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왔다 빠지는 파도... 어머니 자궁 같은 바다

[이 여름을 시원하게] 해수욕, 낚시 한꺼번에 즐기는 '여수 신덕 해수욕장'

등록 2008.07.16 18:09수정 2008.07.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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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꼬맹이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꼬맹이 ⓒ 이종찬

 

무너지면 또 쌓고 쌓다보면 무너지는

언젠가 그 바닷가 모래탑에서 하얗게

하얗게 웃던 얼굴 반짝이던 눈동자여

 

바람결에 불려갔나 저 물결이 씻어갔나

너울 타는 모랫벌에 갈매기 소리

사랑이라 노래했던 갈매기 소리

 

-김훈 '모래탑' 모두

 

그 바다에 가면 시인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에 나오는 '반짝이는 금모래'가 쌍꺼풀 예쁘게진 애인의 눈동자처럼 반짝인다. 그 바다에 서면 하루 종일 청자빛 하늘과 뽀뽀를 하고 있는 수평선이 끝없이 내던지는 짙푸른 파도가 오래오래 묵은 기억처럼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후벼 판다.  

 

그 바다, 이 세상살이처럼 울퉁불퉁한 갯바위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먼 바다를 떠돌다 돌아온 도다리와 보리멸 등이 파다닥 파다닥 바다를 차며 허공 속으로 올라온다. 그 바다에 서서 고래처럼 점점이 떠다니며 파도와 끝없이 싸우다 하얀 눈물을 짓고 있는 섬들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돈다.

 

전남 여수 신덕마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신덕 해수욕장. 지난 해 이맘 때 찾았던 신덕 해수욕장은 나그네가 고된 서울살이에 시달릴 때마다 훌쩍 찾고 싶은 바다다. 지난 번 촛불집회에 나가 날밤을 새웠다가 탑골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졸 때에도 그 바다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나그네에게 자꾸만 '어여 와~ 어여 와~' 손짓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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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섬들의 천국 여수. 모두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여수에는 1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섬들의 천국 여수. 모두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여수에는 1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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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야트막한 산자락 바위가 겹겹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한려수도의 작은 포구 신덕 해수욕장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야트막한 산자락 바위가 겹겹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한려수도의 작은 포구 신덕 해수욕장 ⓒ 이종찬

크고 작은 섬들이 너울성 파도까지 막아주는 신덕 해수욕장

 

섬들의 천국 여수. 모두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여수에는 1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신덕 해수욕장, 만성리 해수욕장, 방죽포 해수욕장, 모사금 해수욕장, 사도 해수욕장, 안도 해수욕장, 서도(이금포) 해수욕장, 장등 해수욕장, 거문도(유림) 해수욕장, 나진 해수욕장, 대동 해수욕장, 정강 해수욕장, 손죽 해수욕장이 그것.

 

그 중 여수 사람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해수욕장은 성인병에 좋은 검은 모래로 이름 난 만성리와 방죽포, 신덕 해수욕장이다. 특히 신덕 해수욕장은 동해나 서해보다 일조량이 10% 정도 많기 때문에 가마솥더위가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수온이 25도 정도를 유지한다. 때문에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오래 해수욕하기에 딱 좋다.    

 

신덕해수욕장의 장점은 서남해 특유의 리아스식(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나팔 또는 나뭇가지 모양의 만을 이루는 해안) 해안이어서 동해에 비해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아 아주 어린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좋다는 점이다. 게다가 해수욕장 주변에 크고 작은 섬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방파제 역할까지 해 너울성 파도까지 막아준다.

 

바닷물도 아주 맑다. 지난 6월, 전남도가 피서철을 앞두고 도내 61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부유물질과 암모니아질소, 대장균군 등 6개 항목에 대한 수질을 검사한 결과 신덕 해수욕장은 10점 만점에 8점을 얻어 수질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밝혀졌다. 어디 그뿐이랴. 전남도에 따르면 신덕 해수욕장의 바닷물에는 게르마늄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까지 듬뿍 들어 있어 웰빙 해수욕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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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아 갯바위 낚시터로도 제격이다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아 갯바위 낚시터로도 제격이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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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조용하고 한적해서 가족끼리 피서하기에 딱 좋은 신덕 해수욕장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조용하고 한적해서 가족끼리 피서하기에 딱 좋은 신덕 해수욕장 ⓒ 이종찬

 

쌓으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모래탑을 쌓는 꼬맹이들

 

신덕 해수욕장, 그 이름이 참 정겹다. 그래. 신덕이란 이름이 나그네에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그네가 어릴 때 살았던 동산마을(지금의 창원시 상남동) 곁에 신덕이란 마을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그때 비음산 발바닥에 살았던 신덕 아이들은 참 짓궂었었지. 여름에 비음산 계곡으로 물놀이를 갈 때마다 삶은 감자나 물외(오이) 등을 자릿세로 받아내곤 했으니까.

 

어머니 자궁 속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반달 모양의 신덕 해수욕장. 지난 해 이맘 때 나그네가 신덕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어머니 자궁 속으로 촤르르 밀려왔다 스르르 빠지는 파도가 마치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가 출산을 하는 것만 같아 보였었지. 끼루룩 끼루룩 소리를 내며 낮게 나는 갈매기들이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돛단배처럼 보이기도 했었지.

 

그날, 나그네가 금빛 모래 위로 촤르르 밀려왔다 스르르 빠져나가는 물결을 밟는 재미에 포옥 빠져 있을 때 꼬맹이 둘 튜브를 내팽개친 채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아 모래성을 열심히 쌓고 있었지. 그 꼬맹이들의 부모인 듯한 부부는 바지를 정강이까지 걷어 올린 채 바다로 들어가 발로 파도를 차기도 하고, 수평선을 향해 손으로 물방울을 뿌리기도 했었지. 

 

쌓으면 파도가 밀려와 흔적도 남김없이 무너뜨리고, 무너지면 또 쌓기 시작하는 꼬맹이들의 모래탑. 그 꼬맹이들은 진종일 모래탑을 쌓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무너지면 또 쌓고 쌓다보면 무너지는' 그 모래탑을 바라보며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을까. 아니면 모래탑 속에 미래의 꿈을 실어 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내보낸다는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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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모래탑을 쌓고 있는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모래탑을 쌓고 있는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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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수질을 검사한 결과 신덕 해수욕장은 10점 만점에 8점을 얻어 수질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밝혀졌다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수질을 검사한 결과 신덕 해수욕장은 10점 만점에 8점을 얻어 수질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밝혀졌다 ⓒ 이종찬

 

해수욕도 즐기고 갯바위 낚시도 즐기고

 

"낚시가 좀 되나요?"

"그저 그렇제."

"주로 무슨 고기가 낚이나요?"

"도다리하고 보리멸이 쪼매 들었구만이라."

"어디? 쪼매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구먼요"

"그 정도 가꼬 엄청나다고 하면 안 되지라."

 

조용하고 한적해서 가족끼리 피서하기에 딱 좋은 신덕 해수욕장. 해수욕장 곳곳에는 울퉁불퉁한 갯바위가 널려 있다. 그 거무스레한 갯바위 틈새에 낚시꾼 서넛 앉아 낚싯대를 짙푸른 바다에 드리우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물고기통을 살펴보니 그 통 속에 도다리와 보리멸 열서너 마리가 들어 있다.

 

갯바위를 뒤로 하고 다시 신덕 해수욕장의 금빛 모래에 발자국을 하나 둘 새긴다. 조금 전에 나그네가 찍어놓았던 발자국은 어느새 파도가 쓸어가고 없다. 그래. 나그네의 발자국도 꼬맹이들의 꿈이 담긴 그 모래탑처럼 저 수평선에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나그네의 꿈을 매달고 있는 지도 모른다.

 

수평선 곳곳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야트막한 산자락 바위가 겹겹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한려수도의 작은 포구 신덕 해수욕장. 신덕 해수욕장의 특징은 파도가 호수처럼 잔잔한 데다 수심이 얕고 바닷물이 바닥이 환히 보일 정도로 맑다는 점이다.

 

신덕 해수욕장 들머리에는 여수소방서의 119 수상구조대도 설치돼 있다. 여수소방서 관계자는 "오는 8월 24일까지 신덕을 비롯한 만성리, 방죽포 해수욕장 등 피서객이 많이 찾는 6개소의 해수욕장에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119구조 및 구급대를 배치해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수상안전교육, 미아보호, 주변 관광지 안내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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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 해수욕장 신덕 해수욕장의 바닷물에는 게르마늄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까지 듬뿍 들어 있어 웰빙 해수욕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 이종찬

▲ 신덕 해수욕장 신덕 해수욕장의 바닷물에는 게르마늄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까지 듬뿍 들어 있어 웰빙 해수욕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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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캬~ 소주 한 잔 마신 뒤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연분홍빛 문어의 감칠맛이 기가 막힌다 ⓒ 이종찬

▲ 문어 캬~ 소주 한 잔 마신 뒤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연분홍빛 문어의 감칠맛이 기가 막힌다 ⓒ 이종찬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연분홍빛 문어의 감칠맛

 

어디 그뿐이랴. 신덕 해수욕장은 여수 시내에서 가까운 데다 찾는 사람마저 별로 없어 가족들의 휴식처는 물론 해수욕도 즐기고 갯바위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피서지이다. 신덕 해수욕장 가까이 있는 만성리에서 모사금 해수욕장을 지나는 해안도로도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으뜸 드라이브 코스다.

 

"와따, 오늘 문어 물 좋네."

"싸게 드릴 테니 한 접시 드시고 가시지라~"

"한 접시 얼마죠?"

"2만 원이지라. 반 접시만 먹어도 괜찮당게."

 

예나 지금이나 피서지에 가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을거리다. 신덕 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자그마한 식당 수족관에는 여수 돌산도에서 가져왔다는 큼직한 문어가 빨판을 수족관에 바짝 붙이고 있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이 집 아주머니는 "문어 하면 여수 돌산도 문어가 최고제"라며 수족관에서 문어 한 마리를 순식간에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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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쫀득쫀득 씹히는 문어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다니 ⓒ 이종찬

▲ 문어 쫀득쫀득 씹히는 문어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다니 ⓒ 이종찬

 

덕산 앞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문어 반 접시를 시킨다. 캬~ 소주 한 잔 마신 뒤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연분홍빛 문어의 감칠맛이 기가 막힌다. 쫀득쫀득 씹히는 문어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다니... 연분홍 빛 문어와 소주잔이 놓인 신덕 해수욕장. 잔잔한 파도를 똘똘 말아내고 있는 신덕 앞바다가 어느새 나그네와 동무 되어 함께 소주잔을 비우고 함께 연분홍빛 문어 한 점 입에 넣는다.

덧붙이는 글 ☞가는 길/서울-여수-여도초교-77번 국도-호명동-상암동-상암초교 앞 우회전-10번 지방도-신덕마을-신덕해수욕장. 여수 시내에서 72, 73, 73-1번(30분 소요) 시내버스가 자주 다닌다.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신덕 해수욕장 #문어 #갯바위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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