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자전거 꼭 고철 처리해야 하나?

서울시 처리업체 모집, 비영리 재활용 업체 참가 불허

등록 2007.08.31 16:19수정 2007.11.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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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서울시가 무단 방치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오랫동안 방치된 자전거를 공매하며, 이를 처리할 방치자전거 수거 및 처리업체를 모집하고 나선 것.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아파트 가구수는 약 279만 가구. 자전거 재활용 단체인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가 지난해 서울, 경기 68개 아파트단지 자전거를 수거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낸 결과 279만 가구의 자전거 보유량은 약 200만대, 이중 방치자전거는 약 2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와 올해 서울시는 3241대 자전거를 수거해 이중 1676대를 매각했다. 서울시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 자전거 보관대 위주로 점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학교, 하천변 등에 방치된 자전거는 빠진 셈이다.이처럼 방치자전거가 많다 보니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 먼저 자전거 보관소가 제 역할을 못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세울 곳이 없어 타기를 망설이게 된다.도시 미관도 해친다. 먼지가 자욱이 쌓인 자전거들이 있는 보관소는 도시의 흉물이다. 그런 보관소들 옆엔 자연스럽게 쓰레기들이 쌓인다. 보도가 줄어들고 보행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현재 각 자치구가 모은 방치자전거를 법령에 따라 처리를 하고 있지만, 공무원 인력 부족, 보관소 부족 등 여건에 따라 실제 제대로 처리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방치자전거 수거·처리시스템의 구축·운영 방안'을 내건 것은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실제 이로 인해 지저분한 지하철역 주변이 대폭 밝아질 전망이다.하지만 흠 한 가지가 눈에 띈다. 서울시는 무단 방치자전거 처리에 나서면서 그 일을 수행할 주체를 '고철과 폐품을 처리할 수익업체'로 기준을 좁혀 버렸다. 즉 방치자전거를 수리해 재활용하는 비영리업체의 참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여러 단체들 자전거 재활용하고 있어@IMG2@인천보호관찰소는 지난해 4월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한 뒤 저소득층 가정이나 복지시설에 기증하기 위해 '종합사회봉사지원센터'를 열었다. 지난해 어린이용 자전거 120대, 일반 자전거 100대를 그렇게 수리해서 주민들에게 넘겼다.강남 자활후견기관도 자전거 이동수리사업단을 운영하면서 강남구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한강 둔치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모았다. 수리한 자전거는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거나 싼값에 팔았다.원미자활후견 기관 또한 지난해 방치자전거를 수거한 뒤 재조립해 약 120여대를 북한 개성공단에 기증했다.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는 아예 재활용 자전거 사업만을 위해 지난해 만들어졌다.몇몇 지자체도 자전거 재활용에 뛰어들었다. 광진구는 2001년과 지난해 주인 잃은 자전거를 모아서 수리한 뒤, '녹색자전거'로 등록하고 무료 대여했다. 창원시도 지난해 700여대의 방치자전거를 모아 주민들에게 기증한 바 있다.쓸모 없다고 버려진 방치자전거지만 손질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그러나 이번 서울시 계획에서 주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거나 임대할 계획을 가진 업체들은 참가할 수 없었다. 서울시가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영리업체'로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방치자전거를 서울시에서 사서 주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을 갖고 있었던 모 단체는 서류단계에서 떨어졌다. 비영리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 업체가 갖고 있던 등록증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고유번호증'.물론 비영리업체라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측 담당자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오히려 답답해 했다. 하지만 그 경우 정관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 무료 배포라는 지금까지의 활동과 어긋난다는 게 해당 업체 관계자의 항변이었다.자전거 재활용 불가는 서울시측 입장@IMG3@서울시 관계자가 '재활용'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시행령'(이하 자전거활성화법)에서 무단방치 자전거 처리시 오로지 '매각'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시행령 제20조 '자전거의 무단방치금지'>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전거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동·보관·매각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시행령에 따르면 '기타 필요한 처분'이라고 모호한 표현이 있지만, 주관부서인 행정자치부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각만 가능한 게 맞다'고 결론지었다.그런데, '매각만 가능한 것'은 어디까지나 서울시가 주체가 됐을 때다. 서울시 관계자도 인정했듯이 서울시가 방치자전거를 갖고 무료임대를 하려면, 먼저 매각한 뒤 다시 구입해야 한다. 현행 법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자치부에 법 개정을 의뢰해놓은 상태다.'재활용'을 빼면 결국 남는 것은 고철 처리뿐이다. 그리고 고철을 처리하면 수익이 생긴다. 그러면 세금을 내야 하니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업체가 참가하는 게 옳다. 이게 서울시측 논리다.하지만, 매입하는 쪽이 주체가 됐을 때는 다르다. 서울시가 매각한 자전거를 갖고 고철 처리하든, 무료제공을 하든 상관이 없다. 단 무료제공을 할 때는 비영리이기 때문에 '고유번호증'만으로 가능하다.서울시가 '사업자등록증'을 고집한 이유는 서울시 입장에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업체의 참가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은 자격이 되고, '고유번호증'은 안된다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자전거 재활용은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자전거를 다시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도 줄인다. 몇 만원짜리 자전거를 사기도 힘든 사람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하지만, 서울시 방치자전거의 앞날은 이미 정해졌다. 지난 29일로 방치자전거 수거 및 처리업체 모집이 끝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거될 자전거는 모두 고철 처리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 방치자전거 수거 및 처리업체 모집은 16일 시작해 29일 끝났다.

2007.08.31 16:1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서울시 방치자전거 수거 및 처리업체 모집은 16일 시작해 29일 끝났다.
#자전거 #서울시 #재활용 #방치자전거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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