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한국인 피랍사태 보름째인 2일 납치무장세력인 탈레반이 '협상선호' 방침을 천명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군사작전'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국이 '직접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미묘한 국면 전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제시하는 죄수 가운데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프간 당국이 '사면을 통해 석방'하는 방안을 유력한 해결책으로 거론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하지만 아프간 군당국이 가즈니주의 피랍자 억류 추정 지역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 피난할 것을 요청하는 전단을 뿌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프간 정부와 별도로 탈레반 세력과의 '접촉채널'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인질석방' 여론 확산에 주력하는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탈레반은 최종 협상시한으로 설정했던 1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이 하루 가까이 지난 2일 오후까지도 새로운 협상시한을 제시하지도, '추가 인질 살해' 위협도 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일 연합뉴스와 간접 통화에서 한국 정부와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마디는 "인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기 원한다"며 "인질 16명의 건강이 좋지 않으며 이 가운데 여성 2명은 병세가 위중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1일 "시한이 지났지만 우리는 교섭을 선호한다.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 주지사는 2일 AFP통신에 "한국 외교대표단이 탈레반과 직접 만나 한국인 석방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탄 주지사는 "한국의 이러한 요청을 탈레반이 수용했다"면서 이 회담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당국, 우방과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하면서 납치된 분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납치단체와 다각적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RF에 참석중인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질의 안전한 석방"이라고 강조한 뒤 "양국은 빠른 시기에 안전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다 동원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군사작전 가능성을 배제한 가운데 아프간 군 당국은 인질이 억류돼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아프간 당국은 인질 구출작전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탈레반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전격적인 인질 구출작전을 감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한편,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미국이 이번 사태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사태 해결을 촉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번 사태 해결의 키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식의 논리비약은 피해야 한다"면서 "냉정한 상황판단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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