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80년대 망령들을 되살아나게 하나

국민에게 오만하고, 미국에 굽신거리는 이명박 정권

등록 2008.06.09 17:36수정 2008.06.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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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2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2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우리는 1980년대 권위주의 시대 사회를 살고 있는가. 우리는 쇠고기 촛불집회에서 온몸으로 실감한 21세기 정보혁명의 시대에서 어쩌다 지난 20세기 80년대의 망령들을 보게 되었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1987년 6월 당시 전두환 정권의 공안당국과 제도언론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좌익 불순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북한의 통일전선 조직의 특성을 갖춘 기구라고 매도했다.

 

이들은 6월 민주항쟁의 6·10 대회를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노린 난동'이라고 규정했다. 심지어 '반체제 민중혁명을 위한 좌경의 통일전선전략이 구사되는 시위'라고 규탄하며 대회를 중지하라고 위협했다.

 

관변언론과 함께 관변세력도 민주화운동 시위를 이적행위라고 매도하는 데 앞장섰다. 이들은 북괴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이 계속된다면 국가 안위까지 위태롭다며 시위를 비난했다. 관변단체들은 신문 광고까지 게재해 민주화운동 시위를 '용공 내란음모'라고 규탄했다.

 

1980년 당시 워컴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인은 들쥐와 같다"고 망언을 해 한국인들의 격분을 샀다. "들쥐의 습성은 한 마리가 맨 앞에서 뛰면 덮어놓고 뒤따라간다"는 비유로 한국인들의 오장을 뒤집었다.

 

80년대 권위주의 독재형 사과와 현상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회동 모습. ⓒ 청와대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오찬회동 모습. ⓒ 청와대

 

20여 년 전의 80년대 권위주의 독재형 사고와 현상들이 요즈음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촛불집회 배후론을 역설했다고 한다.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보수언론은 일찍이 불순세력 배후론을 들먹였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비롯한 '신판 관변세력'도 횃불시위 매도에 앞장섰다.

 

'위용'을 뽐내는 군복 차림의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는 행사 장소까지 서울 시청 앞으로 옮겨 촛불문화제 행사를 결과적으로 방해했다. 행사 방해와 함께 서울대생 이모(25)씨 등 7명에게 폭력도 행사했다. 이것이 특수임무 수행이었는가.

 

6월항쟁 시위에서는 '호헌철폐'를 외쳤다. 이번 촛불시위 구호는 '고시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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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및 한국인의 미국산 쇠고기 학습 요구발언을 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당 대표실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및 한국인의 미국산 쇠고기 학습 요구발언을 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당 대표실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1980년대 6월 민주항쟁 때와 어찌 그리도 닮은 '짝퉁'인지 참으로 놀랍다. 미국까지도 이 '짝퉁' 노릇을 하고 나서니 어이가 없다.

 

"한국인들은 과학적 사실을 더 배우라"고 마치 무지몽매한 사람들에게 호통치듯 '일갈'을 하고 나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에게 묻고 싶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20개월이나 21개월밖에 안 된 소에서 광우병이 나타난 과학적 사례들을 비롯해서 그의 주장 근거를 뒤집을 온갖 과학적 사실들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것인지.

 

오죽하면 서울대 교수들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에게 '맞장 토론'을 제안하고 나섰을까.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 기준이 유럽연합이나 일본보다 안전하다는 근거를 갖고 있다면 당당하게 이 제안에 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다.

 

한국 맥도날드가 밝힌 것처럼 미국 맥도날드도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30개월 미만의 소만 사용하며 내장은 포함하지 않은 살코기만 이용한다고 한다.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도 사용 계획이 없다고 광고까지 했다. 이에 대한 그의 해명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80년대 망령들이 이 땅에 다시 부활이라도 한 것인가. 21세기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80년대식 아날로그의 권위주의 행태라니 개탄할 일이다. 아예 신판 공안정국까지 나타나 반민주적 탄압의 '짝퉁' 모습까지 유감없이 보여줄 심산인가.

 

이명박 정권, '국민'과 전쟁 선포라도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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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의 목을 낚아채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다. ⓒ 권우성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의 목을 낚아채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다. ⓒ 권우성

정부 당국이 8일 담화문을 통해 '불법 폭력 시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80년대 공안당국이 민주화 운동을 '좌경 폭력 시위'로 왜곡하고 이에 엄정 대처하겠다면서 자행한 공안 탄압 정국의 칼을 다시 휘두르겠다는 것인지 우려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임을 강조한 촛불시위의 노래다. 이명박 정권은 최고 권력인 국민과의 전쟁 선포라도 할 셈인가.

 

청와대의 추부길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가 판치지 못하도록 하라"는 등 촛불집회 국민을 매도하는 망언까지 자행했다. 극우 종교인들을 선동해 촛불을 든 국민을 상대로 '십자군 전쟁'이라도 벌이라는 얘긴지, 그 의도가 매우 고약하다.

 

이런 '막가파'식 발언을 한 정부 고위 관리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있었는지, 끝을 모르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함이 참으로 갈수록 가관이다. 

 

쇠고기 사태에 대해 사과까지 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촛불시위대를 완전히 이해한다"면서 "귀를 기울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의 언행을 보여 국민의 분노만 오히려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국가 원로들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불교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불러놓고, 어떻게 보면 국민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사과나 국민을 이해한다는 발언 모두 한낱 말치레거나 기만이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언행이다. 아직도 국민이나 국가 원로들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의 경제적 일방주의와 한국 국민들의 성난 함성도 무시한 채 미국의 일방주의에 앞장서는 현 정권의 사대주의적 굴욕 외교 자세다. 어디 미국뿐인가.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방문 외교에서 두 나라의 요구 사항들은 다 들어주었으면서도 도대체 얻은 것이 무엇인가. 굴욕외교, 졸속협상으로 쇠고기 파문에다 일본에게 독도 문제로 뒤통수만 얻어맞지 않았는가.

 

이명박 정부는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성숙한 세계국가'를 내세웠다. 그러나 벌써부터 '미숙한 세계국가'를 온 사방에 '과시'하는 꼴이 돼버렸다.

 

국민과 민족을 잃고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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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사흘째인 7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마친 학생과 시민들이 명동을 지나 세종로 사거리로 행진을 하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사흘째인 7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를 마친 학생과 시민들이 명동을 지나 세종로 사거리로 행진을 하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정부는 2008년도 외교목표로 경제를 살리는 외교, 세계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외교 등 세 가지를 설정했다. 그러나 경제는 곤두박질 치고, 신뢰도 추락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라는 것도 없다"면서도 실제 보여준 것은 '퍼주기'식 굴욕외교였다. 자동차로 따지면, 왼쪽 깜박등을 켜고 오른쪽으로 유턴하는 꼴이다. 철학과 가치관이 없는 '실용주의' 때문이다.

 

쇠고기 사태나 한미 FTA 문제에서 근본적으로 경계해야 할 문제는 '미국화'를 통한 민족 정체성의 상실이다. 이명박 정부, 나아가서 극우세력에게 묻고 싶다. 국민과 민족을 잃고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외국과의 조약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하면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오바마 후보도 대선 전략상 정치적 의도이긴 하지만, 어떻든 한미 FTA를 반대하며 재협상 요구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미국과 일본에게는 굽실거리면서 정작 자기 국민에게는 오만을 떠는, 뒤바뀐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그 첫걸음은 재협상이다. 공연히 국민의 심기만 건드려 촛불집회가 더욱 번지도록 부채질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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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다가 한 시민이 전경버스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붙잡고 비폭력을 요구하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경찰들과 대치를 벌이다가 한 시민이 전경버스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붙잡고 비폭력을 요구하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2008.06.09 17:36 ⓒ 2008 OhmyNews
#횃불집회 #쇠고기 파문 #굴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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