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여름 역사 속 인도로 숨어버리다

무작정 떠나는 인도배낭여행-3-커주라호

등록 2007.11.16 18:39수정 2007.11.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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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otic Religion' 천의 얼굴, 힌두교의 새로운 모습이 반가운 도시, 커주라호.

 

섬기는 신이 하도 많아 우리의 무속신앙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힌두교. 힌두교를 빼면 인도를 설명할 수 없다. 어디를 가도 힌두교의 사원을 만날 수 있지만 흔한 사원들과 다르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커주라호'다.

 

옛 찬달라 제국의 수도였던 커주라호는 지금은 작은 농촌 마을에 불과하다. 이곳이 주요 여행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서부사원군' 이라고 하는 사원 밀집지역 때문인데 종교사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화려한' 사원 조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원의 외벽은 온통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카마수트라의 기원인가 싶을 만큼의 다양하고 적나라한 장면들은 어느 '포르노' 잡지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곳에 왔던 간디가 분노하며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고 했을까. 영국에도 비폭력을 주장했던 간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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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주라호 서부사원군 새로운 장면,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기환

▲ 커주라호 서부사원군 새로운 장면,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기환
실제로 엄격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대부분을 파괴해 버리고 남은 사원이 지금의 서부사원군이라고 하니 살아남은 것이 신기할 뿐이다.
 
흔히 생각하기로 종교와 성은 극과극의 주제일진대, 이들의 자연스런 만남을 목격하는 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종교를 금기시하거나, 숨기거나 절제를 미덕으로 삼지 않는가.
 
때론 투박하고 너무 파격적이면서 다소 거칠지만, 그만큼 '중생'들의 고된 삶을 꾸밈없이 받아들이며 희노애락을 담아낼 줄 아는 힌두교의 넉넉함은 인도의 새로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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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주라호 서부사원군 근접 촬영은 하지 않았다.^^; ⓒ 나기환

▲ 커주라호 서부사원군 근접 촬영은 하지 않았다.^^; ⓒ 나기환
근엄하고 세련된 클래식도 멋있고 분위기있는 발라드도 좋지만 시대와 세대를 넘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뽕짝의 편안함. 인도인들도 그 느낌에 반한 것일까. 전세계를 주름잡는 불교의 근원지 인도사람들의 70%는 힌두교인들이다.
 
웅장한 타지마할의 아그라 사람들도 그 웅장함을 닮아 '거만'했다면, 세속적이고 투박한 서부사원군의 커주라호 사람들은 그 소박함을 닮아 순박하다. 서부사원군 앞에서 여행객들을 붙잡으며 조잡한 카마수트라 그림책을 파는 커주라호 사람들도 밉게 보이지 않는 건 내가 너무 편파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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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주라호 서부사원군 해가 지면 '사원'은 본래 '사원'이 된다. ⓒ 나기환

▲ 커주라호 서부사원군 해가 지면 '사원'은 본래 '사원'이 된다. ⓒ 나기환
 
해질녘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 산책하듯이 돌아보며 바라보는 사원은 어둠과 함께 본래 '사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4편에서 계속..)
2007.11.16 18:39 ⓒ 2007 OhmyNews
#인도배낭여행 #커주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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