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문제, 일본은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다"

[2회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특별강연

등록 2007.12.01 22:37수정 2007.12.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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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12월 1일 오전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2007'이 열리고 있는 인천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동북아 평화시대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12월 1일 오전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2007'이 열리고 있는 인천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동북아 평화시대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조경국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12월 1일 오전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2007'이 열리고 있는 인천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동북아 평화시대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일본은 제2의 경제대국인데도 동북아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덕적 흠결부터 지워야 한다. 일본은 계속해서 납치 문제를 거론하는데, 일본은 도덕적으로 월등하고, 북한은 열등하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정 전 장관 앞에는 20여명의 일본 시민기자들이 같은 수의 한국 시민기자들과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12월 1일 오전 9시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 2007'이 열리고 있는 인천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정 전 장관의 특별강연이 이뤄졌다. '동북아 평화시대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적극적인 반성과 노력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앞섰다. 정 전 장관은 이들을 향해 "(내용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일본 시민기자들에게서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첫 머리엔 항상 이런 말이 앞섰다. "좋은 강연 잘 들었습니다."

 

현재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정 전 장관은 스스로를 "77년부터 통일·북한 문제만 연구했던 외골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2년 1월부터 2년 반 동안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납치문제 관련해 일본은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아"

 

정 전 장관은 "한일 관계에 있어 매우 역사적인 강화도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기자가 만난다고 해서 달려왔다"며 분위기를 달궜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동북아 평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건 물론 북한"이라면서도 "북한을 압박하고 봉쇄해선 절대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제인정과 경제지원을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오래 전에 해결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같이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의 북한 때리기에 동참하기 보다는 동북아 주역국가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동북아 평화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平和)라는 단어는 입 속에 쌀이 골고루 있는 것을 뜻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차이가 없을 때 평화가 온다. 북한이 빈곤국으로 남아있으면 동북아 평화의 걸림돌이 된다. 일본이 북한의 개방·개혁을 지원한다면 동북아 평화를 좀 더 빨리 뿌리 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무엇보다 납치 문제가 북일 관계를 얼어붙게 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이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전 장관은 "일본의 '선 납치문제 해결' 원칙은 영원히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며 "미군 유해 발굴처럼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납치 문제에 있어서 일본은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북한은 열등하다는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사 청산 않는다면 일본 대접 못받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특별강연은 일본 시민기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특별강연은 일본 시민기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오마이뉴스 조경국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특별강연은 일본 시민기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강연의 막바지, 일본을 향한 비판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정 전 장관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과거의 평화 행위에 대한 청산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현재 제2의 경제대국인데도 동북아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이 문제가 해결하지 않고 시간이 가면 잊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영원히 대접을 받지 못한다.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덕적 흠결부터 지워야 한다. 또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와야 세계적인 강국 반열이 올라설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동북아의 평화는 양자동맹에 의존하거나 경제와 안보가 따로 움직이면 안 된다"며 "동북아 역내 국가들의 안보 경제협력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이 1시간 30분여의 특별강연을 마치자 박수소리가 이어졌고, 질문도 쏟아졌다. 이들은 "좋은 강연이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정일의 후계자는? "그의 아들들은 권력 의지 없다"

 

야마자키 유코(41)씨는 "일본인들은 북한의 차기 후계자에 관심이 많다"며 "누가 차기후계가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수준 높은 질문이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었지만, 그의 아들들은 그렇지 않다"며 '아들에 대한 권력 승계가 내 대까지 이어지겠는가'라는 김 위원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26)의 경우,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오야기 시게오(48)씨는 "북한에는 권불십년이 왜 적용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 전 장관은 "김일성은 49년 동안, 김정일은 13년 동안 통치하고 있는데, 권불십년은 북한에는 안 맞는다"면서도 "북한에서는 1인 집권 체제가 너무 오래가서 효율성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선 김정일의 카리스마를 활용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이 정권을 잡는다면 정치 투쟁이 일어나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7.12.01 22:37ⓒ 2007 OhmyNews
#한일친구만들기 #한일 시민기자 #정세현 #동북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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