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비품을 한 번 골라봐?

밤잠 안자며 키운 유기농 토마토가 푸대접 받는 세상이 싫다

등록 2007.06.18 11:41수정 2007.06.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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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비품을 한 번 골라봐? ⓒ 조태용

6월은 토마토가 제철인 시기다. 물론 하우스 토마토를 말하는 것이다. 노지 토마토가 나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싱싱한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이 보고 싶어 직거래 장터에 토마토를 공급하는 인근의 한 유기농 토마토 생산자를 찾았다. 넓은 들판은 벼를 심기 위해 분주했다. 논으로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토마토 농부를 세워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다.

"유기농 토마토 생산하시죠?"
"그런데…?"
"잠시 이야기 좀 하려고요."
"할 이야기 없어, 바쁜데 그냥 가!"


목소리에 불편한 심기가 가득하다. 그는 올해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지 6년 되었고, 유기농 토마토 생산 2년 차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토마토 농사는 안 짓는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솔직히 말하면 유기농도 다시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왜냐고 했더니 팔리지 않는 유기농 토마토를 애써 생산해서 뭐하냐는 것이다. 요즘 토마토 생산량은 급증하는데 판매는 늘지 않아서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맘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더구나 애써 유기농으로 키운 토마토를 출하량이 늘고부터 조금 크고 모양이 못 생겼다고 모두 비품 처리를 한다고 한다. 정품과 비품의 가격 차이는 많이 나는 과일의 경우 꽤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는 "유기농으로 하다 보면 못 생긴 것도 많이 나오는 것이 정상 아니냐"며 토마토 밭으로 나를 이끌어 토마토 세 개를 따서 보여준다.

여기서 비품을 한 번 골라봐?

한눈에 봐서 내 눈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농민에 말에 따르면 가운데 그물무늬가 큰 것은 모두 비품이라는 것이다. 또 커도, 작아도 비품처리를 한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은 농민이 만든 것이 아니다. 모두 유통업체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농민들이야 어쩔 수 없이 규정을 따라가게 된다. 유통업체가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이 유기농 토마토 농사를 어렵게 한다.

그의 말처럼 유기농으로 했을 경우 간단한 제초 작업도 제초제 한번 주면 되는 것을 손으로 직접 해야 하고, 농약도 줄 수 없어 많은 조심조심 키워야 하기에 관심과 시간이 투여된다. 또 화학 비료를 주지 못하니 평균적인 수확량 감소가 생긴다.

거기다가 비품을 빼고 나면 수익이 나기 어렵다. 더구나 가격도 하락해서 일반 토마토나 별 차이가 없다면 유기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선택이다.

"친환경 농업이 농민 살리는 대안이 맞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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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부의 마음이 우울해서 인가? 토마토 농장이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물처럼 답답해 보인다. ⓒ 조태용

그는 "친환경 농업은 대안이라고 하는데 진짜 대안이 맞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뭐라고 답해야 하나 생각하는데, 그는 바쁘다면 모심으러 가야 한다고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

요즘 친환경 농산물이 인기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친환경 농산물이 많이 팔려서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돈을 벌었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안전한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면 유기농업을 시작했다가 잔뜩 빚만 진 농민들도 부지기 수다.

"그렇다고 친환경 농업 이외에 다른 대안은 있는가?"

이렇게 물어보면 딱히 할 대답이 없다. 유기농 아닌 일반재배를 하면 돈을 많이 버느냐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것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농업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4%(2004년 말 기준)로 2%대 일본과 미국보다 많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농해야 할 사람이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농민의 40%를 넘고 있으니 자연적인 감소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업은 가만두어도 고사 되게 생겼으니 이런 불만을 가진 농민들은 자연스럽게 땅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그럼 시장 상황은 어떤가? 저렴한 수입 과일들과, 몸에 이롭지 않다는 온갖 과자들은 매일 아이들 손에 쥐어져 있다. 색색으로 포장되고 고정된 맛과 변질되지 않으며 유통 시 파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온갖 가공식품들은 여전히 쇼핑카트를 가득 채운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농 토마토는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럼 어디로 가는가? 결국 유기농 토마토는 썩어서 버리거나 일반시장에 출하되게 된다.

그럼 농민은 유기농 농사짓겠는가? 결국 포기하게 된다. 유기농 농업도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끝내 사진을 찍기를 거부하는 농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토마토 농사를 짓기 싫어. 밤잠 안 자며 키운 토마토가 푸대접받는 것도 싫고 말이야. 논에 가서 벼농사 지어야 하니 가봐야겠어 화를 내서 미안해! 우리 토마토 좀 많이 좀 팔아줘. 다음에 오면 토마토 많이 따줄 테니 꼭 다시 와."

그 말을 남기고 농부는 들판으로 떠나갔다. 냉혹하게 말해서 농민들의 살길을 농민들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그래서 많은 선한 농민들은 일반농업을 그만두고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유기농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유기농업을 선택한 농민마저 농업을 포기한다면 대안은 없다. 한국 농업엔 우울한 노래는 끝이지 않고 울려 퍼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제 좀 희망을 찾겠거니 하면 이것도 아니오. 저리 가면 저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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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기농 토마토로 가정 건강도 챙기고 농민도 행복해지는 행복한 거래를 해보기를 부탁해 본다. ⓒ 조태용

농사는 식량이고 식량이 없으면 당연 굶어 죽는 가장 중요한 삶의 본질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다. 비싼 명품으로 치장을 해도 굶고 있으면 돼지 모가지에 진주목걸이인 것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농사 싫으면 그만두지 누가 하라고 했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조차 자기 아이들에게는 건강하고 싱싱한 농산물 먹이고 싶어하고, 자신이 병이라도 들면 유기농산물을 찾아다니면서 먹는 날이 올지 모른다.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 유기농 배추를 구입해달라는 기사를 보고 많은 분들이 화답을 해줘서 젊은 농부의 배추를 모두 팔아주었다. 아마 그런 분들이 아마 우리 농업의 희망일 것이다.

돌덩이처럼 커다란 희망은 찾기 어렵다. 눈앞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바늘구멍만한 희망이 모여서 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과 작은 희망이 모여서 큰 흐름이 되고 모두의 희망이 될 것이다.

토마토는 건강에 좋다. 몸에도 안 좋은 가공식품 농약과 방부제 처리한 수입 농산물 대신 오늘은 유기농 토마토로 가정 건강도 챙기고 농민도 행복해지는 행복한 거래를 해보기를 부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토마토가 건강에 좋은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인터뷰를 한 농부가 가입한 생산자 단체의 유기농 토마토는 5kg 배송비 포함 1만1천원이다. 못생긴 것이 끼어 있다. 필요하신 분들은 구매해 주시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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