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윤구 기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 |
26일 아침 서울의 한 캠퍼스. 평소와 다르지 않게 그날 아침에도 지각을 막기 위해 뛰는 많은 대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 다니던 길로 갈 수 없었다. 공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평상시 다니던 길에는 신축 건물로 향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주변진입로와 포장도로를 다시 만든다는 공지와 함께 몇몇 포크레인들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탄식이 나오지만 어쩌랴, 돌아갈 수밖에.
▲ 서울의 한 캠퍼스에서 신축건물로 향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공사중임을 알리는 안내판강윤구
▲ 서울의 한 캠퍼스에서 신축건물로 향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공사중임을 알리는 안내판
ⓒ 강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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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내에서 공사현장을 목격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부쩍 그 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대학교들이 새로운 캠퍼스,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위해 많은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해가 더해감에 따라 건물의 수가 늘어나, 하루가 다르게 캠퍼스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이 넉넉하다고 알려진 몇몇 대학교뿐만의 일이 아닌 이 현상은 많은 입시생들이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캠퍼스들이 '공사중'인 걸까?
학교 간 경쟁구도, 너도나도 캠퍼스 확장
캠퍼스가 공사현장으로 변모한 첫 번째 이유는 학교 시설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캠퍼스의 외형적인 부분이 캠퍼스의 경쟁력과 연관성이 있다. 서울 A대학은 2006년 전국대학평가에서 14위였으나 건물 신축과 캠퍼스 확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탓인지 2007년 평가에서 13위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런 순위 상승이 캠퍼스의 외형 발전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겠으나 연관이 없다고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 이유는 올해 뜨거운 감자였던 로스쿨 문제 때문이다. 로스쿨 유치를 위해 대학들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법학관 건물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3일 통과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안에서 법학전문도서관 등의 물적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로스쿨 유치를 위해서는 시설 투자가 필요한 데다, 교수 충원도 해야 하므로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서관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법학대학의 건물을 증축하거나 신축하는 것도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40여 개 대학들이 지난 3년간 로스쿨 준비에 투자한 돈은 총 2020억 원이고, 앞으로 17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의 반응 “일장일단”
캠퍼스 '공사현장화' 현상에 대해 학생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한국외대 유일형(21)학생은 “학교가 공사 후에는 많이 발전될 것이고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다”라고 대답했다. 또, “캠퍼스의 외향적인 요소들이 물론 학교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부족하지만 학생들의 편의나 기호 측면에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성균관대 정한글 학생(21)은 “신축건물공사가 소음을 유발해서 수업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캠퍼스가 확장되는 데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내실 추구에 중점을 두지 못하고 시설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주류가 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져 있냐는 것이다. 캠퍼스의 대대적인 공사 분위기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학생 인터뷰 내용처럼, 결국 학교 발전을 위해 캠퍼스가 공사현장‘화’되고 있는 것이라면, 외형 발전과 더불어 학교의 내실 추구에도 노력이 가해져야 한다. 학생들이 만족하는 대학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건물을 보고 좋다 나쁘다를 논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2007년, 캠퍼스는 수업과 함께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2007.11.27 08:5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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