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재보선에서 고전하는 이유

[동향과 분석] 10·28 재·보선 통해 드러나는 민심

등록 2009.10.20 10:55수정 2009.10.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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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선 수원 장안에 출마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왼쪽)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 ⓒ 남소연


이상하다. 도대체 그 당당하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갔는지. 40%대를 넘어 50%대에 안착해 있다는 대통령(MB)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후보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여권의 강세지역이라는 수도권 2곳에서조차 박빙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뿐인가. 충북의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선 지고 있고, 양산의 경우에도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이 고전하는 이유

높은 지지율에도 여권이 왜 고전하나? 우선, 한나라당 후보가 갖는 한계다. 여권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정책의 '효과' 때문이 아니다. 10월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중도·실용 및 친서민 정책에 대해 체감하고 있는 비율은 채 16%도 안됐다.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82.3%에 달했다. 요약하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권 지지율 상승의 실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지지율 상승이 미움에서 사랑으로 국민 마음이 바뀐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애당초 MB를 선택한 것은 필요에 따른 계약이지, 애정에 의한 결합이 아니었다. 최근 MB가 국민들의 필요에 일부 부응하는 액션을 취함에 따라 원래의 관계가 복원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애정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후보의 면면은 이런 민심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당내 공천에서 배제했던 노정객을 슬그머니 지역구를 바꿔 내놓았다.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인물을 재공천했다. 다른 당 소속으로 자치단체장을 지낸 사람까지 영입해서 출전시켰다. 아무리 좋게 봐도 변화를 읽어내기 힘들다. MB가 내건 중도실용이나 친서민과는 명백한 미스매치(miss match)인 것이다. 이것이 한나라당 고전의 이유다.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견제론이다. MB의 높은 지지율과 견제론이 기이하게 공존하는 것이다. KSOI 10월 조사에서 '정부 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6.8%였다. 반면에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9.5%에 불과했다. 간추리면 이렇다.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하고 있지만, 견제를 통해 여권이 예의 그 오만한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물론 아직 승부가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패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충북의 증평·진천·괴산·음성이나 경남 양산에서 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체적으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내거는 국정기조 변화와 후보 컨셉(concept) 간에 생기는 불일치를 해소할 수는 없다.


좁혀지는 세대별 투표율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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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희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투표율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분명한 패턴은 세대별로 정치성향이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50세 이상은 강한 친여·보수성향을 보이고, 그 이하에서는 친야·개혁 성향이 더 높다. 역대의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투표율은 거의 압도적이다. 이것이 야당시절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재·보궐 선거에서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열쇠였다. 여기에다 야당으로서 누리는 견제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에 승승장구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의 세대별 투표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의 투표율과 40세 이하의 투표율 격차가 지난 18대 총선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24세의 경우 이들과 60세 이상의 투표율 격차가 46.6%P였다. 하지만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는 38.1%P로 줄어들었다. 50세 이하의 연령층 모두에서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강세를 낳은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많이 약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 한나라당의 승리를 낳았던 하나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여야의 구도 변화와 여권 성향의 포만감, 동기부여 정도 저하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이런 결론은 상당히 합리적인 분석이라 할 것이다.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KSOI의 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 31.4%, 민주당 13.0%였다. MB 지지율은 32.7%였다. 리얼미터가 투표 전인 4월 15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29.7%, 민주당 후보는 29.1%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층의 경우, 각각 36.2%와 34.1%로 나타났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 후보의 승리였다. 그는 49.5%를 얻었고, 한나라당 후보는 39.1%를 얻는데 그쳤다.

주목할 것은 박빙의 지지율 차이가 결과에선 10% P가 넘는 격차로 벌어진 점이다. 세대별 투표율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규모다. 결국, 이것은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숨은 야표(野票)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야권 성향은 행동심리학적으로 볼 때 약간 숨는 경향이 있다. 그 몫(portion)이 줄었다 늘었다 하기는 하지만 존재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현 정부처럼 패권적 강성기조를 보일 경우 숨는 경향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거는 민심표출의 핵심 기제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제도적인 장치로만 그럴 뿐이다. 투표행위를 통해 민심을 드러내야만 변화를 강제하는 물리적 힘이 된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율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2년 대선에 비해 2007년 대선은 투표율이 7.8%P 떨어졌다. 2004년 총선에 비해 2008년의 투표율은 14.6%P나 떨어졌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이다. 결과적으로 혜택을 한나라당이 누린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몽땅 한나라당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책임이 더 크다. 한나라당은 싫지만 마땅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기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짱돌 던지듯 표를 던져야

재·보궐 선거에서 지금 한나라당이 생각보다 약한 판세는 견제론에 대한 호응이 높기 때문이다. 야당이 낫다거나, 야당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여권에게 따끔한 매를 들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당장 이번 재·보궐 선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야당이 대안을 통해 한나라당과 차별화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명제다. 그래야 기권으로 돌아선 표가 되돌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투표권은 종이 짱돌(paper stone)에 비유되곤 한다. 누구를 향하든, 지금은 짱돌을 던질 때다.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재보궐 선거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철희 #투표율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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