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특별한 식탁이 차려집니다

[인터뷰] 장애인들에게 무료 자장면 대접하는 김선경씨

등록 2007.10.31 20:28수정 2007.11.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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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마이뉴스-한림대 기자상 응모작입니다. 김연수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언론 전공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주>

완연한 가을이다. 산은 노랗게, 붉게 물들어가고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차갑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강원도 춘천시 구봉산 입구에 위치한 한 중식당. 지난 화요일 찾은 이 식당은 오전부터 시끌벅적했다. 인적 드문 이곳에 무슨 '맛집'이라도 숨어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곳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는 이들은 장애인들이었다.

 

이 식당의 김선경(31) 주방장 겸 사장은 첫째 주를 제외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장애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아침부터 주방은 생기가 넘쳤다. 오전 11시30분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밀알 재활원' 식구들이 오기로 돼 있다.

 

한 달에 약 120명 정도 되는 장애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김씨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느냐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솔직히 비용은 의식하지 않아요. 애초에 비용을 우려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음식도 드시고 싶은 만큼 만들어 드리고 있고요."

 

젊은 나이지만 힘들 법한 일이다. 그러나 김씨는 "일을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행복하다"고 웃는다.

 

이제 갓 나이 서른을 넘긴 김씨지만 그의 봉사 경력은 길다. 12년간 보육원이나 장애인 보호 시설을 위로방문하고 있으며 중식당 사장으로 자신의 식당에 장애인을 초대한 지도 벌써 6년이 된다. 김씨는 매주 다른 장애 시설에 연락해 이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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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경씨 ⓒ 김연수

 김선경씨 ⓒ 김연수

'나누는 삶'에 젊음을 바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김씨는 살짝 고개를 숙인다.

 

"사실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어요, 물론 장애는 겪지 않았지만 고아원에서 나눔의 기쁨을 배웠죠.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면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요리 얘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은 곧 밝아졌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언젠가는 어려운 이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결국... 지금 이러고 있네요."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김씨는 상당히 어색했다고 한다. 식사하러 오는 장애인들 얼굴에서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을 하다 보니 점차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내성적이던 한 지체장애인 친구가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말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 장모님과 함께 중식당을 운영한다. 힘들게 일군 식당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봉사를 하는 데 대한 주위 반응이 궁금하다.

 

"결혼 전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뜻 딸을 주신 분이 장모님이세요. 그런 의미에서 저의 영원한 후원자이시기도 하고요."

 

김씨는 지금도 장모님, 아내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그러나 김씨는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 3~4년 내에 매일 두 번의 식사를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한다. 김씨는 원래 이 같은 선행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그러다 몇 달 전 우연히 'MBC 강원365'에 방송된 뒤 '내가 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나누는 삶'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처음에만 힘들 뿐, 그 이후는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나눔을 미루지 마세요."

2007.10.31 20:28 ⓒ 2007 OhmyNews
#김선경 #수타라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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