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가 부상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인근 주민이 타이어와 프라스틱 의자로 덮어놓은 볼라드
최병렬
도로에는 차도와 보도가 있으나 그동안 정부도 자치단체도 자동차 위주 정책으로 차도 건설과 확장에 중점을 두었을 뿐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행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과 목소리에도 사실상 이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시민 안전을 이유로 도심 곳곳 인도를 점령하며 무분별하게 설치된 설치물들이 보행자들의 통행을 막아서며 오히려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최근 '볼라드(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로 인한 안전 사고시 관할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보행자 관점에서 일종의 장애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볼라드'는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 선택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침에는 ▲밝은색 반사도료 사용 ▲말뚝높이 80~100cm정도 ▲직경 10~20cm정도 ▲말뚝 간격 1.5m ▲충격흡수 재료 ▲말뚝에서 30cm 앞에 점자블럭 설치 등을 명시하고 있으나 상위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지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질도 형태도 제각각인 규격 미달의 볼라드
최병렬
국민고충처리위, 볼라드 설치 관련법 신설 권고
볼라드 안전사고 관할 행정기관 책임이다 |
서울남부지법 민사10단독(판사 이재은)는 지난 12일 안전시설이 미비한 볼라드(이면도로나 보행자ㆍ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자동차 진입 방지용 구조물) 때문에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다쳤다면 관할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작년 10월 성산대교 남단 안양천 둔치의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김모(45)씨는 볼라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 십자인대가 늘어나는 등 크게 다치자 관할 기관인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일부승소 판결을 받은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볼라드는 재질과 형태, 용도 등에 비춰 볼 때 도로에 설치하는 경우 사고 발생의 위험이 예견되는 구조물"이라 규정하며 "볼라드를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에 설치하려면 주변에 조명시설이나 안전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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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2007년 11월 국토해양부(구 건설교통부)에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한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볼라드)의 설치기준'을 삭제하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볼라드 설치 및 정비(개량) 근거를 별도로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현행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은 도로법 등 상위법령에 근거하지 않아 법규성을 인정할 수 없고 법률상 효력도 없어 볼러드를 설치하고 있는 자치단체 대부분이 해당 지침을 잘 지키지 않고,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시정명령 등도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고충위가 전국 18개 자치단체 514개 구역의 주요 보도에 설치된 3219개의 볼라드를 조사한 결과 기준을 위반하거나 미흡한 볼라드가 무려 94.2%인 484구역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질이나 규격 등 설치기준을 준수한 것은 5.8%인 30개 구역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