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권교체, 이제 꿈이 아니다"

[이병선의 일본리포트⑤] 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대표

등록 2007.08.01 14:36수정 2007.08.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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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대표가 7월 31일 도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치르느라 검게 그을린 얼굴이 인상적이다. ⓒ 오마이뉴스 이병선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은 7월 29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60석을 얻어 일약 참의원 제1당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28석을 늘려 아직 절반 임기가 남아있는 49석과 합쳐 참의원에서 109석을 확보, 과반수(122석)에 육박하는 세력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들의 협력을 얻어 참의원 의장 자리를 차지한 뒤 이를 발판으로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에 강력히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31일 참의원선거 후 처음 열린 간부회의에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테러특별조치법(이라크 파병 미군을 후방지원하기 위해 자위대 파견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법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 아베 정권과의 대립 자세를 선명히 했다.

민주당이 이런 자세를 견지한다면 향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아베 정권은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참의원 선거 이후 정국의 열쇠를 쥐게 된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전망해보기 위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대표를 31일 도쿄 국회의원회관 내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당 차세대 지도자 그룹의 선두주자인 오카다 전 대표는 내년 가을 임기가 끝나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진 '반대세력'이었지만, 이젠 '야당'"

오카다 전 대표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정권교체가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의 야당은 단지 반대세력일 뿐이었지만 이제 겨우 정권을 담당할 수 있는 야당을 키워냈다"며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 "민주당의 독자적 의원입법을 우선 참의원에 차례로 제출, 정책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물을 것"이라며 "합리성이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에 여당이 중의원에서 간단히 부결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의원을 중심으로 여당과 선명히 대립되는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아베 정권이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용에 따라 대응은 달라지겠지만, 자민당과 근본적인 정책이 다른데 간단하게 합의해줄 수 있겠느냐"며 "우리가 법안을 내서 여당이 찬성하면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참의원 선거 후 일본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아시아 중시'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별로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선거 결과가 개헌 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베 정권이 무능을 감추기 위해 개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더 이상 못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개헌문제 자체가 쟁점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를 빨리 할 필요도, 늦출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오카다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자민당 정책에 합의해주면 국민에게 비판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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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병선

-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일본 정치가 변하는 커다란 한걸음이라 생각한다. 정권 교체를 향한 중요한 전진이다."

- 정권 교체가 시야 범위 내에 들어온 건가?
"지금까지는 정권 교체가 단지 기대이고 희망이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온 것이다."

-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아베 신조 정권, 혹은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이 표시된 것이다. 연금기록 문제와 각료들의 실언 등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더 이상 아베 정권에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 민주당이 참의원 제1당이 됐다. 향후 정국에 기본적으로 어떤 자세로 임할 생각인가?
"그렇다. 우리가 다수가 됐기 때문에 중의원에서 법안이 통과돼도 참의원에서 부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은 지금까지와 같은 강경책을 연발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대화 노선으로 나올 것으로 본다. 우리는 참의원에 의원입법을 차례로 제출, 가결시켜 중의원으로 보낼 것이다. 물론 여당은 이를 중의원에서 부결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출해 참의원에서 가결된 법안이 합리적이라면 중의원에서 그렇게 간단히 부결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 아베 총리가 원만한 정국운영을 위해 민주당의 협조를 얻으려는 자세로 나온다면, 민주당으로서는 협력이냐 대립이냐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데.
"내용에 따라 대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과는 정책에 근본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합의는 안 된다. 합의해주면 우리를 지지한 국민에게 비판 받을 것 아닌가. 협조를 얻으려는 자세라면 우리가 법안을 내서 여당이 찬성하면 된다. 우리는 국민 뜻을 받들 생각이니까. 그 반대의 경우는 적을 것이다."

- 우선 테러특별조치법을 가을까지 통과시키는 문제로 여야가 대립할 전망인데.
"그것도 내용을 봐야 한다. 단지 파병기간을 연장만 하는 것인지, 내용에도 변화가 있는지. 아베 정권이 어떤 내용 내놓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찬반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향후 3년간은 '여소야대'... 일본 정치에 활력 가져올 것"

- 참의원 '여소야대'는 일본 정치사상 사실상 처음 아닌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98년 참의원 선거에서 우리가 이겨 자민당이 소수파가 됐다. 그 때 금융재생법을 야당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는데, 여당이 그대로 받아들여 성립시킨 예도 있었다.

- 하지만 그 때는 자민당이 공명당·자유당과 연립해서 곧 다수파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 이번엔 그게 불가능하다. 성격이 전혀 다른 공산당이나 사민당과 연립할 수는 없을 테니까. 최소 3년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선 '여소야대' 상황은 패전 직후 잠깐을 제외하고는 일본 정치사상 처음이다."

-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야말로 정권교체에 커다란 한 걸음을 다가간 것이다."

- 곧바로 '중의원 해산, 총선거 실시'를 요구할 것인가.
"아직 그 부분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그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중의원 해산, 총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요구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니까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몰아가야 한다."

- '약한 정권, 강한 야당'에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표출될 수도 있는데.
"안정·불안정보다는 '활력이 있다' 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틀린 것을 계속 밀고 나가는 체제보다는 틀린 것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게 좋다."

"정권 무능 감추기 위해 개헌 이용할 수는 없을 것"

- 이번 선거결과로 일본의 대외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아베 정권이 되고 나서 대외정책은 '아시아 중시'라는 야당의 주장에 다가왔다. 중국·한국과 대립에서 벗어나 관계개선 방향으로 자세를 바꿨다. 그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 대북정책에서 변화는?
"북한은 일본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별로 변화의 여지가 없다. 북한은 일본이 적대정책을 취하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적대정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납치문제는 일본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엔 여야당의 차이가 없다."

- 일본은 6자회담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도 바뀌지 않나?
"대북 정책은 어떤 의미에서 정권 자체로서 중요도 높은 정책이다. 간단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 아베 정권이 되고 나서 개헌 문제가 전면에 부상했다. 이번 선거결과가 개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적어도 아베 정권이 개헌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다음 총선거에 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도 결코 적극적이지 않다. 우리는 헌법조사회에서 개헌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논의가 일정하게 진전되고 있다. 다만 아베가 정권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개헌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난 개헌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무엇이라고 보나?
"별로 관계없다. 쟁점이 되지 않았다. 개헌보다는 생활 문제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있었다고 본다."

- 앞으로 개헌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늦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그런 영향 없다. 빨리 할 것도 없지만, 늦출 필요도 없다. 개헌 자체가 나쁜 일도 아니고."

"다음 총선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

- 얼굴이 많이 그을렸는데 지역에서 유권자들 직접 접촉하면서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나?
"고이즈미 정권에서 아베 정권으로 이어진 정책 방향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지방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니까. "

- '고이즈미 개혁'으로 불렸던 정책방향을 완전히 바꿔달라는 것인가?
"그렇다기보다는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 이번 선거결과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라고 보는가?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 그 동안 일본 국민이 자민당 외에 정권을 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10년 전까진 자민당-사회당 체제였다. 사회당은 정권을 잡으려는 의지가 없었다. 반대세력일 뿐이었다. 이제 겨우 정권을 담당할 수 있는 야당을 키워냈다고 본다."

-자민당과 비교해서 민주당의 색깔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나?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지금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시대가 아니니까, 보수-진보의 구분은 없어졌다. 미국의 공화-민주, 영국의 보수-노동당과 마찬가지 관계가 아닐까."

-고이즈미 총리 이래로 일본을 '강한 리더십'이 지배해왔다고 보는데.
"환상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능란한 언론 플레이와 독특한 캐릭터로 지지가 높았지만 그런 환상에서 국민이 점점 눈을 뜨게 됐다. 그 5년이 과연 무엇이었나, 무엇이 바뀌었나,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 것이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나있다."

-정권교체가 정말 가능할까?
"이번에 분명히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민의가 나타났다. 다음 총선거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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