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당수사랑가>의 한 장면
(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
<인당수사랑가>라는 뮤지컬 이름을 들었을 때 기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인당수'는 심청이가 몸을 던지는 바다이고,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고 노래하는 '사랑가'는 춘향전에 나오잖아요. '두 고전을 섞었나?'
극장을 찾아가 본 결과, 정말 그렇더군요. 뮤지컬 <인당수사랑가>는 '심청전'과 '춘향전'을 하나로 묶은 '퓨전극'입니다.
그런데 이 공연, 단지 두 고전을 '퓨전'한 것 외에도 다양한 '퓨전'이 보여요. 판소리로 대표되는 국악이 나오는 동시에 우리 속담을 가사로 쓴 랩 또한 들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퓨전음식이 그렇듯이) 퓨전극 또한 얼마나 잘 융합(퓨전)했는지가 관건일 터. 그런데 아쉽게도 <인당수사랑가>는 그 덕목을 끝까지 지켜가지 못해요.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하죠.
막이 오르자 "오월 단오 꽃향기 날리네"라고 노래하며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양반 옷을 입고 등장한 이는 사또 아들 몽룡. 이어서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녀가 보살피는 눈 먼 아비는 "그네나 실컷 타고 오너라"고 소리치네요. 그녀의 이름은 심춘향. '장님 아비를 부양해야 하는 효녀'의 캐릭터를 춘향전으로 가지고 온 거예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 설정은 독특합니다. 몽룡이 그네를 타는 춘향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 관객이 이미 아는 바이지만, 둘은 몽룡의 아버지인 사또의 반대에 부딪혀 이별하게 되거든요. 야반도주한 몽룡과 춘향을 사또 일행이 찾아내는 데는,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네가 돈을 노리고 심봉사에게 술책을 쓰기 때문이고요. 한양에 간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에게 변학도가 접근하는 방식도, '옥중에 갇힌 눈 먼 아비'를 들먹거리며 수청을 강요하니까요.
이렇듯 신선한 재구성에, '한 판 거하게 놀아보는' 마당극의 정신이 결합되어 중반까지 객석은 계속 즐거워했어요. 춘향과 몽룡의 '닭살 돋는' 애정연기도, 남자배우들이 '동네처녀'로 분해 우스꽝스러운 여장을 하고 춤을 추는 장면도 충분히 재미났어요. 특히 실력 있는 판소리 창자이기도 한 정상희씨가 판소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무대·객석과 소통할 때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