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강연도 거짓말? 이명박 후보는 답하라

[백병규 칼럼] 보수언론, 더이상 이 후보 감싸려 하지 말라

등록 2007.12.17 13:55수정 2007.12.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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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이명박 후보 강연 내용을 담은 동영상 화면.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이명박 후보 강연 내용을 담은 동영상 화면.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이명박 후보 강연 내용을 담은 동영상 화면.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설마 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각종 언론 인터뷰 내용을 ‘오보’라 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엉터리 기사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논란이 된 인터뷰 기사들이 이 후보의 신사업을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굳이 기자들이 오보를 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오보’ 주장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홍보성 기사’인 만큼 이 후보의 발언 맥락을 두루뭉술하게 전한 게 아닌가 싶은, 기사 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도 떨칠 수 없었다.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한나라당의 억지

 

그러나 사태는 명백해졌다. 광운대 특강 ‘육성 동영상’은 한나라당이 ‘오보’라고 주장했던 이들 언론 인터뷰 기사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분명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광운대 특강 동영상을 보면 그는 그의 입으로 “BBK를 내가 설립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광운대 특강 하루 전 LKe뱅크와 BBK를 창업했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해 “제가 언젠가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신문에 이렇게 났”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이 당시 기자로서 인터뷰 한 것이 “MBC 방송에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들 모든 언론 인터뷰 기사가 ‘오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특강 동영상은 이런 한나라당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억지였음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런 ‘오보’ 주장이 명백한 억지 강변이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명’도 없다.

 

이명박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그동안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BBK를 ‘설립’하거나 ‘창업’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 이제 명백하게 해명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대통령 후보로서 당연히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답해야 할 자신의 ‘육성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흔히들 정치인들을 두고 ‘거짓말의 선수’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은 따지고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이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는 그래도 봐줄 구석이 있다. 보통은 정치적인 약속을 했다가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거짓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은 정치적인 행보를 달리하면서 국민과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철새 정치인들의 치졸한 말바꾸기가 대종을 이룬다. 하지만, 그런 정치인들도 거짓말이 들통 났을 때 그것을 아니라고 우기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을 뒤늦게 ‘오보’라고 강변하는 강심장을 가진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후보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드문 정치인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자신의 해명과 다른 ‘육성 발언’이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체에 대해 단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왜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는지를, 언론 인터뷰에서 왜 BBK를 ‘창립’했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왜 그동안 이들 언론의 ‘인터뷰 내용’이 ‘오보’라고 주장했는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a  17일 새벽,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BBK 특검법 수용 처리문제로 의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 하기전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17일 새벽,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BBK 특검법 수용 처리문제로 의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 하기전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윤대근

17일 새벽,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BBK 특검법 수용 처리문제로 의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 하기전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윤대근

이명박 후보가 믿는 구석은 뭘까

 

더욱 문제는 이명박 후보가 이런 의문에 최소한의 성의 있는 해명도 내놓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이다.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거짓말도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는 그동안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해명’과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어 준 보수 언론들 때문일 것이다. 이들 보수언론은 여전히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해명’과 ‘주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 자신들이 보도했던 ‘인터뷰 기사’가 적어도 ‘오보’가 아니란 것이 이명박 후보의 ‘육성’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들 기사를 ‘오보’라고 매도했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억지 해명’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언정 국민과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에도 ‘품격’은 있다. ‘애교’로 봐줄 대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행적에 대해, 무엇보다 자신이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말해 왔던 것을 뒤집고, 부인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도 가질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거대 보수 언론들까지 한 통속으로 거짓말을 용인하고 넘어가는 사회라면 그것은 말 그대로 ‘어둠의 세계’가 될 것이다. 그것은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사회가 뿌리부터 무너지는 대혼란의 서곡이 되기 십상이다. 보수진영은 물론 보수언론에게도 이는 되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부메랑이 돼 나타날 것이다.

2007.12.17 13:55ⓒ 2007 OhmyNews
#BBK #이명박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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