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예능프로그램의 수명은?

등록 2008.01.21 10:15수정 2008.01.21 11:19
0
원고료로 응원
예능 프로그램의 적정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노래자랑>이나 <가족오락관> <출발 비디오여행>처럼 가히 ‘명예의 전당’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대와 시간을 초월하는 몇몇 예외적인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경쟁이 심한 방송가에서 1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대로 도태되거나, 아니면 생존을 위한 변화에 적응해야한다. 오랫동안 평일 심야시간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도 예외는 아니다.  SBS <야심만만>, KBS <상상플러스> <해피투게더>는 각각 방영 3~5년 이상을 넘기며 안방극장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물로 군림해왔던 프로그램.

한때 월요일 심야시간대 연예 토크쇼의 대명사였던 <야심만만>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최근 초라하게 막을 내린 이 프로그램의 결말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케이스라 할만하다. 2003년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스타들의 솔직한 발언과 연애에 관한 다양한 가치관들을 설문조사 형식으로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던 <야심만만>은 최근 소재 고갈와 진부한 구성으로 인하여 식상함을 드러냈고,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부상한 KBS <미녀들의 수다>의 아성에 밀려 초라하게 막을 내려야했다.

2004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하여 어느덧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상상플러스>도 현재 전성기를 지나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갈림길에 놓여있다. 지난해 하반기, 2년 이상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였던 ‘올드 앤 뉴’를 폐지하고 ‘책 읽어주는 남자’ ‘놀이의 탄생’ 등 새로운 코너를 잇달아 도입했으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은 편.

여전히 10% 초중반대의 꾸준한 성적은 유지하고 있지만, 한때 30% 고지를 넘나들며 <무한도전> 이전까지 예능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초창기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휘재-탁재훈-신정환 트리오의 조화에는 변함이 없지만 최근에는 캐릭터가 다소 식상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드 앤 뉴’ 이후의 코너에서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이라 할 수 있는 아나운서 최송현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해피투게더>나 <황금어장>은 위기의 시기를 잘 넘기고 성공적으로 진화한 케이스로 꼽힐만하다. 2001년 첫 방영을 시작하여 어느덧 세 번째 시즌에 접어든 <해피투게더>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평일 예능물중 가장 오래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1기 <쟁반노래방>과 2기 <프렌즈>의 꾸준한 히트를 통하여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고유의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유지시켜왔던 <해피투게더>는 지난해 상반기, 방송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세 번째 시즌에서 ‘신개념 스쿨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며 여러 코너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고, 한때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고비에 직면했다. 우여곡절 끝에 과거 ‘쟁반노래방’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사우나 노래방-도전 암기송’과 애드리브 상황극 ‘웃지마 사우나’가 새로운 인기코너로 자리 잡았고, 프로그램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유재석-박명수의 콤비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하며 프로그램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2006년 첫방영을 시작한 <황금어장>은 초기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재연 드라마 형식으로 꾸며지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짜여진 대본에 의존하는 진부한 콩트 구성이 한계를 드러내고, <무월관>같은 여러 코너들이 잇달아 짧은 수명을 뒤로하고 표류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로 대표되는 ‘독한 토크쇼’에서 그 정체성을 찾았다.

최근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한도전>이나 <미녀들의 수다>의 경우, 지금의 최고의 전성기라고 할만하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포맷이라는 실험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어필했다.


<무한도전>의 경우, 이러한 실험이 처음부터 어필했던 것은 아니다. 1기 무모한 도전과 2기 무리한 도전, 그리고 3기 퀴즈의 달인에 이르기까지, 약 일년 반 동안 마이너 취향의 프로그램으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몇 차례 프로그램 존폐 위기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금의 4기에 이르러 극적으로 부활했다. <미수다>는 한국어 회화가 가능한 미모의 일반인 외국 여성들을 단체로 출연시켜서 오락 프로그램 특유의 가십성과 시사성을 동시에 살리는 독특한 토크쇼로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고 매체노출수가 높아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높은 기대치를 메우기 위하여 그만큼 새롭고 더욱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지나친 유명세로 인하여 매주 방영분의 내용이나 완성도가 화제의 중심에 떠오르고,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평가와 각종 추측기사에 시달리는 것은 프로그램에 있어서 상당한 스트레스다.

<무한도전>은 최근 멤버 하하의 군입대와 더불어 부분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운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시즌제’ 도입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수다>는 끊임없는 새로운 미녀 외국인 출연자를 영입하며 이제는 일종의 외국 연예인 등용문으로 변질된 듯한 느낌이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편안하고 익숙한 반면, 곧 진부함과 매너리즘의 함정을 넘어야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놀러와>나 <상상플러스>처럼 동시간대 마땅한 경쟁작이 없다는 이점을 등에 업고, 익숙한 포맷과 캐릭터에 의존하며 큰 무리 없이 수명을 지탱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변화를 위한 노력이 실험이 없는 프로그램은 험난한 예능가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이처럼 대중의 사랑은 언젠가 변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와 웃음을 원하는 대중의 속성은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미디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4. 4 신장식 "신성한 검찰 가족... 검찰이 김 여사 인권 침해하고 있다"
  5. 5 디올백 무혐의, 어느 권익위 고위 공직자의 가상 독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