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과 정조 전하, 성격이 망측하옵니다

드라마를 통해 비교해 본 캐릭터 분석

등록 2007.10.19 15:30수정 2007.10.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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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이산>. ⓒ MBC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한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 같은 말에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의 성종과 MBC 월화드라마 <이산>의 세손 이산(훗날 정조)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들 캐릭터대로 추측해보면 이렇다. 성종, 시꺼먼 눈썹으로 눈을 부릅뜨며 말할 게다. "소화 낭자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함이 없소." 세손 이산은 쓸쓸한 표정으로 말할 테다. "아니다. 내 탓이다. 어떻게 그대를 탓하겠느냐?"

SBS <왕과 나>와 MBC <이산>이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재미의 한가운데 이들이 있다. 궁중 암투를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이 두 임금이 주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수렴청정 탓에 왕이되 아직 왕이 아닌 성종(고주원)과 서슬 퍼런 할아버지 탓에 곧 정조가 될 세손이지만 세손이 아닌 이산(이서진), 이 두 주인공을 비교했다. 알면 더 재미있다. 드라마가 알려주는 이들의 실체.

관심사

성종: 어떤 여인네와 자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라를 다스릴 '정사(政事)'엔 관심 없고, 여인네를 다스리는 '정사(情事)'에만 관심 있다. 오늘은 어떤 여인네와 합방할까? 그리고 오랜 정인이라고 굳게 믿는 소화 낭자.

세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은 어떻게 해서 살아남을까? 나를 모함하는 이들을 어찌 잡을까?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 영조의 시험을 통과할까? 왕이 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기


성종: 주색잡기. 변덕이 심한 바람둥이. 이미 '바람 성종'으로 찍혔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마다 않는다. 수렴청정을 빙자해 오로지 방중술에 매진한다.

세손: 무술과 예술. 화살은 쏘는 족족 명중이며, 칼 든 자객을 맨손으로 물리칠 만큼 탁월한 무술실력을 지닌 세손 저하다. 거기다 도화서 화공도 틀리는 그림 화풍을 척척 알아맞힐 만큼 그림에 조예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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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 ⓒ SBS

취미

성종: 궁내 산책(실은 궁녀 산책). 술래잡기(물론 궁녀들과).

세손: 독서. 중국사신이 지은 책도 미리 읽을 정도.

성격

성종: 단순하고 급하다. 망설임이 없다. 윤소화가 출궁 당한다고 하자 그 길로 대비전으로 뛰어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호소하거나, 윤소화가 '합궁'을 거부하자 3초 만에 일어서서 혼자 길길이 날뛰다 뛰쳐나갈 만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귀가 얇다. 남의 말을 잘 믿는다. 신하나 내관이 조르르 와서 고하기만 하면 대뜸 믿는다. 소화가 과거에 정인이 있었단 말도 잘 믿고, 소화가 저는 오로지 임금만 연모했단 말도 잘 믿는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딱 좋다.

세손: 복잡하고 신중하다. 냉소적이다. 냉소는 세손의 힘. 아무도 못 믿는다. 그나마 정 내관과 어려서 얼떨결에 사귄 동무인 대수와 송연이만 믿는다. 하도 당해 이제 웬만한 일엔 크게 놀라지도 꿈쩍하지도 않는다. 세손이 내린 휘지를 모사한 가짜 휘지로 인해 세손이 잡은 죄인들이 모조리 죽음을 당한 뒤, 신하들이 세손을 비방하는 상소를 올릴 때도 피식 웃으며 말한다. "통촉하옵소서. 망극하나이다란 첩지들이 난무하지 않겠느냐?" 툭하면 "내가 누굴 믿겠느냐?" 소릴 달고 산다.

그래서 작은 일에 감동한다. 아무도 감히 자신을 "산아"라고 부른 적이 없는 터라, 어렸을 적 송연이 그를 "산아"라고 부르자, 감동한다. 송연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자, 송연의 '이산' 이 된다.

감각

성종: 여자를 보는 감각이 있다. 어린 소화 낭자의 미모를 일찍이 알아보고 작업을 할만치, 미녀를 미리 알아본다. 감성도 풍부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화 낭자를 출궁시키지 말아달라고 말할 만치, 눈물도 많다.

이산: 유머감각이 있다. "내가 태어나서 딱 두 번 맞아봤는데, 그게 다 너한테다." 무관시험을 걱정하는 대수에게, 세손도 때려눕힌 너를 이 세상 누가 이기겠냐며 농담도 한다. 언어감각도 있다. 영조도 넘어간다.

여자관계

성종: 복잡하다. 중전인 공혜왕후, 소화 낭자, 새 후궁, 그리고 성은을 입은 셀 수 없는 궁녀들.

세손: 단순하다. 조강지처인 세손비(박은혜), 그리고 아직은 '동무'인 도화서 다모 송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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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에서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 이산(이서진). ⓒ MBC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실체

성종: 오랜 정인으로 드디어 최근에 후궁이 된 소화 낭자. 어려서 거들떠도 안 보던 자을산대군이 궁에 들어가 임금이 될 것이라고 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훗날 혼인을 약속해주는 영민함을 지녔다. 업히기와 목욕하길 좋아한다.

이산: 어려서는 '동무'였고, 훗날 우정이 사랑으로 바뀔 예정인 송연. 어려서부터 조선시대 보기 드물게 앞머리를 자를 정도로 자기도 모르는 패션감각을 지녔다. 타고난 그림 실력에 도화서에서 갈고 닦아 빨래도 잘한다.

수족 같은 인물

성종: 천동이 김처선. 어려선 아니었지만 어른이 된 뒤 스스로 '양물'을 잘라내고 내관이 돼 그를 보필한다. 성종의 여자인 소화 낭자를 사랑하는 일편단심 김 내관.

이산: 대수. 어려서 내시로 궁궐에 들어갔지만, 궁궐을 나와 '양물'을 보전하고 무관이 돼 그를 보필할 예정이다. 세손의 여자인 송연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대수.

두려워하는 인물

성종: 인수대비 마마. 마마 콤플렉스다. 아직 대비전의 수렴청정을 받고 있는, 무늬만 왕인 신세다.

세손: 할아버지 영조 임금. 할바마마 콤플렉스다. 말이 좋아 세손이지, 언제 할아버지 손에 죽을지 몰라 전전긍긍인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고민

성종: 소화 낭자 맞아 삼만 리. 드디어 맞았다, 후궁으로.

이산: '동무' 찾아 삼만 리. 드디어 찾았다, 도화서 다모로.

믿거나 말거나 설

성종: <왕과 나>의 '나'가 사람이 아니라 실은 남자의 생식기 혹은 성기를 이르는 '양물'이라는 설이 있다. 계속 자르느냐 마느냐, 합궁하느냐 마느냐로, 이 '양물'의 생존 여부와 쓰임새에 집중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양물'이 든 단지를 신줏단지 모시듯 모시다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내관을 통해 '양물'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정기를 보호하는 침술과 뜸, 보혈과 강장에는 으뜸으로 치는 약주부터, 합궁을 위한 실연 강의까지 세세히 그려 '양물'의 강건한 쓰임새를 설파한다.

세손: <이산>이란 제목이 실은 주인공 세손 이산이 하는 일마다 꼭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세손이 항상 속으로 "이 산이 아닌가벼"해서 생긴 제목이라는 설이 있다. 전생에 종사관이었던 세손이 다모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세손인 현세에도 '다모'에 집착증세가 있다는 설도 있다. 자꾸만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할 것 같다. 극 중 인물도 그걸 간파했는지, 실제 극 중에서도 세손이 '광증'으로 아프단 설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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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의 한 장면. 성종(고주원)과 후궁 첩지를 받기 전 소화낭자(구혜선). ⓒ SBS

#사극 #왕과 나 #이산 #성종 #정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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