따름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내에게 자동차 운전을 가르칠 때처럼 핀잔을 주었을 것이고 어머니는 아니꼬운 것을 속으로 삭이며 열심히 배웠을 것이다. '두고보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늦었지만 어머니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쳐 주었다. 어머니는 그 자전거를 타고 '마실'도 다니고 논에 간식과 물을 나르기도 하신다.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위태롭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 도로 사정이 도시보다 더 안 좋기 때문이다. 편도 1차선이기에 자전거 도로나 인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대형 트럭이나 버스 한 대만 지나가도 비켜줄 만한 공간이 빠듯하다. 그리고 인적이 드물고 차량 통행이 잦지 않은 곳이라서 대부분의 차들이 과속을 하는 편이다. 때문에 고향 마을에는 가끔씩 대형 교통사고가 난다. 이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자전거를 타면 마음이 편안하고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서는 느껴 볼 수조차 없는 새로운 기분이다.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 어느새 집안에 편안함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뻥 뚫린 공간에서 하늘을 보며 시원한 바람에 온갖 시름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난 앞으로도 우리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통해 계속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그러나 한 가지가 걱정이다. 마음 편히 자전거 타고 달릴만한 자전거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인도 한쪽 편에 만들어 놓은 안양시 자전거 도로를 보면 자전거를 실제로 타고 다니는 사람이 일을 추진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야말로 형식적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나마 관리 상태도 엉망이다. 중간 중간 깨진 부분도 있고 공사 때문에 몇 미터씩 파헤쳐진 곳도 많다. 그래서 어린 딸내미가 혼자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다는 것이 때로는 불안하다.고위직 공무원들이 검정색 대형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도로 사정이 훨씬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느끼는 불편은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체득하기 전에는 절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3000cc 이상 되는 푹신한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서 자전거 도로가 눈에 들어 올 리는 만무하다.자신이 고위공직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권한다. 이제 자동차보다 훨씬 더 진보적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 보라고. 검정색 차에서 과감하게 내려 목에 맨 넥타이를 푸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행복의 문이 열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석수동 나들목 부근 도로 파헤쳐진곳 6월3일 다시 가 보았는데 말끔히 정리됐습니다. 아마도 자전거 도로 연장 공사 하느라 파헤쳐 진듯 합니다. 공사 하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7.06.04 11:4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석수동 나들목 부근 도로 파헤쳐진곳 6월3일 다시 가 보았는데 말끔히 정리됐습니다. 아마도 자전거 도로 연장 공사 하느라 파헤쳐 진듯 합니다. 공사 하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전거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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