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18일 "고 김대중씨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맨주먹으로 맞섰던 사람이지만 그런 불굴의 용기를 희대의 학살자 김정일 앞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누려온 민주주의의 상당 부분을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조갑제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생애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6·15선언"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그의 생애는 2000년 6·15선언 전후로 크게 나뉘어진다"며 "6·15 선언 이전의 김대중씨는 민주투사로 불렸다. 6·15선언 이후의 김대중씨는 지지자에 의하여서는 평화의 사도, 반대자에 의하여서는 반헌법, 반국가적 행위자로 불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역사적 위상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 6·15선언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는지, 아니면 핵폭탄을 가져왔는지 ▲ 6·15선언이 한민족의 통합을 가져왔는지, 분열을 가져왔는지 ▲ 6·15선언이 자유민주 체제를 강화시켰는지, 약화시켰는지 ▲ 6·15선언이 한미동맹을 강화시켰는지, 약화시켰는지 ▲ 6·15선언이 북한 동포·국군포로의 인권을 향상시켰는지, 약화시켰는지 ▲ 6·15선언이 헌법의 敵(적)을 강화시켰는지, 약화시켰는지 ▲ 6·15선언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시켰는지, 후퇴시켰는지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조갑제 "DJ, 선동적 설득 앞세웠다"
조 전 대표는 또 "그(김 전 대통령)는 박정희에 의한 유신선포 직후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북한 정권의 조종을 받는 재일인사들과 손잡고 반국가단체인 한민통을 만들었다. 그가 사형선고를 받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고 김대중씨는 이승만과 함께 대중을 권력의 기초로 보았던 대중정치인"이라며 "이승만은 대중을 계몽·교육함으로써 한민족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김대중씨는 계몽보다는 선동적 설득을 더 앞세웠다는 비판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 전 대표는 지난 17일 오후 문화일보 홀에서 '조갑제 기자의 현대사 강좌'에서 "인류 역사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사람이 나타난 경우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특이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서도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도 특이하고 두 번째는 김대중과 노무현이 그 관계로 검찰의 조사를 받지 않은 것도 특이하다"고 밝혔다.
진중권 "기어이 남북정상회담 성공시킨 신념"
반면,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진씨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글자 그대로 '인물'"이라며, "독학으로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여러 차례 사형선고를 받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고... 십 년 동안 '빨갱이' 소리에 시달려가면서도 기어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그 의지와 신념...하지만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그도 한 명의 인간인가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공도 있고, 과도 있겠지만, 우리가 누려온 민주주의의 상당 부분을 그에게 빚지고 있지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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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엔 용기 못 보여줘" VS "그에게 빚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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