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는 있고, <1박2일>에는 없는 것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록 2007.11.28 09:56수정 2007.11.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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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다. 그런데 최근 <무한도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식으로 인기를 모으는 KBS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공통점

 

1. 진행방식

1명의 메인 진행자와 5명의 보조 진행자가 있다 : 메인 진행자가 프로그램 속의 코너를 개시하면 5명의 보조 진행자는 그 코너에 참여해 여러 가지 웃음을 유발하는 행동들을 하는 형식이다.

 

에피소드의 연속 : 어떠한 굵직한 한 가지 주제나 코너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 주제 속의 여러 가지 소소한 코너들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급적 새로운 볼거리를 계속 공급하려고 한다.

 

2. 웃음코드

논픽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 생각하건대 <무한도전>이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코미디 프로그램, 혹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작가들의 상상력과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재미있는 상황들로 웃음을 유발하려 했다면, <무한도전>과 <1박 2일>은 그러한 인위적 연출은 줄이고 가급적이면(어느 정도의 연출은 필요하겠지만) 프로그램 진행상의 큰 틀은 유지한 채로 그 이외의 코너 진행, 출연자간의 대화, 행동 등은 대부분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한 출연자들의 역량에 맡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자극적이고, 빠르고, 즉흥적인 것을 원하는 현대사회 인간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화와 '몸개그' : 즉흥적인 출연자들의 역량은 바로 대화와 '몸개그'로 표현된다. 기존의 개그와는 달리 출연자들은 즉흥적으로, 순간적으로 대화 도중 재치 있는 농담을 내뱉어 웃음을 유발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말장난이라고 불리울 만한 가벼운 농담들이 이제는 예능프로그램의 핵심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이제는 거의 신조어가 된 '몸개그'가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유사한 것인데, 왕년의 찰리 채플린이나 심형래가 보여줬던 그러한 유형의 개그이다. 몸을 혹사시켜서 웃음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평범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과장시킴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역시 우리사회가 갈수록 억눌리고 삭막해지는 흐름 속에서, 그 억눌림을 순간적으로 타파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3. 편집방식

빠른전개 : 즉흥적인 출연자들의 언행을 담아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재미있는 장면들을 잡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분명히 재미있는 장면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지루하고 느슨한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과감하게 편집해 버린다. 흔히 프로그램들 스스로에서 '통편집'이라고 얘기를 하며 가감없이 잘라버린다. 빠른 전개를 위해서 대략 60분짜리 프로그램 안에 짧으면 5분(오프닝) 길면 15분(메인 이벤트) 이내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다양한 촬영구도 : 촬영카메라를 동시에 많이 작동시켜 출연자의 모습들을 여러 가지 구도에서 잡아낼 수 있도록 한다. 같은 장면임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화면을 보는 시청자들은 자연히 화면의 다양함 속에서 흥미를 느끼고 지루함을 떨쳐내게 된다. 화면 전환 역시 상당히 빠르고, 무엇보다 줌인 줌아웃, 패닝, 틸팅, 크래인, 핸들드 등 여러 가지 촬영기법들이 활발하게 교차하여 눈을 쉽게 뗄 수 없다.

 

자막과 컴퓨터 그래픽 :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자막은 불과 몇 년 전과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자막이 많이 등장하면 산만하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 자막은 <무한도전>에서는 제7의 멤버로 불릴 정도로 웃음몰이에 크게 한몫 담당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필두로 해서 <1박2일>은 물론 거의 모든 한국의 예능프로그램이 자막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 끊임없는 볼거리와 농담을 던짐으로써 역시 흥미를 유발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또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컴퓨터 그래픽 효과 역시 상당 시간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데 일조한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의 차이점

 

1. 진행방식

<무한도전> : <무한도전>은 주로 '00특집' 이런 식의 주제를 매주 선정한다. <무한도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매번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뉴질랜드 특집과 같은 대형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김장특집, 입춘특집과 같은 아기자기한 특집, 또한 토정비결특집, 드라마특집과 같은 그야말로 희귀한 특집들도 즐비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도전과 그것을 만드는 참신한 구성이 <무한도전>의 폭발적 인기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무한도전>은 본래 '무모한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효시로서, 그 당시에는 4%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하는 포맷인데, 황소와 줄다리기, 지하철과 달리기시합 등… 무모한 도전들을 하였다.

 

지금과는 진행방식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모한 도전 시절에는 도전소재는 어느 정도 다양했지만, 언제나 승부를 겨루는 과정과 결과에만 몰두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출연자의 개성 위주가 아닌 획일적인 미션수행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그램이 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식상함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다양함, 다양함이 <무한도전>의 원동력이다.


<1박 2일> : 이에 비해 <1박2일>은 전국 방방곡곡의 명소를 다니며 그곳에서 1박 2일을 지내는 프로그램으로, 그야말로 현지 체험이 목표이다. 그 체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하루가 지나가는 시간의 구성으로 편집하는 형식이다.

 

각 지역의 절경과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고, 현지인들과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그러나 1박 2일이라는 일종의 재미를 더한 극기훈련의 반복은 언제나 그렇듯이 시청자들의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박 2일>이 시작한 지가 꽤 되었는데도 아직 <무한도전>에 비해 훨씬 더 시청률과 인지도 면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무한도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평범함, 식상함에 있지 않을까 한다.

 

2. 출연진의 역할 분담
<무한도전> : 유재석을 메인MC로 두고 다른 5명의 보조MC가 호흡을 맞춰가는 형식을 보여준다. 유재석이 출연진들에게 일종의 멍석을 깔아주면 그 위에서 다른 보조MC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식의 진행이다.

 

특히 유재석이라는 메인MC가 자신의 캐릭터를 내새우기보다는 다른 캐릭터들이 충분히 자신들의 컨셉트를 드러낼 수 있도록 부드럽게 상황을 유도한다. 최근에 공중파 방송 3사에서는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항상 유재석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름아닌 그의 다른 출연자를 밀어주는 친화적인 진행 능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1박2일> : 강호동이 메인MC를 맡아 다른 5명의 보조MC가 호흡을 맞춘다. <무한도전>과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인데, <무한도전>이 유재석을 윤활유로 삼아 화합과 어우러짐을 컨셉트로 잡는다면, <1박2일>은 강호동이 중심이 되어 카리스마로 출연진을 휘어잡아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 강렬한 강호동식 웃음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다른 보조MC들의 성향이나 캐릭터가 조금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강호동의 캐릭터는 시청자를 한눈에 집중시킬 수 있으며,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능수능란하다. 상대를 순식간에 난처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재치와 입담은 유재석과 더불어 그를 국민적인 MC로 만든 힘이다.

 

3. 웃음코드 : 두 프로그램 다 논픽션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각기 다른 컨셉트와 소재로 웃음 코드를 찾아간다
<무한도전> : 무엇보다 <무한도전>은 캐릭터의 집합소이다. 출연자의 캐릭터를 확고히 잡고, 그 캐릭터의 비판, 조롱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 6명'이라는 대전제 하에 '메뚜기' '박거성' '어색한뚱보' '땅꼬마' '돌아이' '대두'라는 유쾌한 캐릭터를 설정하여 어떠한 대화나 에피소드가 일어나도 그 컨셉트와 연관시킬 수 있도록 철저하게 캐릭터 위주의 진행을 한다.

 

또한 캐릭터를 고정시키지 않고 '박사장, 박거성', '잘생긴하하, 땅꼬마', '괴물, 훈남' 등 상황에 맞게, 시기에 맞게 적절히 변화를 줌으로써 웃음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캐릭터를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1박2일> : 강호동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프로그램 전체를 장악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무한도전>만큼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1박2일>은 '복불복'(일종의 벌칙) 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끊임없이 에피소드와 코너를 만들어냄으로써 웃음을 만든다.

 

가령 취침을 하는 때에도 복불복 시스템에 의해서 3명은 실내에서 자고, 3명은 실외에서 자는 상황이 연출되고, 그 상황에 맞춰서 출연자들은 또 여러 가지 재치로써 웃음을 만들어낸다.

2007.11.28 09:56 ⓒ 2007 OhmyNews
#1박2일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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