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25일 저녁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 위한 6.25 비상구국기도 및 국민각성대회'가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점입가경이라고, 조례 만드는 과정이 딱 그랬다. 잔디광장 개장 3일 뒤 제정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아예 법까지 위반한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 조례의 제정을 반대하는 유일한 서울시의원이었는데, 조례를 폐기하든지 전면 재검토하라는 반대토론을 했었다.
그 이유는 조례가 명백히 집시법을 위반하는 내용이었고, 광장조성목적을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제한하여 정치적 집회나 시위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사용을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권한을 가져, 조례보다 상위법인 집시법의 신고규정을 하위법인 조례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법적 상황이 예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당 10원, 시간당 13만원의 사용료를 받겠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데 사용료를 징수할 아무런 근거도 없는 조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는 재석의원 62명 중 찬성 54명, 반대 1명, 기권 7명으로 가볍게 통과되었다. 당시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전체 102명이었는데 한나라당이 87명, 민주당이 14명, 그리고 필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명박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 의원들은 왜 한명도 반대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의문스러운 일이다.
조례가 통과된 이후 서울시의 광장운영은 예견대로 매우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며, '정치적'으로 운영되었다. 노숙인 의료비 증액을 요구하는 연대 한마당은 불허하고, 행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인권활동가 등 3인을 고발했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6·24 대강성 비상구국기도회'는 허용했다.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제'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했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군경의문사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와 'KAL 858기 실종사건 추모제'는 허용했고, '사학법개정 촉구집회'나 '수도이전반대 결의대회' 등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광장조성 목적에 맞지 않아도' 수도 없이 개최되었다.
이렇듯 서울시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행위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5월, '서울시의 서울광장에 대한 자의적 사용허가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및 광장사용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으나 서울시는 아직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광장, 시민은 돈 내고 서울시는 공짜로 쓰고 시민에게 돌려준다던 서울광장을 서울시가 앞마당으로 사용했었다는 사실은 지난 6월, 진보신당, 문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혀졌다. 2004년 5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660건의 행사 중 66.3%가 사용료를 내지 않은 행사였는데 이중 53%가 서울시 주관행사였고 나머지는 타 행정기관이거나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사회단체 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광장을 돈 내고 쓰는 것은 세금을 낸 시민들뿐이었다는 것이고 시민들의 돈으로 만든 광장을 서울시만 '공짜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써왔다는 것이다.
서울광장을 사유지쯤으로 생각하는 서울시의 태도를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 서울시는 2004년에 서울광장을 시청본관의 부속건물로 만드는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추진한 바 있다. 그동안 교통광장으로 명명되던 서울광장을 시청본관과 더불어 하나의 '공공청사'로 규정하고 "집회 및 시위에 따른 일반시민들의 이용불편과 시설물 훼손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한다면서 명확히 규정된 '일반광장'도 아니고 '중심대광장'도 아닌 '공공청사'로 변경하려고 했던 것은 광장을 시청의 부속물로, 서울시의 독점, 사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다행히 의회의 반대로 이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그동안 광장을 독점하고 사유물처럼 운영해온 서울시가 광장을 명시적으로 독점할 근거를 공고히 하려 했다는 점에서 광장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