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있는 아름다운 꽃지해수욕장. 태안군 안면도에 있다.
전갑남
여름엔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나는 산이 더 좋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구슬땀이 비 오듯 한다. 정상을 정복한 뒤, 가슴을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힘든 발걸음에서 오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여름 산행의 묘미이다. 발 아래 펼쳐지는 우거진 녹음과 새소리 물소리를 함께 들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런데 덕산온천에서 하룻밤을 묵은 우리 일행들이 당초 산행계획을 취소하려고 한다. 헐떡거리며 비지땀을 흘리기 싫은 모양이다. 시원한 바다가 얼마나 좋으냐며 바다로 가자고 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덕숭산 산행과 수덕사 구경은 다음 기회로 넘겼다.
아직은 한산한 꽃지해수욕장우리는 안면도로 방향을 틀었다. 태안군 일대를 잘 아는 일행이 어디를 안내할까 고민이다.
"지금쯤 물때가 맞을지 모르겠네요?""물때는 왜요?""할미바위, 할아비바위 가는 바닷길이 열리면 좋잖아요?""꽃지해수욕장 말하는 거예요? 거기 참 좋겠네! 난 슬쩍 지나치기만 했는데…."꽃지해수욕장을 간다는 소리에 모두들 좋아라한다. 서해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그려지는 모양이다. 산행을 못한 아쉬움은 멀리 달아났다.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있는 꽃지해수욕장. '꽃지'란 뭘 의미할까? 아마 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이라는 뜻이 아닐까? 꽃지해수욕장은 꽃 화(花), 못 지(池)를 써서 화지해수욕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안을 따라 붉은 해당화가 많이 피었다고 해서 '꽃지'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