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이 좋아? 그럼 돈을 가져와 !

10대 '코 묻은 돈' 빼앗아 가는 상술 지나치다

등록 2007.11.18 16:46수정 2007.11.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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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김수련 시민기자는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1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주>

'코 묻은 돈'으로 놀부 배 채우기


음반 시장이 불황이긴 하지만 아이돌 가수 소속사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돌 가수는 음반 외에도 다양한 연관 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를 이용한 상술이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이런 사업의 주 고객이 10대임을 생각해보면 아직 경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10대들의 돈을 살살 달래 '갈취'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음반 판매만 해도 같은 음반을 겉표지만 달리한다거나, 음반구성 디자인에만 살짝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맹목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추종하는 10대들은 그 차이마저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용물이 똑같은 음반을 몇 장씩 사게 된다. 아이돌 가수를 이용한 상술은 음반뿐 아니다. DVD나 화보집까지 발매해 10대들의 주머닛돈을 뺏어간다.

 

이런 DVD 등이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끼워팔기식으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새로 제작된 내용은 일부에 그치고 예전에 만들어졌던 내용을 재활용하여 제작한다. 하지만 이런 것 역시 맹목적인 10대들에게는 돈이 아깝지만 살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다. 영화산업에서도 내용이 빈약하고 제작면에서도 허술한 영화를 '오빠들을 사랑하는 팬'이란 이름 아래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물론 이런 것들을 사는 것은 10대 개개인의 자유의지다. 하지만 10대들의 '풋사랑'을 너무 지나치게 상술에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0대들에게 장사를 한다면 제대로 된 것, 정말 팔 가치가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팔아야 하지 않을까? 그 가수의 열렬한 팬이 아닌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상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암묵적인 강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 지지하는 마음, 한 건당 500원!


연말 시상식이 되면 10대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상을 받게 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한다. 문제는 모바일 투표 등이 유료라는 점이다. 100~500원 정도의 금액이 한번 투표하는 데 사용된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이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 투표는 중복참여가 가능해 10대 팬들은 무분별하게 투표에 참여한다. 과도하게 청구되는 요금으로 부모님께 잔소리를 듣지만, 오빠 혹은 누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투표를 하게 된다. 더욱이 이런 모바일 투표는 제대로 시상식에서 사용되지도 않은 채 교묘하게 10대들을 속여 '코 묻은 돈'을 뺏어간다.

 

좋아하는 가수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까지 시작되어 많은 10대 팬들은 많게는 수백 통씩 문자를 보낸다. 이러한 문자는 기존의 문자처럼 10원 단위가 아닌 100원 단위로 요금이 결제된다. 사업을 하는 어른들에게는 각각 10대들의 돈이 적게 느껴지겠지만 생산 활동이 없는 10대들에게는 이러한 돈도 자신의 큰 희생을 감수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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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진행된 MKMF 모바일 투표 ⓒ Mnet media

얼마전 진행된 MKMF 모바일 투표 ⓒ Mnet media
 
10대를 제대로 대접하라!
 
대형 음악방송들이 생생한 현장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현장에 찾아온 10대들의 응원소리 덕분이다. 하지만 10대들이 이들에게 받는 대접은 그야말로 찬밥이다. 10대들이 시청하고 10대들이 응원해 진행되는 방송임에도 주인공이 되어야 할 10대를 공연 자릿수나 채우고 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물론 10대들도 이런 공연장에서 충동적이고 무질서하게 행동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0대들을 대하는 태도는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은 듯하다. 가수를 보호하거나 현장의 진행을 맡은 경호업체들은 10대 팬들에게 거침없이 욕을 하고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뺨이나 머리 등을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10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10대들은 스스로 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경제개념이 약하다. 이들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돈을 사용하면 정작 피해를 받는 사람은 이들의 부모다. 하지만 10대들은 자신이 사용한 돈에 대한 피해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을 위해 맹목적으로 돈을 사용한다.
 
10대의 풋사랑을 이용한 상술이 지나치다. 이런 식의 '코 묻은 돈으로 놀부 배 채우기' 식의 상술을 사용한다면 10대들이 오빠들을 사랑하는 마음마저 질려버릴지 모를 일이다. 정당하고 질 높은 문화를 공급하고 그에 맞게 10대들을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2007.11.18 16:46 ⓒ 2007 OhmyNews
#팬클럽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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