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어린이 찾아서, 자전거 할아버지가 달린다

실종 38일째 "아이들 찾아주세요" 호소 이어져

등록 2008.01.31 08:18수정 2008.0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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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 예슬이 찾아 전국 투어 나선 자전거 할아버지 ⓒ 안양시청



경기도 안양에서 이혜진(10), 우예슬(8) 두 어린이가 실종된 지 한달이 넘어가며 오늘(21일)로써 38일째를 맞고 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어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는 가운데 안양시민들의 실종 어린이를 찾는 호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대한싸이클진기록 경기연맹 회장으로 안양시 만안구 안양7동에 거주하는 이창남씨(69)는 실종된 혜진이와 예슬이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며 자전거로 전국 투어에 나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겠어. 하루빨리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나선 이유도 그 때문이야."

지난 27일 서울대 주변을 시작으로 자전거 전국투어에 나선 이창남씨는 만안구에서 제작 지원한 혜진이와 예슬이 사진을 자전거와 온몸에 부착하고 전국을 돌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의 실종사실을 알리고 아이들 찾기에 적극 나서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

그는 상의와 머리 헬멧에 실종된 두 어린이의 사진을 부착하고 허리에는 '혜진이 예슬이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띠를 메고 오전 9시 집을 나서 28일에는 안양, 29일은 김포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볐으며 30일에는 서울역에서 캠페인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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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의 실종 어린이 찾기 자전거 캠페인 ⓒ 안양시청




31일에는 안산지역으로 자전거 캠페인에 나서고 2월부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 혜진이와 예슬이가 가족의 품에 안길 때까지 전국을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일명 '자전거 할아버지'로 통하는 이창남 할아버지는 70세에 달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안장 없는 자전거를 타고 안양에서 부산까지 550㎞를 20시간에 완주하는 등의 진기록으로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자전거의 기인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도 매일 아침 자전거로 관악산을 등반하는 등 절대적 체력 소유자인 그는 10여년 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한 인간 승리의 사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5년간 남미 브라질 등에서 이민 생활을 하다가 10년 전에 귀국한 후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무거운 짐 나를 때 쓰는 이륜거를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는 그는 건강을 위해 일요일 토요일은 천금을 줘도 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자전거 마니아이기도 하다.

8년전 위암 선고를 받고 허무하게 죽기가 싫어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 완쾌한 후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 기본 복장으로 젊은이가 따라까지 못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창남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에서 힘찬 페달을 밟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 찾아주세요. 다시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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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안양새마을회 회원들의 실종어린이 찾기 캠페인 ⓒ 최병렬



이와 함께 안양시와 안양시자원봉사센터가 지난 27일 울산에서 시작한 혜진이와 예슬이 찾기 전국 캠페인이 28일 대전, 29일 부평, 30일 서울역에서 세번째로 전개되면서 실종아동 찾기에 불씨를 당기고 기억속에서 잊지 말고 다시 기억하자는 뜻을 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울산, 대전, 인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7개시에서 해당지역 자치단체와 자원봉사센터의 협조로 하루씩 이어지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역과 터미널, 상가 등을 중심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봉사자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점차 잊혀지는 것이 사실이건만 혜진이와 예슬이가 실종된 경기 안양시민들의 두 어린이 찾기 운동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뜨겁기만 하다.

혜진이와 예슬이가 다니는 안양 명학초등학교 학부모 교사, 두 어린이가 거주하는 안양8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 방범대원들은 벌써 한달 이상을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안양 일대 곳곳을 누비며 전단지를 배포하고 무사귀환 노란 리본 달기를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실종 어린이 찾기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30일에는 안양시새마을회 350여명의 회원들이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안양역, 범계역, 명학역, 비산동 이마트앞에서 캠페인을 전개하며 '두 어린이를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전달했다.

실종 한달 넘기며 '미궁속 빠지는 것 아니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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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역에서의 실종어린이 찾기 캠페인 ⓒ 최병렬



한편 지난 성탄절인 12월 25일 오후 5시께 안양문예회관 인근 상가 주민에게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된 이혜진(11), 우예슬(9) 어린이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행적을 전혀 찾지 못해 미궁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후인 12월 28일 엠버경보 발령을 내고 31일 공개수사로 전환, 수사본부를 마련해 연인원 1만1500여명으로 안양 6·8동 일대 가가호호 탐색·탐문과 수리산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두 어린이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특히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전화조차 없어 정신질환자나 성도착증 환자에 의한 범죄피해에 무게를 두고 성폭력범죄 출소자 30여명을 포함, 성폭력 및 약취유인 동종 전과자 24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까지 벌였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시민 제보를 유도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을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리고 실종 어린이들을 찾는 경찰관에게는 경감으로 특별 승진시키겠다고 발표까지 했으나, 해결의 단서도 찾지 못한 상태로 시민들 협조와 제보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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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들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아 주세요 ⓒ 최병렬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실종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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