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오마이뉴스 조은미
감독 옆에 앉은 윤은혜는 친한 언니라도 만난 양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다. 뭐라고 끝없이 말하고, 감독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들었다. 맞장구도 쳤다. 불현듯 윤은혜가 손을 뻗었다. 옆에 있던 여자 스태프 목에 묶인 스카프 매듭이었다. 윤은혜가 매듭을 예쁘게 잡아줬다.
다시 촬영이 시작했다. 한결이 독백하는 장면 촬영이 끝났다. 기다렸다는 듯이 윤은혜가 나가더니 금방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자를 들고 왔다. 그 상자 안엔 다른 게 숨어있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만든 거예요." 윤은혜가 으쓱하며 케이크를 내놨다. 심플하면서도 예쁜 케이크였다. 다들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 정말 직접 만들었어?"
윤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엔 빵이고요. 겉은 아이스크림이에요." 윤은혜는 커다란 플라스틱 빨간색 꽃을 케이크 위에 꽂았다. 케이크 위에 꽂힌 숫자 29가 보였다. 이날이 공유 생일이었다. 낮엔 공유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다.
공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케이크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자 타다닥 불꽃이 타들어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공유가 훅 불어 불을 껐다. 나무젓가락으로 케이크를 떠먹으며 공유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이거 진짜 직접 만든 거야?"
윤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에 들어있는 빵도 내가 만든 거예요."
공유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맛있으면 됐지."
이윤정 감독이 한 마디 했다. "왜? 모양도 예쁜데?" 이윤정 감독은 스태프들을 부르며 한 입씩 나눠줬다. 스태프들이 한 마디씩 했다. "진짜 맛있다." 케이크는 입에서 사르륵 녹았다.
키스신은 컷! 컷! 컷! "감독님, 고맙습니다"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한결이 사는 옥탑방에 은찬(윤은혜)이 찾아오는 장면이었다. 소파에 털썩 앉는 한결 앞에 은찬이 앉았다. 그 앞에 놓인 테이블에 감독 눈이 갔다. 감독이 말했다.
"탁자 위에 액세서리랑 막 늘어놔 줘. 생수 같은 것도 올려놔 줘."
스태프가 테이블 위에 이것저것 늘어놨다. 모니터를 보던 감독이 가만히 걸어갔다. 이윤정 감독은 탁자 위에 흐트러진 물건들을 매만졌다. 감독이 스태프에게 말했다. "생수 병 하나만 줄래?" 그는 역시 디테일했다.
촬영이 시작했다. 카메라가 돌아갔다. 은찬과 마주앉은 한결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자조하듯 말했다. 고개 숙인 한결에게 은찬이 애써 무심한 듯 말했다.
"울고 싶으면 울지?"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요?"
"내가, 내가 싫다. 서른 살이나 처먹은 놈이……."
대화는 이어졌다. 한결이 만사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늦었다. 가라." 은찬이 불쑥 말했다. "제가 힘나게 해드릴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찬은 벌떡 일어났다. 한결에게 다가가 섰다. 한결이 꿍한 표정으로 은찬을 올려다보려는 찰라, 은찬이 대뜸 고개를 숙였다. 한결의 놀란 눈이 번쩍 커졌다. 하지만 동그랗게 떠졌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결이 불쑥 소리를 지르며 은찬을 밀쳤다.
"야. 뭐하는 거야? 지금? 미쳤어?"
한결이 손을 들어 입을 벅벅 닦으며 당황한 모습으로 외쳤다.
"컷!" 여기까진 좋았다. 계속 다시 찍었다.
키스하는 모습을 은찬 뒤 멀찍이 떨어져서 찍고 "컷!" 은찬과 한결 옆에서 찍고 "컷" 한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슬며시 감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찍고 "컷!" NG가 나서 "컷!" 공유가 장난스런 웃음을 띠고 고개 숙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은찬은 키스할 때 고개를 얼마나 틀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