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벌써 광우병에 걸렸나"

[인터뷰] '광화문 할아버지' 이관복 선생, 광복회 성명 정면 반박

등록 2008.05.27 10:01수정 2008.05.28 15:40
0
원고료로 응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국론분열이라고? 광복회는 수입도 안된 미국 쇠고기를 벌써 먹고 광우병에 걸렸단 말인가."

 

2002년 여중생 사망 촛불시위,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 그리고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광화문 할아버지' 이관복 선생('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고문)은 26일 작심한 듯 거침없이 광복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광복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한창 공부에 열중할 어린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동원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선동·획책하는 세력은 광복회원이 앞장서서 국가장래를 위해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26일 낮 12시 광화문에서 만난 이 선생은 "광복회는 정치의 소용돌이 시기마다 본연의 목적에 어긋나는 정치적 논란에 가담하여 정권에 부화뇌동하였다"며 "광복회가 정치적 목적의 이용물로 전락해 선열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학생들이 누가 선동한다고 집회에 참석하겠나"라고 반박하면서 "맨손에 촛불을 치켜든 학생들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광복회, 정치 소용돌이 때마다 정권 편들어"

 

a

광화문 앞에서 만난 이관복 선생. ⓒ 김용국

광화문 앞에서 만난 이관복 선생. ⓒ 김용국

- 광복회의 이번 성명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광복회는 일제 때 조국의 광복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단체다. 그런데 광복회는 정치의 소용돌이 시기마다 본연의 목적에 어긋나는 정치적 논란에 가담하여 정권의 편을 들어왔다.

 

나 역시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상설 선생의 삼종제(팔촌동생)로서, 최근까지 도제 이상설선생 기념사업회 감사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를 지냈고 각종 통일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한평생을 민족과 통일문제에 바쳐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광복회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광복회의 성명 내용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는가.

"광복회는 촛불집회를 국론분열이라고 몰아붙였고,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음해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주 소비원으로 강요당할 대상이 초,중,고교생들이다.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이 방어책 없이 사지에 내몰린 처지를 극복하려고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모인 것이 어떻게 동원이고, 그들의 외침이 어떻게 국론분열인가. 한마디로 음해성 성명이다."

 

-광복회는 성명에서 '정부 관료들의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생긴 일이며, 이를 정치적 작태로 이용하려는 데서 파생된 하나의 사건'이라고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소통이 미흡했다'고 발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광복회도 정부가 홍보를 잘못해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별로 문제될 게 없는데 (시민들이) 고의성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쇠고기 협상은 옳았고, 정부의 방침은 국론이니 복종하라는 주장이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시판되지도 않았는데 광복회가 벌써 광우병에 걸려버렸다."

 

"촛불집회는 3.1운동, 4.19혁명, 6월항쟁 버금가는 비폭력 저항운동"

 

a

이관복 선생. ⓒ 김용국

이관복 선생. ⓒ 김용국

-광복회가 정권을 두둔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유신 옹호이다. 박정희 유신헌법이 들어선 다음해인 73년 광복회는 8.15를 기념하여 '유신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최상의 제도'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땐 정말 화가 치밀었다.

 

바로 광복회 사무실을 찾아갔다. 당시 안춘생씨가 회장이었는데 내가 가서 '나도 헤이그밀사 이상설의 삼종제다. 누가 선열을 팔아먹으라고 했느냐. 이게 광복회냐. 유신이 어떻게 최상의 제도이냐, 박정희에게 공개투표하는 것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최상의 제도인가? 민주주의 선거의 최상의 제도는 국민직선제 아니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건장한 청년들이 나를 끌어내더라."

 

-광복회가 변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광복회는 기본적으로 자주독립 정신이 투철해야 하고 민족주의 정체성과 정의감이 확고해서 정치적 목적의 이용물로 전락하거나 선열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지향하자고 선언하면서 일본 천황에 머리를 조아리는 광경을 보고 광복회는 무엇을 느꼈는지 묻고 싶다."

 

-앞으로 촛불시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나는 이번 촛불시위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지난 주말부터 강제연행을 시작하는 등 탄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잘못 걸려든 것이다.

 

나는 우리 민중의 역사적인 3대 사건으로 3.1운동, 4.19혁명, 6월 항쟁을 꼽고 싶다. 모두 맨손으로 목청을 높여 싸운 비폭력저항운동이었다. 21세기 광화문의 촛불시위들 역시 이 사건에 버금가는 운동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어난, 세계 역사에 빛나는 운동인데 이것을 광복회가 '동원되었다'고 매도하니 한심하다."

 

"학생들이 한국사회의 희망"

 

a

이관복 선생. ⓒ 김용국

이관복 선생. ⓒ 김용국

- 이번 촛불집회는 2002년 여중생 사망 촛불시위,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보다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있다.

"중고생들 휴대전화가 기가 막히다. 전화로 연락해서 다 오는 거야. 굉장한 무기다. 학교에서 (집회에) 못 나오게 막고, 부모님이 뭐라 해서 많이 줄었는데 처음에는 대단했다.

 

솔직히 기성세대들은 이명박이 당선되면 돈다발이 떨어질 줄 알고 '묻지마 투표'를 했다. 학생들이 타락한 정치인과 기성세대를 불신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한국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학생들을 가리키며) 쟤네들이 누가 오라 그런다고 오겠나?"

 

이 선생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광우병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축산업이 몇 달 안에 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끝으로 그는 "정권의 탄압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오늘 아침처럼 (촛불집회 참석자 강제해산과 강제연행 등의 방식으로) 약을 올리면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08.05.27 10:01 ⓒ 2008 OhmyNews
#이관복 #촛불집회 #광복회 #소고기협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어떤 고위 공직자에게 하고 싶은 말 "ㄱㅈㄱ ㅅㅅㅇ ㅈㅋㅈ"
  4. 4 윤석열 정부, 가나 빚 상환유예... 가나 전 대통령 '땡큐'
  5. 5 [제보취재] 육군○○사단 사령부 정문, 초병 없고 근무자 수면중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