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지천으로 피어나는 나의 보물창고, 화야산

'들꽃'을 주제로 한 여행

등록 2007.10.30 16:59수정 2007.10.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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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나의 여행주제는 '들꽃'이다.
 
제주에 발 딛고 살 때는 걸어서 텃밭에만 나가도 꽃이 지천이었고, 십여 분 발품을 팔면 바닷가에 핀 꽃들을 만났다. 차를 몰고 중산간으로 향한 후 대략 10분이면 오름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만날 수 있었고, 조금 더 정성을 들이면 한라산자락에 안겨 흔하지 않은 제주의 꽃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었다.
 
지천에 보물, 그러나 지천이라 할지라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지천이니 행복하다 말하면서도 그 행복의 크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제주의 생활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던 날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와 눈맞춤을 하고 떠났는데 서울은 아직 봄이 멀리 있는 듯 푸른 빛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꽃을 만날 수 있는지도 몰라 양지바른 근린공원 언덕의 푸른 빛만 따라다녔다.
 
a 화야산의 봄꽃들 이른 봄부터 4월 이전에 만난 꽃들이다.

화야산의 봄꽃들 이른 봄부터 4월 이전에 만난 꽃들이다. ⓒ 김민수

▲ 화야산의 봄꽃들 이른 봄부터 4월 이전에 만난 꽃들이다. ⓒ 김민수
 
그러던 어느 날, 화야산이라는 곳에 청노루귀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청노루귀', 그것이 피어 있는 산이라면 다른 봄꽃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 같았다.
 
화야산은 가평군 외서면과 양평군 서정면에 걸쳐 있는 해발 755m의 산이다. 북한강이 산 북쪽을 돌아 남쪽으로 향해 나란히 흘러가는 가운데 있으므로 산행 중에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곳이라면 제주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잠재우기 위해 종종 들렀던 두물머리와 가까운 곳이 아닌가!
 
지인의 소개를 받아 그곳을 찾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내가 처음 온 산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시절에 친구들과 종종 왔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꽃이 보이지 않았던 때였다. 무엇에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달라지는 법이다.
 
a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흔한 꽃은 물론이요 흔하지 않은 꽃들도 지천이다.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흔한 꽃은 물론이요 흔하지 않은 꽃들도 지천이다. ⓒ 김민수

▲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흔한 꽃은 물론이요 흔하지 않은 꽃들도 지천이다. ⓒ 김민수
 
화야산, 그곳은 예상대로 야생화 천국이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부터 흔하지 않은 꽃들이 계절을 앞다퉈 피어나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다른 여느 산보다 일찍 꽃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너도바람꽃은 전국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로 일찍 피어나고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만주바람꽃 등 이른 봄 잔설이 남은 계속에 꽃들이 피어나고, 그것도 드문드문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더기로 피어난다는 것이다.
 
지금도 보랏빛 얼레지 동산은 눈에 선하다. 보랏빛 얼레지들 속에 하얀 얼레지가 점점이 박혀 있는 모습, 그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이미 화야산은 들꽃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른 봄이면 다 큰 어른들이 계곡 곳곳에서 땅에 엎드려 작은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꽃을 만날 마음만 있다면 초자라도 쉽게 꽃을 만날 수 있고, 꽃 이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꽃이죠?"하고 물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a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그 곳은 나의 보물창고다.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그 곳은 나의 보물창고다. ⓒ 김민수

▲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그 곳은 나의 보물창고다. ⓒ 김민수
 
언젠가 그곳에서 얼레지를 열심히 담고 있는데 한 분이 흰 얼레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더 예쁜 하얀 얼레지가 있어 화답으로 그분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사진을 한참 담고 내려오는 길에 소속사(?)를 물었다. 여기서 소속사란 활동하는 야생화 사이트를 이르는 말이다. 야생화를 혼자 알아가기 쉽지 않기에 들꽃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야생화관련 사이트에서 활동한다.
 
"저는 ○○마을의 ○○입니다."
"어머, 저도 거긴데. ○○님, 저는 ○○이에요."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들꽃과 관련한 사이트상에서만 만나던 사람들이 약속하지 않아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들꽃들이 화야산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a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꽃에 취해 산꼭대기를 올라가보질 못했다.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꽃에 취해 산꼭대기를 올라가보질 못했다. ⓒ 김민수

▲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꽃에 취해 산꼭대기를 올라가보질 못했다. ⓒ 김민수
 
한동안 시간만 나면 달려갔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가도 늘 계절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을 놓치곤 했다. 그리고 산마다 지역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다르기 때문에 화야산만을 고집하면 다른 만날 수 없는 꽃들도 있으니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지나치게 되는 계절이 있다.
 
그러나 봄, 그렇다. 봄이라면 화야산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다른 곳에는 성성한 얼음이 채 풀리지 않았다 해도 그곳 계곡의 바위틈 어딘가에는 바람꽃과 노루귀가 수줍게 피어나 봄을 노래하고 있으니까. 이곳의 봄은 조금 이르다. 마음이 급한 이들은 1월 말부터 봄꽃을 찾아 보물찾기를 하고, 놀랍게도 어딘가 숨어 있는 봄꽃을 기어이 찾아내 춘심을 자극한다.
 
지난해에는 12월 31일, 새해가 밝기도 전에 동해에서 복수초가 피었다는 속보가 들려왔다. 간혹 이렇게 빠른 경우에는 선수를 놓치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화야산은 그런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골고루 선두를 달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a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봄꽃들 지천이다.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봄꽃들 지천이다. ⓒ 김민수

▲ 화야산에서 만난 봄꽃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봄꽃들 지천이다. ⓒ 김민수
서울생활을 하면서 특종감의 꽃을 만나려면 최소한 경기도를 넘어 강원도는 가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화야산을 중심으로 양평 근교에만 해도 신비한 들꽃들, 흔하지 않은 꽃들도 많다.
 
오늘 소개한 야생화들은 이른 봄부터 4월 이전에 화야산에서 만난 꽃들이다. 물론 다 소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스무 가지를 챙겼다. 그러니 '들꽃'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이곳을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보물창고 화야산,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한다. 모쪼록 그곳에 가시거들랑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오시길.
덧붙이는 글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봄꽃 #화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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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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