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들고 일어나서 뉴스를 가져오라!"

[세계시민기자포럼] 에스토니아 시민언론 '미누트'

등록 2007.06.27 09:20수정 2007.07.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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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트> 메인 페이지.


소련에서 독립한지 16년 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는 나라. 120만 명밖에 안되는 소국이지만, 세계 최고에 달하는 인터넷 기반시설과 개방적 사고방식의 분위기로 인해, 유럽 내 개발도상국의 모델로 인정받는 나라.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떠오르는 관광대국. 이러한 다양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나라는 바로 에스토니아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인터넷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 최초로 지방선거와 총선에 인터넷 투표방식을 사용해 많은 나라를 놀라게 했고,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IT 산업의 또 다른 선도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튼튼한 IT 기반시설이 여러 계층의 국민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언론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을까?

에스토니아 내 시민언론매체는 생각처럼 그다지 많지 않다. 왜냐면 에스토니아 젊은이들은 주로 블로그 같은 개인공간을 통해서 정보를 주고 받다보니 시민언론 같은 통합된 형태의 언론매체에 대한 필요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유일한 시민언론 <미누트>

에스토니아에서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시민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만한 매체는 미누트(www.minut.ee)라는 신문이 거의 유일하다. 2001년 4월 문을 연 미누트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공론장이라 불리는 슬래시닷(Slashdat)의 활동을 주로 모델로 삼고 있지만, 몇 년의 활동기를 거치면서 미누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미누트를 방문하는 마니아적 독자군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완전한 인터넷 매체임을 추구하는 미누트는 공식적인 편집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문상으로는 편집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전화번호 하나 적혀있지 않아 편집국장과의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에 많은 애를 먹기도 했으나, 시험 삼아 시민기자들이 글을 올리는 페이지를 통해서 인터뷰 요청 편지를 보내본 결과 불과 10분도 안되어서 답변이 도착했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 인터뷰에 응해준 미누트의 책임편집국장 미흐켈 푸크씨는 미누트를 설립하게 된 목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에스토니아 기성매체들의 일방적인 성향의 기사나 정치적 색채가 있는 기사에 질린 독자들을 위해서 다양한 중요한 정보들을 제시하기 위해서 설립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색채란, 소련 시절 에스토니아에 있어왔던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의 기사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말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명목을 주입하는 세계 주요 언론들의 행동거지는, 과거 중앙권력통치 시절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언론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미흐켈 푸크씨는 말했다.

기성언론들은 현재 이 미누트를 언론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활동상황에 대해서는 암암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기사 원고료 없고 편집위원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

이 신문의 특징은, 에스토니아 국내뉴스보다 국제뉴스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나라의 신문지상을 통해서 보고 들은 사안들을 현지어로 번역하여 에스토니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으나, 정작 이런 사실이,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사안이 아닌 단순히 외국의 신문을 베낀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누트가 인기를 꾸준히 얻고 있는 이유는, 에스토니아에서는 잘 접하지 못할 세계 여러 나라의 사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누(Mannu)라고 하는 아이디의 여성 시민기자는 에스토니아 인들은 거의 모르는 한국음식에 관한 기사를 고정적으로 연재해 오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연재물을 통해서 구절판, 잡채, 불고기, 육회 등의 요리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렇듯 언론의 카메라에는 노출되지 않는 '구석데기' 사건과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미누트가 거의 유일하다.

직업 나이 누구도 제한 없이 기사를 보낼 수 있고, 기사가 전송되면 현재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는 편집위원들이 검토를 한 후 기사로 내보낼지 결정을 한다. 그 기사를 검토한 사람들이 기사의 사실여부와 확실성 등에 책임을 진다. 송고된 기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지만, 편집을 담당하는 인원들 역시 전부 자원봉사로 일하기 때문에 특별한 보수를 받지 않는다. 그런 상황 때문인지 하루에 올라오는 기사의 수는 대략 5건 정도로 비교적 적다.

말한 대로 편집부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만약 편집회의를 할 일이 있으면 전부 메신저 같은 것에서 이루어진다. 현재 이 신문에 글을 고정적으로 올리는 시민기자들은 약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언론은 관점이 자유로워야

미누트의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써넣는 것을 상식적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용납해 준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민언론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점이 한정되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작성하는 기사내용의 질도 역시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언론이 가져야 하는 독립성이란 기사의 객관성과 내용을 피력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이 신문의 명칭 미누트는 에스토니아어로 분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나왔다. 분은 시간을 측정하는 기본단위 중 하나로써, 독자들이 매분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여러 모로 아직은 작고 초기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고, 재정적 문제나 행정적 문제 등에서 풀어야할 사안이 많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을 꾸준히 이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차원에도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누트가 내세우는 모토는 그러한 야망과 희망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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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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