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진압 '서울 경찰'과 대비되는 '광주 경찰'

[현장] 광주시민 1천여명 촛불집회... 교통유도만 하는 '광주 경찰'

등록 2008.06.02 01:16수정 2008.06.0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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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 피투성이 만드는게 국민 섬기는 것? 1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한 시민이 자신이 만든 종이선전물을 아스팔트에 펼쳐놓고 있다.
어린 소녀 피투성이 만드는게 국민 섬기는 것?1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한 시민이 자신이 만든 종이선전물을 아스팔트에 펼쳐놓고 있다.이주빈

"어제 '서울 경찰'들이 하는 짓 보셨죠? 그런데 우리 '광주 경찰'은 오늘도 우리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위해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고하시는 '광주 경찰'들에게 박수 한번 보내주시죠."

경찰 관계자의 발언이 아니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비상시국회의 관계자의 말도 아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광주시민의 말이다. 물론 시민들은 "와아~"하며 '광주 경찰'에게 박수를 보냈다.

1일 저녁 7시 30분, 광주 금남로. 약 1천여 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다시 모여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퇴근길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에서 자유발언을 들으며 환호를 하거나 박수를 치며 동조를 표시하고 있다.

물대포 살수와 방패 찍기, 군홧발로 짓밟기 등으로 국민의 지탄이 대상이 되고 있는 '서울 경찰'과는 달리 '광주 경찰'은 이날도 시민들 곁에서 교통유도만을 하고 있다.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을 준비하고 있는 전투경찰부대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김성인(47)씨는 "광주에서 경찰이 강경진압을 하면 광주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냐"면서 "그래도 광주 경찰이 이렇게 시민들을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평화집회를 보호하고 있으니까 보기가 좋다"고 흐뭇해했다.

주월동에 사는 최아무개(63)씨는 "이명박과 서울경찰들은 5·18을 안 겪어봐서 그런 것 같다"며 "(정부와 경찰이) 힘을 쓰면 쓸수록 시민들은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광주경찰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광주 경찰의 대응자세가 알려지면서 광주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엔 이를 칭찬하는 누리꾼들의 칭찬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 경찰청 홈페이지 맞나요?"라고 제목을 단 한 누리꾼은 "광주 경찰이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한 누리꾼은 "청장님의 환영 메시지, 멋져부러"라고 제목을 달고 '섬김의 치안활동, 시민들이 행복해 하는 광주'라는 경찰지표를 인용하며 "고향이 광주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뿌듯해 했다.

여전히 교통 유도만 하는 '광주 경찰' 경찰도 '서울 경찰'과 '광주 경찰'은 다른가. 광주 경찰은 시민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전투경찰 부대까지 시민들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어 박수를 받고 있다.
여전히 교통 유도만 하는 '광주 경찰'경찰도 '서울 경찰'과 '광주 경찰'은 다른가. 광주 경찰은 시민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전투경찰 부대까지 시민들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어 박수를 받고 있다.이주빈

한편 광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학생들은 서울에서의 경찰의 강경진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또 자유발언에 나선 이들의 주제도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다가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유류가 인상, 0교시 수업 등으로 전면 확대되고 있다. 흡사 시국 만민토론회를 다시 보는 듯하다.


"서울에서 한 어린 소녀가 전경의 방패에 찍히는 모습을 보고 나왔다"는 30대의 한 사내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내려갈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40대 남자는 "중국에 가서는 눈물을 흘리고 자기 국민에게는 물대포를 쏘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물은 뒤 "우리의 배후는 바로 이명박"이라고 이 대통령의 배후세력 추적론을 비꼬았다.

국제고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여고생은 "먹고 자고 공부하는 것이 고3인데 이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먹을 재미를 빼앗아 버렸다"고 말해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어제(31일) 촛불집회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다는 한 중학생은 "오늘은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인터넷으로 서울상황을 보고 나왔다"면서 "어떻게 군홧발로 얼굴을 짓밟을 수가 있나"고 울먹이자 시민들이 "울지 마"를 연호했다.

중3 때 5·18항쟁을 겪었다는 한 주부는 자신의 딸과 함께 연단에 올라 "5·18 같은 비극이 다시는 없기를 기원하고 살았는데 촛불이 짓밟히는 비극을 보게 돼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일을 대통령과 한나라당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러 나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과는 달리 경찰의 과잉 강경진압이 없는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광주. 광주의 이 평화로움이 계속 이어질지 많은 시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촛불에서 촛불로... 한 참가자가 옆 참가자의 초에 불을 옮겨주고 있다.
촛불에서 촛불로...한 참가자가 옆 참가자의 초에 불을 옮겨주고 있다.이주빈
#촛불집회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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