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뒤져보자 에너지가 샌다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포장] 라면봉지 과자봉지 재활용하면 좋은 연료

등록 2008.07.08 09:43수정 2008.07.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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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필름포장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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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봉지, 라면봉지, 1회용비닐을 이용해 고형연료인 RPF를 만들 수 있다. ⓒ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과자봉지, 라면봉지, 1회용비닐을 이용해 고형연료인 RPF를 만들 수 있다. ⓒ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 쓰레기통에서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쓰레기통 속 라면봉지와 과자봉지, 그리고 각종 비닐봉지가 바로 그 요긴한 에너지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3월 서울시와 6대 광역시 등 전국 11개 도시 종량제 봉투 1만1684kg을 분석한 결과 재활용자원이 45.1%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류, 병류, 캔 및 고철류, 플라스틱류, 음식물류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

 

이 중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품목이 12.7%를 차지했다. EPR 제도는 쓰레기를 만든 생산자가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재활용 비용을 내게 한 제도다.

 

종량제 봉투에서 나온 EPR 대상품목 중 필름포장재는 28%로 가장 많았다. 과자봉지, 라면봉지가 바로 필름포장재류에 해당한다.

 

버려진 필름포장류는 몇 가지 종류로 가공된다. 우선 성형되기 이전의 1차 원료 상태와 1차 원료를 이용해 만드는 성형제품으로 나눠진다. RPF라고 불리는 폐합성수지 고형연료와 재생기름으로도 만들어진다.

 

이 중 특히 인기 있는 것은 고형연료(RPF, Refuse Plastic Fuel)다. RPF 1kg당 8000kcal의 열량을 낸다. 원유로 따지면 0.866l 정도다.

 

가장 높은 등급의 RPF일 경우 가격은 중유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화력은 큰 차이가 없다. 고유가로 모두 허리 졸라매기에 나선 지금 RPF에 대한 관심이 느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까지 RPF를 충분히 재활용할 만큼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EPR 제도를 실시한 지 이제 4~5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무분담금 비율 50% 미만, 무작정 높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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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안에 비닐을 넣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 김대홍

비닐 안에 비닐을 넣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 김대홍

포항제철은 RPF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활용업계에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포항제철이 사용을 결정했을 때 충분한 공급물량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의무분담금 때문이다.

 

국내서 EPR 제도가 시작된 시기는 2003년. 필름포장지는 이듬해인 2004년 EPR 대상에 포함됐다. 그전까지 필름포장지는 단순 쓰레기였다.

 

환경부는 2005년 재활용의무량으로 36.8%를 매겼다. 36.8%에 대해서만 분담금을 내면 된다는 뜻이다. 2006년 38.7%로 조금 더 높인 뒤, 2007년 41.4%, 2008년 43.4%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아직까지 분담금은 50%가 안 된다.

 

재활용의무량은 재활용량과 비례한다. 2006년 필름포장 재활용량은 6만6200톤, 2007년엔 8만6300톤이다. 지난해 국내 필름포장지 생산량은 약 20만톤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43.2%다.

 

의무비율을 100%로 높이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의무분담금을 높이면 어떡하든지 제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환경부가 그런 정책을 밀어붙이긴 부담스럽다.

 

또 하나 재활용시설이 아직까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6년 플라스틱 처리 용량은 45만5천톤.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 950만톤 수준이다.

 

환경부가 파악하는 필름류 포장을 처리하는 국내업체가 54곳 정도 되지만 활발하게 물건을 만들어내는 곳은 20여 곳 정도에 불과하다.

 

가격경쟁력 또한 아직까지는 떨어진다. 고형연료(RPF) 만드는 데 톤당 드는 비용이 13~14만원, 팔 때는 5~6만원선이다. 지금은 EPR 제도에 따라 생산업체가 낸 분담금이 재활용업체가 계속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된다.

 

지자체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폐비닐의 경우 수거사업을 하면서 지자체가 장려금을 지급한다. 생산업체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충청북도 충주시는 올해 폐비닐 수거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1360여 톤을 수거했고, 농촌주민들에게 보상금으로 1억3000여 만원을 지급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필름류라고 해서 모두 EPR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라면봉지, 과자봉지를 빼면 모두 비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구류, 와이셔츠, 양말 또는 기저귀를 싸는 필름류는 대상 품목이 아니다. 화장지를 싸는 비닐도 대상이 아니며, 세탁소에서 나오는 필름류도 역시 EPR에서 제외된다.

 

1회용 비닐봉지도 비대상 품목이다. 대상품목의 경우 만드는 기업들이 크기 때문에 분담금을 받기가 쉽지만 1회용 비닐을 만드는 곳은 영세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알기도 어렵다.

 

1회용 비닐봉지도 라면이나 과자봉지처럼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분담금이 없기 때문에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선별업체가 필름류를 압착해서 고형덩어리를 만든다. 덩어리당 대상과 비대상 흡입비율을 표시하는데, 올해 6월까지 흡입비율이 대략 65%였다.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쪽에선 대상이 60~70%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플라스틱 품목으로 범위를 넓혔을 경우 EPR 대상 품목은 5%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측 판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필름류 포장재 의무비율을 2012년까지 60%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열병합발전소 건립을 통해 필름 포장재 등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 비율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철 캔, 알루미늄캔, 유리병, PET병, 타이어 등으로 70%가 넘는다. 반대로 형광등, 니켈·카드뮴 전지, 종이팩 등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분리수거 잘하면 재활용 비용 20~30%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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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가능한 필름류포장지 중 상당수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 ⓒ 김대홍

재활용 가능한 필름류포장지 중 상당수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 ⓒ 김대홍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분리수거를 잘하는 일이다. 아직까지 필름류 포장은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 관계자는 "군소도시와 단독 주택이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필름류 안에 각종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깡통이 들어 있어 파쇄 과정에서 칼날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농촌에서는 앞마당에서 필름류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천 부근엔 쓰레기를 무더기로 쌓아놓은 곳들이 몇 곳 있다. 하천 부근엔 비닐하우스 농가가 많다. 쓰레기더미에서 가장 쉽게 띄는 것은 필름류 포장.

 

각종 비료봉지와 씨앗봉지를 비롯해, 쌀 봉지, 라면봉지 등이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큰 비닐봉지 안에도 봉지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제주환경연합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제주시와 읍면지역을 대상으로 종량제 봉투를 분석한 결과 1일 400톤의 생활쓰레기 중 약 11%가 필름류 포장이었다.

 

서울 외곽 쪽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불광역, 녹번역, 홍제역 부근에 나와 있는 종량제봉투를 살펴봤다. 어렵지 않게 필름류포장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깨끗한 상태로, 제대로 분리하기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 간단한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분리배출 필름류에 이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가 밝힌 가장 흔한 사례는 내용물이 있는 상태로 버려진 것들이다. 된장이나 고추장이 잔뜩 들어 있는 상태로 버려진 것. 음식물이 섞여 있는 것도 있고, 심지어 볼링공과 동물 사체가 나온 적도 있다.

 

쓰레기 중에서 이물질 양은 대략 30~40%. 지자체 선별장에서 총투입량 중 반입량과 재활용을 뺀 나머지를 계산한 결과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폐플라스틱 무게를 높여 이동과정에서 불필요한 기름을 쓰게 된다. 분리하는 비용, 소각 비용도 들어가니 손해다.

 

RPF 제조업체인 코리아리사이클시스템(K.R.S) 이상국 이사는 "필름류포장에 이물질만 들어 있지 않더라도 제조비용이 20~30%는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비용이 주는 것만큼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쓰레기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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