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대행 및 대필 카페의 인터넷 화면을 갈무리한 모습.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자소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송주민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에나 '틈새시장'이 존재하는 법. 소설을 잘 못 쓰는 지원자라고 해서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는 당신을 위해 수준급 '자소설'을 대신 써줄 '지식 소매상'이 있기 때문이다.
정식 직업명은 아직 없지만(자칭 '인사관리 컨설턴트'), 주 업무는 '자소서 대필'이다.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취업상담도 사실상 금전거래가 오가는 자소서 첨삭 및 대필을 위한 사전 포섭 단계다. 잘 포장된 '자소설'에 목마른 구직자들이 제 발로 찾는 시장이기 때문에, '포섭'이란 말도 사실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유독 파생상품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시대. 일명 '취업전략 및 자기소개서 대필 전문 컨설턴트(이하 대필 전문가)'도 극심한 취업 경쟁 속에서 파생된 기형적 형태의 직업 중 하나다. 웬만한 직장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수입도 짭짤하다고 한다.
이 유망한(?) 신종 직업은 누가 하는 것이며, 또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자소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은 온라인 공간. 대필 전문가는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 카페를 개설하고 수요자들과 대면한다. 규모가 큰 곳은 10만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카페에는 각종 취업 정보들이 나열돼 있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자료다. 대필 전문가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카페에 명시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다. 취업상담부터 자소서 거래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이 메신저에서 1대1 대화로 이뤄진다. 대필 전문가는 고객들의 부름을 받기 위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메신저에 '죽치고' 있다.
대필 전문가는 자신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구직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간다. 일면식도 없는 고객에게 '검증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공표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이 고학력에 조건 좋은 직업인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OO대학교 OO학과를 졸업했고 OO기업 인사 관련 일로 수년간 근무했습니다.""까놓고, 편법 없이 자소서 쓰는 사람 몇이나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