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1일 밤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어 미국의 소극적인 자세를 규탄하며,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미 세력들이 '미국이 나서라'고 고함을 지르면 지를수록 미국은 '테러와 협상 없다'는 대원칙 속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오늘(2일) <조선일보> 사설의 한 대목이다. 얼핏 보면 미국이 처한 '어려운 입장'을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선일보>가 처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사태 장기화돼도 미국 두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것인가? 인질 사태가 장기화되고, 인질이 추가 살해될수록 이를 방치하고 있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 또 무기력한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은 더욱 비등해질 터이고, 국민들이 겪게 될 감정의 기복 또한 그 진폭이 더 커질 것이다. 갈수록 그 비판 여론의 화살은 결국 '미국' 쪽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조선일보>는 그때에도 계속 '미국'을 두둔할 수 있을 것인가?
<조선일보> 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 기독교 세력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딜레마다. 온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처럼 인질들이 빠른 시일 내에 무사히 풀려날 수 있다면 그처럼 다행스런 일이 없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조선일보>는, 한국의 보수 세력은, 또 기독교계는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탈레반의 만행만을 지탄하고 말 것인가? 아프간 정부만 탓할 것인가? 정부의 무력함에 화살을 돌릴까? '테러와는 타협 없다'는 미국의 '원칙'을 계속 존중할 것인가? '비상한 각오'로 군사작전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조선일보> 스스로 제시한 바 있다. 인질 사태 발생 이후 7월 21일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련 사설을 실어 온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다. 7월 21일자 첫 사설에서 아프간 선교활동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일관된 논조는 인질들의 무사 석방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또 이를 위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상반되는 요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정부가 보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한국 정부를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7월 28일자 사설)
"국제사회는 테러범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 다른 테러를 부를 뿐이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지난번 이탈리아인 인질을 탈레반 죄수들과 교환했던 전례가 탈레반이 이번 인질극을 다시 벌이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일면은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례가 드문 대량 인질 사태를 당한 지금은 인도적 관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가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여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8월 1일자 사설)
표현이야 완곡하지만, 인질들의 무사 석방을 위해서는 '테러와는 협상이 없다'는 원칙을 잠시 접고, '인도적 관점'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 등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응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조선>이 한 얘기, 시민사회단체가 하면 '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