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도 '카메라 출동' 최문순

[국감-주목! 이사람] 보좌진도 모르는 '제보 취재' 불사

등록 2008.10.24 08:47수정 2008.10.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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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13일 KBS에 대한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낙하산 사장에 반대한 '사원행동' 측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8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승수 국무총리, 유인촌 장관을 제외한 전 국무위원과 청와대 뒷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상춘재에서 2시간 10분 정도 기자들과 오찬 겸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께 'KBS 사장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대통령이 갑자기 '김인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관 대변인이 그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김인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책을 강구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17일 최시중 위원장께서 오후 2~3시경에 김은구 최동호 유재천 이런 분들에게 전화를 해 저녁 7시에 롯데호텔에서 모이게 된 것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최 의원은 "청와대가 KBS 인사에 개입한 증거"라며 "정연주 전 사장 퇴진과 이병순 사장 임명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부인했지만, 최 의원의 발언은 "MB '김인규 안 된다' 발언이 KBS 대책회의 도화선" 등의 제목으로 각 언론에서 보도됐다.

"지금도 직접 현장 취재"... 정청래 "그의 보좌관이라도 되고파"

최 의원이 이런 폭로를 할 때마다 그의 보좌진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본인에게 온 제보 등을 토대로 최 의원이 직접 취재해서 보좌진도 모르는 가운데 국정감사장에서 터뜨리기 때문이다.

1984년 MBC에 입사해 평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사회부 기동취재반에서 보내면서 '카메라 출동'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날렸던 '기자 최문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무대로 설정한 최 의원은 방송기자-언론노련(노조)위원장-MBC사장의 경력을 살려 자료수집과 '취재'에 나섰다. 최 의원의 보좌진은 "얼마 전에는 정부 고위인사의 비리제보를 받고 의원이 직접 차를 몰고 지방에 가서 확인작업을 했다, 녹취와 사진채증을 직접 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지난 9일 국감 때는 사장 임명전에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과 만난 사실을 부인했던 구본홍 YTN사장을 몰아부쳐 회동사실을 시인하게 만든 뒤 "당시 다른 사람이 또 있었다는 사실을 곧 입증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에서도 자신이 직접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재임중에) 김금수 KBS 이사장에게 당시 현역 국회의원을 특사로 보내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또,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전 사장의 퇴진을 압박한 상황도 날짜별로 정리해 발표했으며, 이 내용은 나중에 거의 그대로 확인됐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뒤 첫 국회 질의였다.

소속당 정세균 대표에게 직격탄도

17대 때 문화관광위에서 활동했던 정청래 전 의원이 "18대 민주당 의원들 중 문방위 활동을 잘할 사람이 최문순 의원이다, 그의 보좌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할 정도로, 최 의원은 기대주였다.

국감 전에도 이미 이미 민영 미디어렙 KBS 사장 문제 등 '언론장악'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와 공청회를 7회나 개최했다. KBS 사장 문제로 촛불이 올랐을 때는 거의 매일 KBS앞에 나가 동참했고, 경찰의 진압과정에서는 그의 보좌관 2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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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최문순 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선수 포상급 지급내역 등과 관련된 자료. 애초 마케팅 수입 25억원을 모두 선수 포상금으로 지급했다고 했다가 나중에 16억600만원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이 금액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밝힌 금액(14억7600만원)과 차이를 보였다. ⓒ 오마이뉴스


최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모든 언론의 눈을 잡아끈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강병규씨 등  '연예인응원단'이 숙박비로 1억1600여만원을 지출하는 등 2억원의 국고를 쓰는 '호화응원전'을 펼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강병규씨는 출연 프로그램에서 물러나라는 누리꾼들의 빗발치는 요구를 받고 있고, 일부 연예인들은 미니홈피를 폐쇄하기도 했다. 연예계 소식 전문프로인  MBC <섹션TV>는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대한체육회가 베이징올림픽 공식후원사 명의사용 등의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받은 25억 원의 마케팅수입을 규정에도 없는 내부 포상금으로 지급했다고 폭로한 것도 그였다.

'연예인 응원단' 문제와 관련해 최 의원은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자금지출 관리감독에도 소홀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비켜나고 강병규씨만 타깃이 되고 있다"며 "유 장관이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문화부 국감에서도 최진실법'의 이름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해, 유인촌 장관의 동의를 얻어냈었다.

"MBC 그만두자마자 정치권으로... 욕먹을 부분 있다"

그는 소속당의 정세균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초선답지 않은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9월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대표의 회동에 대해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만남은 잘못됐습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실었다. "언제 민주당이 이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제동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도 2중대 소리를 듣는데 뭘 더 협력한다는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보좌진이 청와대 회동 다음날 아침에 비판성명을 내야 한다고 논의하고 있던 자리에 최 의원은 새벽에 자신이 쓴 글을 건네줬다고 한다.

평소에는 누구에게나 "네, 네" 하면서 살갑게 대하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최 의원은 MBC사장을 그만둔 직후 정치권에 진출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욕먹을 부분이 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막을 시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가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라는 비판을 뛰어넘어, '언론독립을 위한 방어막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는 눈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정감사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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