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PD수첩>이) '선동한다', '방송 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는데, 언론중재위 제출한 안을 보니까 담당 PD 이름도 모르고, 제가 김보선 PD로 돼있더라. 도대체 양국간 협상에서도 협상 내용도 파악 못한 정부가 한 중재안답다고 생각했다."(김보슬 MBC <PD수첩> PD)
14일 오후 3시 서울 방송회관 3층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광우병 언론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이 사회를 보고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정부, 신문, 방송의 보도 프레임'에 대해,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PD저널리즘 역할과 가능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KBS <환경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연출한 이강택 KBS 스페셜팀 PD, 손동우 경향신문 논설위원,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를 연출한 김보슬 MBC 시사교양국 PD가 토론자로 나섰다.
조중동, 정부 vs 경향, 한겨레, MBC, KBS
'한국PD연합회'측은 "농림부 관계자를 초청했는데 지난 월요일 '참석하지 못 하겠다'는 답변이 왔다"면서 "그 관계자는 '중재위에 <PD수첩>에 대한 조정을 요청했고 조만간 답이 오기 때문에 농림부가 참석하는 게 적절치 않다. 참석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선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광우병의 미디어 프레임에서 조중동과 정부란 하나의 진영이 만들어졌고 다른 쪽에 경향과 한겨레, MBC, KBS 진영이 만들어졌다"며, "노무현 정부 때와 차이는 청와대가 반대쪽에 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현 교수는 이어 "신문의 신뢰도는 급격히 저하했지만 방송의 신뢰도는 그렇지 않다. 어쩌면 PD저널리즘 담당자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더 나은 걸 해야 한다. 위험한 세상을 방송이 바꾸지 않으면 재앙을 막을 수 없다. 대운하, 유전자조작(GMO) 식품, 조류독감 등에 대한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단어가 '소녀시대'"라며, "소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 불안 공동체, 일종의 정서적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이어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는 저널리즘으로의 방향 전환도 중요하다"며, "소녀들이 느끼는 정서에 어떻게 쉽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권언유착도 문제지만 언론-학문과의 유착도 굉장히 심하다. 언론 매체를 통해 왜곡된 사실이 마치 과학계 또 다른 정당한 의견인양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이라며, "지난번 황우석 사태 때 과학과 사회의 역할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번 상황을 보면 그런 교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는 이어 "안타까운 건 이번처럼 정치적 논리로 내려진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명확히 알려진 과학적 사실마저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라며 "총리가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니다' 라고 말할 때 이건 우리 과학계 위기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위험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KBS <환경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연출한 이강택 KBS 스페셜팀 PD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번 광우병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단어가 '과학'이다. 그런데 과학자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것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린 기본적으로 그런 능력이 많지 않다. 솔직히 프로를 만들기 어렵다. 파악하기 어렵다. (중략) 이 광우병 문제의 핵심은 결국 누가 이러한 위험사례 즉, 근대 사회와 서구적 근대 패러다임을 누가 조정하느냐인데,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초국적 자본이다. 핵심은 초국적 자본인데, 정작 그 이면에 있는 실체들, 미국 축산업의 현실에 대해선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강택 PD는 이어 "PD저널리즘은 PD의 것이라 보지 않는다. 정말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를 제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공부하고 있는가. 알지 못한다면 공부부터 하자.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하원의원들의 관심은 이젠 자동차"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를 연출한 김보슬 MBC 시사교양국 PD도 토론자로 참여해 <PD수첩>이 광우병 보도를 하게 된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김보슬 PD는 "취재차 뉴욕에 도착한 날, 협상 결과를 들었다. 그 결과가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이 오픈해줬다는 이야기를 하자 마이클 핸슨 소비자연맹 수석연구원도 많이 실망했다. 자기들이 이야기해 온 문제에 저들이 더 큰소리 낼 기회를 준 거 아니냐"고 그때 상황을 전했다.
김 PD는 또 "미국이 우리나라에 쇠고기 못 팔아 안달 난 건 사실 경제 논리다. 그전까지 수입한 양을 보면 미국의 대상 수출국에 (우리나라가) 3위 되는데, 그게 막히니 수출업자들이 난리 난 것"이라며, "(축산업자들이) 의원들에 제공하는 정치자금이 적지 않다. 그걸로 압박한 거다. 다 돈이 개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이어 "방송에선 FTA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몇몇 (미국) 의원들을 접촉했는데, 그들은 쇠고기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며, "미국 하원 의원들이 생각하는 건 '자동차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건데?'였다. 관심사는 자동차"라고 말했다.
김 PD는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뭘 얻기 위해 이걸 내준 건지란 의문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받은 게 없고 그냥 다 내준 것이다. 일본 농림수산청 관리는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김 PD는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과 정부 이야기하는 과학적 근거는 동일하다. 단 1퍼센트 가능성에 대해 우린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정부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어떻게 국민 건강권과 관련해 1%도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지 농림부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었는 데 (이 토론회에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