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격려금도 체육회 쌈짓돈?

대한체육회, 베이징올림픽 격려금 내부 임직원 위로금으로 사용

등록 2008.10.24 11:49수정 2008.10.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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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벌어들인 마케팅 수익금을 내부 직원들 포상금 등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던 대한체육회가 이번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등이 현지에서 냈던 격려금도 내부 임직원 위로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올림픽 당시 현지에서 총 9392여만원의 격려금을 받았으나 이 중 2천여만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내부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국회에 제출한 '2008 격려금 및 후원금 수지 현황'이란 자료에서는 이러한 격려금 항목을 빼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결국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현지 격려금을 내부 포상잔치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대한체육회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부서에 '대한체육회 베이징올림픽 예산 사용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내부감사를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지 격려금 9392여만원... 대통령 부인이 낸 7000위안도 포함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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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현지 격려금 수입 내역. 현지 격려금으로 들어온 5793여만원 중 2000여만원을 내부 임직원 위로금 명목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 구영식

베이징올림픽 현지 격려금 수입 내역. 현지 격려금으로 들어온 5793여만원 중 2000여만원을 내부 임직원 위로금 명목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 구영식

최문순 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베이징올림픽 때 현지 격려금 명목으로 5만7천달러, 2만5100위안, 한화 900만원 등 총 9392여만원을 받았다. 여기에는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가 낸 7000위안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현지 격려금 내역을 들여다 보면, 김진선 강원도지사(7000달러), 한국방송협회(1만달러), 국민체육진흥공원 이사장(1만달러), 국민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1만달러), 조계종 포교원(3000달러), 대교그룹 회장(3000달러), 주중 한국대사(1000달러), 세계태권도연맹 회장(3000달러) 등이 총 5만7000달러를 냈다.

 

또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500위안), 영부인(7000위안), 문화체육관광부 차관(6600위안), 스포츠중재위원장(5000위안) 등으로부터 총 2만5100위엔, 국회대표단(300만원), 부산광역시장(200만원), 시도체육회 사무처장(200만원), 국회 부의장(100만원), 태권도협회장(100만원) 등으로부터 총 9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08 격려금 및 후원금 수지 현황' 자료에서 이러한 현지 격려금 항목을 쏙 뺐다. 이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 등 정·재계 태릉선수촌 격려금 22억8646만여원 ▲정부지원금 32억2200만원 ▲4개 기업체 마케팅 수입 25억원 등만 기재돼 있다.

 

내부 임직원들에게 2천여만원 사용... 현지 격려금은 내부포상용?

 

그렇다면 대한체육회는 9392여만원의 현지 격려금을 어디에 사용한 것일까?

 

대한체육회는 현지격려금 9392여만원 중 2천여만원을 이윤재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내부 임직원들에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박양천 대한올림픽 위원회 명예총무 1000달러 ▲이윤재 대한체육회 부회장 1000달러 ▲베이징올림픽 홍보센터 코리아하우스 운영요원 6300달러(21명×300달러)▲문대성 IOC 운영위원 1000달러 ▲복싱국가대표 백종섭 선수 2000달러 ▲정부상황실 3000달러 등 총 1만4300달러를 지출했다. 베이징올림픽 홍보센터 코리아하우스 운영요원은 대한체육회 임직원이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현지 격려금 항목을 뺀 이유는 결국 현지 격려금의 일부를 내부 임직원 위로금 명목으로 사용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문순 의원은 "국가대표 선수나 지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현지격려금을 자신들끼리 위로금 명목으로 나눠가진 것은 심각한 도적적 해이를 보여준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속히 대한체육회 재정운영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라"로 촉구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의 보도('대한체육회, 올림픽 수익으로 포상잔치?')에 이어 다음날(20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관련내용이 제기되자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실은 국제체육과에 '대한체육회 베이징올림픽 예산 사용내역'을 모두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감사관실에서 참고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며 "전체 상황을 파악한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감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말 바꾸기' 달인?

대한체육회가 또 다시 말을 바꿨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올림픽 지원요원 격려' 명목으로 3억463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2일 최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는 3억1250만원만 지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원래 3억4630만원을 지출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3억1250만원만 지출했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해명이다.

 

이렇게 대한체육회가 말을 바꾼 것은 세차례나 된다.

 

내부포상금과 관련, 대한체육회는 애초 최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3억6600만을 지출했다고 밝혔다가, 두 번째 제출한 자료에서는 3억4630만원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세 번째 제출한 자료에서는 3억1250만원으로 더욱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올림픽 성공 개최 격려금' 대상자도 990명→925명→831명 등으로 줄었다.

 

최문순 의원은 지난 20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보수규정에 없는 명목으로 3억4630만원을 나눠 가진 것은 국가적 행사로 벌어들인 돈을 사실상 내부 포상금 잔치로 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그렇게 지급한 것은) 잘못됐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애초 1·2차 국회 제출자료에선 대한체육회 내부포상금의 겨우 마케팅 수입금에서 지출했다고 줄곧 답변했으나 20일 국정감사 이후 2억4930만원은 베이징올림픽 현지경비 절감 잔액으로 집행했다고 밝혔다"며 "따라서 실제 마케팅 수입금에서 나간 내부포상금은 632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한체육회의 잦은 말바꾸기가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재정운영 특별감사'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8.10.24 11:49 ⓒ 2008 OhmyNews
#국정감사 #최문순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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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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