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애곡을 그쳤다면, 이젠 그대를 위해 통곡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며

등록 2009.06.06 15:54수정 2009.06.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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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약함에 대해 항상 괴로워 했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신에게 왕을 청했습니다.
신은 그들의 요구에 맞춰 통나무를 왕으로 선물했습니다.
통나무는 그들이 타고 놀기에도 쉬기에도, 
사냥을 위한 지지대로서도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그 통나무를 항상 무시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아무런 힘이 없어보이는 통나무는
자신들의 품격에 걸맞는 강한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왕의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강한 왕을 원했습니다.
신은 자신이 배려해 내려준 왕 대신 그들이 원하는 왕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신은 그들이 원하는 왕으로 황새를 내려주었습니다.
황새는 강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마침내 우리가 섬길 만한 왕이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황새는 내려오자 마자 개구리들을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형제와 자매, 부모와 자식들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힘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였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들이 사랑했던 이웃은 모두 사라지고 만 뒤였습니다.
개구리들은 울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힘에 대한 욕망, 돈에 대한 욕망, 종교에 대한 욕망, 성에 대한 욕망 등으로 우리의 스스로의 삶을 추동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을 이겨내기 위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강한 힘 곧 강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기력해 보이는 권력, 나눔을 주장하는 권력, 대화를 강조하는 권력, 따뜻한 권력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통나무와 같은 권력을 발길질 했다. 우리의 욕망은 그러한 권력에 대한 비난으로 투사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리고 강한 권력을 선택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정국을 강한 힘으로 제압할 권력, 나눔보다는 성장을 추구해 우리에게 성장의 환희를 만끽하게 할 권력, 무엇보다 강한 국가를 설립해 우리 내부의 욕망을 강하게 충족시켜줄 권력, 우리는 그러한 권력을 선택했다. 강한 권력의 완성은 곧 나의 권력의 충족이라는 착각에 빠져 우리는 강한 권력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은 곧 우리의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강한 권력은 곧 우리의 삶을 강제하기 시작하였다. 강한 권력은 자신의 속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우리의 말할 권리, 우리의 모일 권리,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될 권리, 우리가 최소한으로 생활할 권리등을 차근차근 빼앗아갔다. 강한 권력은 무엇보다 우리의 관계를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강한 권력은 우리 관계를 조작하고 왜곡하며 파괴하여 자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을 좌파라는 낙인으로, 우리의 어머니를 반정부주의자라는 낙인으로, 우리의 아이를 시위꾼이라는 낙인으로 갈라놓았다. 우리는 조각난 관계속에서 수많은 낙오자들의 아픔과 죽음을 목도하게 되었다. 우리의 욕망이 불러온 강한 권력은 우리의 욕망의 그림자를 이용해 관계를 조작하고 우리를 우리로부터 소외시키며 우리를 죽게 만들었다. 처음엔 가난한 우리 아버지들이 죽기 시작하였고, 집이 없는 어릴적 친구들이 죽기 시작하였다. 경쟁에 밀린 우리 아들 딸들이 죽기 시작하였고, 결국은 우리의 지도자도 죽게되였다. 모두 우리 욕망의 결과들이다.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죽음을 목도하며 사는 존재들이다. 죽음을 통해 우리의 파괴된 관계를 확인하였고, 우리가 우리의 존재됨을 느끼지 못하게 했던 욕망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힘을 향한 욕망이 만들어낸 커다란 괴물, 권력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위해 통곡하여야 한다. 우리의 우리됨 곧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이제 돈과 힘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의 아픔을 살피고, 다시 거대한 괴물로부터 우리의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 자 이제 우리 심장과 우리의 만남속에 겨누어진 권력과 욕망의 발톱과 이빨을 다시 거두어 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 #욕망 #권력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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