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를 방문한 오바마 상원의원.
오바마 공식 홈페이지
정치는 결국 대의(大義)를 대세(大勢)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진 많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다. 그런 점에서 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기용해 자신의 약점 혹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실용주의 용인술은 특히 비주류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런 실용주의 용인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몽돌과 받침대' 용인술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성격임에도 참여정부 조각 당시 국무총리에는 '처세와 행정의 달인'으로 통한 고건씨를 지명해 반대 진영에 안정감을 줬다. 보수성향의 '마당발' 인사인 김우식 연세대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용인술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고 총리와 결별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였다"고 말해 몽돌의 나무받침대 역할이 만족스럽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러나 '고건 카드'는 노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반대 진영을 안심시키는 데 일조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그 뒤 내편만 골라 쓰는 이른바 '코드 인사'와 '회전문 인사'를 거듭한 것이 국정운영과 통합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잠시뿐, 그 앞에는 IMF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할 만큼 거덜난 국고(國庫)와 오랜 야당 생활로 함께 고생하거나 신세를 진 '사람 빚'이 쌓여 있었다. 이들은 대개 '자리'를 통한 보상을 원했다.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DJ가 세운 인사원칙은 '(정권교체의) 공(功)이 있는 사람에게는 감사패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리를!'이었다. DJ가 일면식도 없는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과 이회창 캠프에서 일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을 IMF 금융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기용한 것도 이런 인사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초대 비서실장으로 영남 보수인사인 김중권씨를 기용한 것도 국민통합을 위한 화합의 제스처였다.
실용주의 MB의 용인술은 일만 잘하면 된다?이명박(MB) 대통령이 처한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한 10년 전의 IMF 금융위기 상황과 비슷하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하느라 '자리'에 굶주린 정치인들이 많은 점도 유사하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용인술은 '아무나 쓰지는 않지만 누구나 쓴다'는 말로 요약된다. 일(능력)이 기준이라는 것이다. MB가 표방하는 실용주의 노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이른바 '지용임신(知用任信)' 원칙도 거론된다. 사람을 쓸 때 믿지 못할 자는 아예 선발하지 말고, 일단 선발한 후에는 일을 맡기면서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풀이 좁다'는 점에서는 MB 진영에서 '코드 인사'라고 비판한 노 전 대통령과 닮았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인사를 기용하는 대신에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인사들만을 기용함으로써 정부의 색깔이나 정체성을 특정계층이나 부자들의 정부로 규정짓게 하는 부작용이다.
조각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16명의 평균 재산은 31억3800만원.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비서진 10명의 평균 재산액은 35억5652만원. 물론 이 대통령의 재산신고액(354억7401만원)을 제외한 액수다.
이는 재산공개 등으로 재력가들의 공직 임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김영삼(YS) 정부 초기와도 대비된다. YS는 평소 돈 가진 사람이 명예까지 갖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YS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장관을 지낸 윤여준씨는 "인사는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면 안 되는데 국민은 돈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YS다운 정치 감각이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통합형 용인술, MB는 배타적 용인술MB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는 경제위기 탓도 크지만 이처럼 국민과의 눈높이 맞추기를 외면한 고소영+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 인맥)과 강부자(강남의 땅부자) 정권으로 규정된 인사 실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국민정서를 무시한 채, 일만 잘하면 된다는 막무가내식 실용주의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인사의 실패는 결국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권 초기 MB 인사의 실패는 정권 인수를 앞두고 드러난 오바마의 통합형 용인술과 대비된다.
오바마 대통령당선자는 16일 대선 후 처음 CBS '60분'에 출연해 '공화당 인사를 포함한 내각 인선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오바마는 "공화당 인사를 내각에 중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던 링컨 관련 저서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공화당원인 링컨은 민주당 출신의 정적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