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의 눈은 TV에서 나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뉴스에 쏠려 있었다.
이들 중 몇몇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히거나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내며 침통한 감정을 내비쳤다.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뉴스만 듣는 사람도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옆에서 이들의 시국토론을 들어보니 "전두환·노태우도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일로 죽다니, 역시 노짱답다"는 지지론과 "전직 대통령이 비리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는 반대론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일단 "애통하고 안타깝다"는 것이 여론의 대세다. 비리 의혹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전직 대통령이 이같은 극단적 선택을 했겠느냐는 것이었다.
최아무개(39)씨는 "(강직한 성격의) 노무현이니까 괴로운 가운데 저런 선택을 한 것이다"면서 "결과적으로 지금의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죽인 것 아니냐,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양일(26)씨는 "소신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 전 대통령답게 의지를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면서 "아직 젊은데 대통령으로서 그의 경험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은 것도 사회적 손해"라고 분석했다.
애초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번 비리 의혹으로 실망해 돌아섰다는 유필식(55)씨는 "아무래도 (비리 의혹에서) 떳떳하지 않아서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애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보읍(35)씨는 "노 전 대통령이 시대를 잘못 태어나 너무 일찍 죽었다"고 동정론을 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이 반박하면서 양당 갈등이 깊어질텐데, 오히려 이 죽음이 구시대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시민(50)는 "일반인도 아닌 한 나라의 원수면 체통있게 (연루된 의혹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죽으면 끝이냐"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한 나라의 수장이 아니라 특정 계층의 수장이었고 사회분열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2009.05.23 14:3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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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시민들 "애통... 얼마나 괴로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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