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와 공유는 어떤 각도로 뽀뽀해야 할까요

[현장] 미소가 아롱아롱,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 현장을 가다

등록 2007.07.18 04:41수정 2007.08.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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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린스 1호점> ⓒ MBC

"아, 이렇게 미소가 아지랑이처럼 자꾸만 아롱아롱 피어오르는 촬영 현장은 처음이야"라고 누군가 소매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바빴고, 숨소리라도 크게 냈다간 '아웃'이었다.

그래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배시시 미소짓느라 말려 올라간 입 끝은 내려올 줄 몰랐고, 내려오기 무섭게 벌어진 입은 다물 생각을 안 했다. 이 드라마, 괜히 재미있는 게 아니었다.

MBC 월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 이정아·장현주 극본, 이윤정 연출)>의 최한결로 제대로 빙의된 공유는 소파에 편하게 맨발로 드러누워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혼잣말을 하더니 이불을 입가까지 끌어올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옆에서 몰래카메라인 양 카메라가 살금살금 돌아가고 감독은 모니터 앞에서 재밌어 죽겠단 표정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촬영현장에서 폴폴 풍기는 커피콩 냄새

지난 10일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MBC 세트장이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장은 수술현장에 버금가게 초를 다투고 생사를 넘나드는 드라마 촬영현장이라기보다 '사랑이 꽃 피는 콩밭' 같았다. 고소하고 맛있는 드라마란 이름의 커피콩이 달달하게 볶이는 냄새가 진동했다.

촬영이 한창인데 어디선가 눈치 없이 "드르륵드르륵" 핸드폰 진동이 울려도, 이윤정 감독은 가만히 "컷"을 외치고 "다시 갑시다"만 외쳤다. 촬영장은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닮았다.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가 갖기 마련인 살벌함보다 마음과 유머를 나누는 살가움이 넘쳤다.

살포시 부끄러운 듯 입을 막은 채 눈을 반짝이며 순정 만화를 보던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장에서 생긴 일. 고백하건대, 은찬과 한결의 키스신은 미처 알지 못한 보너스였다. 이날 촬영은 23일 7회 아니 '일곱째 잔'때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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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생일인 공유는 점심 때도 팬들에게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 sidushq

한결(공유)이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커피 프린스1호점 매출현황'을 보던 한결이 불현듯 클릭하자 노트북 대기화면이 떴다. <커프> 식구들이 놀러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프린스'들에게 둘러싸여 은찬이 웃고 있었다. 약간 넋이 나간 듯 가만히 그 사진을 바라보던 한결(공유)이 중얼거렸다.

"미친 놈. 사내놈한테. 한성이형한테 질투도 아니구….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가 지금….(한숨 내쉬며) 뭐 하러 주머니에 슈퍼맨은 넣어갖고 다니고…. 그래 난 사장, 넌 직원. 거기까지. 그래, 좀 예쁜 직원, 거기까지. 끝. 끝. 끝."

한결은 귀여운 고민 중이었다. 사정은 그랬다. 한결이 아는 은찬(윤은혜)은 남자다. 시청자들은 다 아는 걸, 한결만 몰랐다. 한결이 아는 은찬은 남자인데 이상했다. 자꾸 은찬에게 눈이 갔다. 마음도 갔다.

한결은 지금 성적 정체성과 마음의 정체성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중이었다. 좋아할 수도 좋아하는 걸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결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당한 한결은 괴롭지만, 보는 시청자 즐거울 장면이었다. 이윤정 감독은 모니터로 보며 소리 없이 웃느라 바빴다.

"컷!" 그 때였다. 윤은혜가 뛰어 들어왔다. 군청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차림이, 보이시한 은찬 그대로였다. 오후 3시부터 은찬과 한결이 같이 촬영키로 돼있었다. 시간은 아직 두시 반이었다.

윤은혜는 들어오자마자 얼른 감독 옆에 철퍼덕 앉았다. "감독님. 왜 남자 옷을 입고 있고 그래요?" 윤은혜가 감독이 입은 군청색 트레이닝 점퍼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이윤정 감독이 씩 웃었다.

윤은혜표 아이스크림 케이크, 살살 녹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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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혜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감독 옆에 앉은 윤은혜는 친한 언니라도 만난 양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다. 뭐라고 끝없이 말하고, 감독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들었다. 맞장구도 쳤다. 불현듯 윤은혜가 손을 뻗었다. 옆에 있던 여자 스태프 목에 묶인 스카프 매듭이었다. 윤은혜가 매듭을 예쁘게 잡아줬다.

다시 촬영이 시작했다. 한결이 독백하는 장면 촬영이 끝났다. 기다렸다는 듯이 윤은혜가 나가더니 금방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자를 들고 왔다. 그 상자 안엔 다른 게 숨어있었다. "내가 오늘 아침에 만든 거예요." 윤은혜가 으쓱하며 케이크를 내놨다. 심플하면서도 예쁜 케이크였다. 다들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 정말 직접 만들었어?"

윤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엔 빵이고요. 겉은 아이스크림이에요." 윤은혜는 커다란 플라스틱 빨간색 꽃을 케이크 위에 꽂았다. 케이크 위에 꽂힌 숫자 29가 보였다. 이날이 공유 생일이었다. 낮엔 공유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다.

공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케이크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자 타다닥 불꽃이 타들어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공유가 훅 불어 불을 껐다. 나무젓가락으로 케이크를 떠먹으며 공유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이거 진짜 직접 만든 거야?"

윤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에 들어있는 빵도 내가 만든 거예요."

공유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맛있으면 됐지."

이윤정 감독이 한 마디 했다. "왜? 모양도 예쁜데?" 이윤정 감독은 스태프들을 부르며 한 입씩 나눠줬다. 스태프들이 한 마디씩 했다. "진짜 맛있다." 케이크는 입에서 사르륵 녹았다.

키스신은 컷! 컷! 컷! "감독님, 고맙습니다"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한결이 사는 옥탑방에 은찬(윤은혜)이 찾아오는 장면이었다. 소파에 털썩 앉는 한결 앞에 은찬이 앉았다. 그 앞에 놓인 테이블에 감독 눈이 갔다. 감독이 말했다.

"탁자 위에 액세서리랑 막 늘어놔 줘. 생수 같은 것도 올려놔 줘."

스태프가 테이블 위에 이것저것 늘어놨다. 모니터를 보던 감독이 가만히 걸어갔다. 이윤정 감독은 탁자 위에 흐트러진 물건들을 매만졌다. 감독이 스태프에게 말했다. "생수 병 하나만 줄래?" 그는 역시 디테일했다.

촬영이 시작했다. 카메라가 돌아갔다. 은찬과 마주앉은 한결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자조하듯 말했다. 고개 숙인 한결에게 은찬이 애써 무심한 듯 말했다.

"울고 싶으면 울지?"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요?"
"내가, 내가 싫다. 서른 살이나 처먹은 놈이……."

대화는 이어졌다. 한결이 만사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늦었다. 가라." 은찬이 불쑥 말했다. "제가 힘나게 해드릴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찬은 벌떡 일어났다. 한결에게 다가가 섰다. 한결이 꿍한 표정으로 은찬을 올려다보려는 찰라, 은찬이 대뜸 고개를 숙였다. 한결의 놀란 눈이 번쩍 커졌다. 하지만 동그랗게 떠졌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결이 불쑥 소리를 지르며 은찬을 밀쳤다.

"야. 뭐하는 거야? 지금? 미쳤어?"

한결이 손을 들어 입을 벅벅 닦으며 당황한 모습으로 외쳤다.

"컷!" 여기까진 좋았다. 계속 다시 찍었다.

키스하는 모습을 은찬 뒤 멀찍이 떨어져서 찍고 "컷!" 은찬과 한결 옆에서 찍고 "컷" 한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슬며시 감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찍고 "컷!" NG가 나서 "컷!" 공유가 장난스런 웃음을 띠고 고개 숙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은찬은 키스할 때 고개를 얼마나 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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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조은미

한결이 동그랗게 떴다가 사르륵 감는 눈동자를 포착하기 위해서 은찬의 얼굴이 얼마 만큼 한결을 가리느냐를 놓고 토론도 벌어졌다.

은찬이 한결의 턱을 가리켜 물었다. "여기다 하면 돼요?" 감독이 미심쩍은 듯이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촬영팀에게 물었다. "그 위치가 맞아요?"

"은찬이가 고개를 좀 더 틀면 돼요." 공유가 한 마디 보탰다. "붙이고 트는 것도 웃기잖아?"

다시 촬영은 지속됐다. 펄쩍 뛰며 "미쳤어?"를 외치는 한결에게 은찬이 쑥스러운 듯, 그 자리를 모면하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기운이 살아나네. 역시 응원의 뽀뽀가 효과가 있구나."

감독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한 쪽에선 여자 스태프가 다른 스태프의 긴 머리를 땋아주고 있었다. 은찬이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은 안 그랬어요? 그러면서 눈은 왜 감는데?"

"컷!"

감독이 외쳤다. 이윤정 감독이 한결 아니 공유에게 다가갔다. 조용한 목소리로 감독이 말했다. "남자애랑 뽀뽀하고 나서 닦을까?" "미쳤어?"라고 외치며 공유가 입을 벅벅 닦은 게 감독은 맘에 걸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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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PD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채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공유가 당연하단 듯이 말했다. "남자잖아요. 닦지. 이것보다 더 하죠. 그나마 애를 좋아하고 감정 있으니까 이러지. 물로 헹구고 그러지."

감독이 호탕하게 웃었다. 공유도 씩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도 안 하면 내가 이상한 거지. 그럼 내가 게이인 거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이면 남자도 닦을까 물어본 거예요." 공유가 당연하단 듯이 얼른 말했다. "닦죠."

"오케이."
"감정도 감정이지만 안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난 좋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게 보일까봐 절대적으로 숨기려고 그러잖아요."

한결은 키스한 뒤 입을 닦아야 할까

감독과 배우는 조근 조근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결의 마음이 어떨지, 한결이 어떻게 행동할지. 감독은 배우와 이야기하며 그 상황에 어울리는 감정과 행동을 찾았다. 감독이 말했다.

"한결의 마음이 더 보여야 할 것 같아요."

촬영은 계속 됐다. 한결이 "미쳤어?" 버럭 소리 지르고 입을 쓰윽 닦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미묘한 장면이었다. 버럭 소리는 질렀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누르는 기색을 드러내야 했다.

"컷"소리가 나면 공유는 가만히 대사를 되뇌었다. 은찬은 분위기를 다잡았다. 촬영은 물 흐르듯 흘렀다. 감독이 "컷"을 외치며 말했다. "당황한 게 아까보다 없다. 그냥 확 밀어버려요." 이번에 한결은 은찬을 세게 확 밀쳤다. 밀쳐져 휘청한 은찬이 말했다.

"그러면서 눈은 왜 감는데? 지그시 감던데."
"내, 내, 내, 내가 언제?"

모니터를 보는 감독 입가에서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감독이 미소를 한 입 머금고 소리쳤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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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 침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윤은혜 #공유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 현장 #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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