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면접, 스트레스면접, 술면접, 축구면접까지...

점점 다채로워지는 채용 면접 신풍속도

등록 2007.12.06 08:08수정 2007.12.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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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치러진 SPC 회사의 면접장, 신입사원 지원자 장영국(고려대학교 철학 4)씨는 실험병에 든 액체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면서 미각, 후각의 관능 테스트를 해야 했습니다. 이 관능 테스트는 총 네 가지 항목으로 향을 맡고 무슨 향인지 맞추는 문제, 농도가 다른 세 컵의 소금물 농도측정, 다섯 개의 물의 맛 판단(짠맛, 단맛, 쓴만, 신맛, 무맛), 두 개의 컵안에 있는 액체의 맛이 서로 같은지 다른지 묻는 문제로 구성되었습니다.


장씨는 "면접을 많이 보았지만 이런 테스트는 처음입니다. 특히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마신 소금물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합격만 한다면야..."라고 말했습니다.

12월 4일에는 샘표식품 신입사원 공채면접이 서울 중구 샘표식품 본사에서 열렸습니다. 이 전형은 신입사원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임원진 앞에서 발표하는 이색 면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요리면접에 참여했던 지원자 박모양은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떨렸지만 한편으로 잊지 못할 면접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놓여 있는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작품을 설명하는 게 신선했어요"라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2007년 하반기 취업 시즌이 마무리돼 감에 따라 많은 취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에 실패한 청년 실업자들은 이번에도 꿈꾸던 직장을 잡지 못하고 안타깝게 백수, 백조의 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올해 신입사원을 모집했던 대기업 대부분은 서류전형 통과자에게 인적성 검사와 2차, 3차의 면접전형을 실시했습니다.

몇 번의 면접전형에서 낙방했다는 취업준비생 김태훈(광운대학교 공대 4)씨의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김씨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자기네 기준대로 뽑는다는데 뭐 할 말은 없죠, 그런데 도대체 합격을 결정짓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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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항기(인하대 4) 합숙 면접에 대해서 인터뷰 ⓒ 성윤모

올해 외환은행 신입행원 최종 면접 전형까지 올라갔다 아깝게 탈락했다는 김항기(인하대학교 통계학과 4)씨는 2박 3일간의 합숙면접 전형을 치렀다고 합니다. 5~6명이 한 조를 이뤄 총 20개조가 프리젠테이션, 퀴즈대회, 실제 물건 팔아보기, 장기자랑 등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야 했습니다. 김씨는 "최선을 다해서 합숙면접에 합격했는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져서 너무나 아쉽네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정희용(한양대 행정학과 졸)씨는 축구면접, 술면접 등의 전형을 통과하고 나서야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박2일간의 합숙 면접 기간 중, 경쟁해야 할 동료 지원자들과 잘 어울렸고 술면접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는 선에서 예의와 솔직함을 보여준 것이 합격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국내 처음 게임 면접을 도입했습니다. 게임을 통해 면접관들이 응시자의 품성 등을 파악하는 이색 면접이었습니다. 면접관이 14명의 응시자에게 게임 설명을 한 후, 응시자의 번호를 부른 다음 바나나를 던지자 응시자 한 명이 원숭이 흉내를 내며 바나나를 받아먹었다고 합니다. 긴장하던 응시자들은 점점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웃음까지 떠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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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정현(중앙대 4)씨 하나금융 게임면접에 대해서 인터뷰 ⓒ 성윤모

게임 면접에 참여했던 이정현씨(중앙대 생명공학부 4)는 "게임 과정에서 참가자의 진실한 모습과 숨길 수 없는 버릇이 나온 것 같은데 면접관들이 어떻게 봤을지 걱정이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각 회사의 다양한 이색면접은 지원자들을 당황하게 하면서 그들의 신입사원으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면접전형 과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응시자들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진 후 위기대처능력과 순발력을 판단하는 '황당 면접'과 면접관이 일부러 버럭 화를 내거나 약점을 들춰내는 방식으로 응시자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넣고 그때 지원자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관찰하는 '스트레스 면접', '자사의 상품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서점에 가서 조사해 보라, 길거리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설문에 응한 사람들에게 상품을 나눠주고 오라'는 '현장체험 면접' 등 다양한 이색면접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 채용은 곧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에 좋은 인재를 얻기 위한 각 기업만의 독특한 이색 채용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 실업자 200만의 시대에 영어회화, 토익 점수, 자원봉사, 각종 자격증 취득으로 이미 지쳐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러한 이색 면접이 또 하나의 압박과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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