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날?... '자가용 없는 날'로 바꾸자

자전거는 차가 아니라는 오해 불러일으켜

등록 2007.08.12 19:26수정 2007.11.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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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오는 9월 10일 서울시는 '차 없는 날'을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대기오염 저감, 에너지 절약이란 목표를 내건 이 행사는 올해의 경우 종로 지역에서 자가용을 통제하는 등 훨씬 강력한 정책이 마련됐다.이번 행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는 올해 '차 없는 날'을 맞아 세종로 4거리와 흥인지문 왕복 8차로(2.8km)를 새벽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대신 종로에 임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고, 노선버스 이외의 모든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된다.오전 9시까지 서울버스 무료 탑승이 실시되는 등 대중교통 사용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함께 이뤄진다.좋은 정책이다. 실제 자가용 없는 하루를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단순 캠페인보다는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그런데 주최측은 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행사 이름을 '차 없는 날'이라고 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행사의 취지와 이름은 아주 이상하게 꼬여버렸다.@IMG2@차를 타지 말고 자전거를 타자?주최측은 이날 자가용 사용을 자제하게 하고, 대신 버스와 자전거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버스도 차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차에 포함된다. '차 없는 날'이라고 하면 버스, 차도 탈 수 없고 단지 걸어다녀야 한다는 뜻이 된다.그래서 각종 자전거 동호회 등에선 이와 같은 웃지 못할 질문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헛, 그럼 자전거는 안된다는 말인가요?""자전거도 차라지만 자전거도 통제하면 뭔가 취지에 안맞는 것 같은데요. 자전거가 뭐 그리 환경에 해가 된다고.""차 없는 거리, 차 없는 날에서 자전거는 제외인가요?"물론 주최측이 밝힌 취지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제목은 취지보다 훨씬 홍보 효과가 크다. 취지는 한 줄도 읽지 않은 채 제목만 보고 행사를 판단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이날 많은 숫자의 자전거가 종로를 비롯 서울 거리를 누빌 것이다. 그 때 '차 없는 날'만 기억하는 시민들은 '자전거는 차가 아니다'라고 오해할 수 있다. 실제 '차 없는 날'(www.carfreeday.or.kt) 홈페이지에 가보면 "차보다 자전거를 더 이용하여 건강 찾고 절약도 하고"처럼 '차'와 '자전거'를 나눠 생각하는 글을 볼 수 있다.지금 자전거가 제대로 교통체계 속에 들어오지 않는 데는 '자전거는 차가 아니다'는 고정관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가 차도에서 달리면 불편한 이물질로 생각하고, 자전거를 탄 사람도 보행로에서 아무렇지 않게 달린다. 보행로에선 보행자 보호의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빵빵'거리기조차 한다.@BOX1@얼마 전 자전거로 종로 거리를 달리다 경찰관한테 보도로 올라가라며 제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 경찰관은 "위험하다"면서 보도로 올라가서 달리라고 말했다. 근처엔 자전거 도로가 없었으니 오히려 위법을 조장한 꼴이다. 모두 '자전거가 차'라는 생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가 차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신호체계 마련, 차선 마련, 차보험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일이 돼 버린다.'차 없는 날'이라는 이름은 자전거 활성화엔 도움이 되겠지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또 다른 문제는 '차 없는 날'은 자동차 운전자들조차 헷갈리게 할 수 있다. 주최측이 밝혔듯이 '차 없는 날'에서 규제 대상은 자가용이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 트럭,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은 제외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차 없는 날'이라고 하면서 모든 차량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줄 수 있다.'차 없는 날'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주최측의 한 인사는 "카 프리 데이(Car Free day)를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차 없는 날'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Car)는 현재 자동차(motorcar, automobile)과 같은 뜻으로 쓴다. 특히, 버스 트럭 택시는 car라고 하지 않는다. 영어사전에서 나온 뜻만 봐도 car는 '자가용'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캠페인은 하루지만 행사명은 사람들 기억 속에 박혀 1년 내내 간다. 캠페인에서 정확한 용어가 중요한 이유다.
2007.08.12 19:26 ⓒ 2007 OhmyNews
#차 없는 날 #자가용 #대중교통 #자전거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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