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뵙고..."

[이사람] '孝 전도사' 전남 광양 안한성 할아버지

등록 2007.10.01 18:10수정 2007.10.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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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효는 우리 문화의 바탕이다. 그러나 최근엔 그 정신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사진은 지난해 노경회가 베푼 경로잔치 모습이다. ⓒ 이돈삼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효는 우리 문화의 바탕이다. 그러나 최근엔 그 정신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사진은 지난해 노경회가 베푼 경로잔치 모습이다. ⓒ 이돈삼

부모를 잘 모시는 ‘효’는 인륜의 기본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여 공양미 삼백석 대신 용왕에게 바칠 제물로 자신의 몸을 판다는 애절한 사연이 가슴에 와닿는 <심청전>은 효 사상의 백미로 꼽힌다.

 

이렇듯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도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효’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문화의 바탕이 될 정도로 중시돼 왔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로 치닫고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어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세대갈등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네 가족공동체도 무너지고 있다. 최근엔 노인인구가 늘면서 효와 가족, 노인문제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일상생활에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보살피면서 효를 실천하고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효를 전파하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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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노인을 공경하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안한성 할아버지. 주민들 사이에서 '효 전도사'로 통한다. ⓒ 이돈삼

사단법인 노인을 공경하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안한성 할아버지. 주민들 사이에서 '효 전도사'로 통한다. ⓒ 이돈삼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보고 잘 모십시다. 내 부모님께 못다 한 효, 이웃 어른께 돌립시다.”

 

사단법인 노인을 공경하는 모임 ‘노경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안한성(安漢成·72·전남 광양시 진월면 차사리) 할아버지.

 

‘효’가 모든 행위의 근본이며 예절의 시작이라고 역설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효를 실천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효를 가르치는 것을 일상의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내 나이 열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3년 동안 아침저녁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산소에 다녔는디. 지금도 집 옆에 있는 산소에 틈나는 대로 다니는디 아직도 여한이 많이 남어. 나처럼 부모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하는, 그런 불효자가 없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여.”

 

‘임마누엘 시온양돈농장’을 운영하는 그의 어려운 이웃 돌보기는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려운 이웃을 도운 기록을 따로 정리해 두지 않아서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마을경로당 시설, 신부전증 환자 수술비 지원, 노인관광, 주거환경 개선, 의치 시술, 혼자 사는 할머니 봉양, 용돈지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면서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비 800만원을 들여 만든 게 노경회다. 2002년의 일이다.

 

이후 봉사활동의 선이 더 굵어진 것은 당연지사. 개개인을 돕는 차원을 뛰어넘어 경로위안잔치, 혼자 사는 노인가정 주거환경 개선 및 생계비 지원, 쌀과 생필품 지원, 사랑의 지팡이 전달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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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잘 섬기는 ‘부모교’가 최상의 종교라고 말하는 안 할아버지. 그는 늘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보고, 내 부모님께 못다 한 효는 이웃 어른께 돌리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 이돈삼

부모를 잘 섬기는 ‘부모교’가 최상의 종교라고 말하는 안 할아버지. 그는 늘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보고, 내 부모님께 못다 한 효는 이웃 어른께 돌리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 이돈삼

지난해엔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호박과 김장 배추 재배사업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노인 30명을 채용해 소일하면서 용돈을 벌고 운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 노인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시내버스(광양교통) 운전자들을 찾아가 김장 배추와 돼지고기를 전달하며 ‘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안전하게 잘 모셔달라’고 당부한 것도 눈에 띈다.

 

노인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영양제도 지난해와 올해 사단법인 온누리약사복지회의 후원으로 수백 상자를 가져다가 전달했다. 어려운 형편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만들어준 것도 부지기수다.

 

“예전엔 오해도 많이 받었어. 돼지 키워서 여기저기 희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다 본께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뭔(선거)가 나올 것’이라 했어. 손사래 쳐도 쉽게 믿지를 않았응께.”

 

그가 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노인과 어려운 이웃의 손과 발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후원이 컸다. 7남 3녀 모두 아버지가 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돈으로 도움을 주고, 물건이 필요할 때면 물건을 보내왔다.

 

큰아들 병영(50)씨는 열심히 키운 돼지를 해마다 수십 두씩 내놓았다. 경로잔치나 노인관광, 면민체육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에 돼지가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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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한성 회장과 정성수 기획실장이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노경회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이돈삼

안한성 회장과 정성수 기획실장이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노경회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이돈삼

“불평은 없는 것 같애. 내가 개인적인 유흥비로 쓰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 한다는디….”

 

혹 자녀들의 불만은 없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자녀들뿐 아니라 손자·손녀들도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마음으로 돕고 있다고.

 

장남 병영씨는 “아버지께서 직접 저한테 ‘노인공경’ 글자가 새겨진 배지를 달아주시면서 너부터 모범을 보이라고 하셨다”면서 “다른 곳에 사는 형제자매들도 명절 때 집에 오면 이웃을 찾아뵙는 게 일상생활이 됐다”고 귀띔했다.

 

“부모를 잘 섬기는 ‘부모교’가 최상의 종교”라고 강조하면서 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받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 할아버지는 오늘도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보고 잘 모시자’, ‘내 부모님 안 계신다고 뒷짐지지 말고 내 부모한테 하지 못했던 것, 이웃 어른들께 마저 하자’며 온몸으로 효를 전파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한 분이라도 더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보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안 할아버지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보살피기 위한 재가노인복지시설 설립도 내년 7월 개원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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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선소리 거리에 내걸린 노경회 플래카드.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향우들을 향한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선소리 거리에 내걸린 노경회 플래카드.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향우들을 향한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이돈삼
2007.10.01 18:10 ⓒ 2007 OhmyNews
#안한성 #노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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