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물고기, 4대강 수질오염 문제 희석시켰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10강] 홍성욱 교수,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등록 2009.12.24 14:10수정 2009.12.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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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액션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과학기술의 민주적 재구성을 위하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의 로봇물고기 발언으로 4대강 사업에서 수질오염이라는 진지한 관심이 로봇물고기 논쟁으로 희석됐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로봇물고기에 대해 못 들어봤다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로봇물고기는 과장이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말이다. '과학적 양심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고 있다'는 최근 사회 현실에서 과학 연구자인 그의 답은 명쾌했다. 학문 간 소통을 강조하는 '잡종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홍 교수는 대중과 과학, 과학과 정치 간의 올바른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 사태'와 관련, 과학자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과학자가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할 생각보다는 전문지식만 믿고 광우병 발병 확률이 낮다는 말만 해, 거부감을 샀다"고 전했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다시 과학기술의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출판사 공동기획) 열 번째 강연에서 홍 교수는 "더 많은 시민들이 과학기술 정책에 참여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 정치와는 분리되고 시민과는 가까워져야

홍 교수는 "근대과학은 그 출발부터 정치·사회영역과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 사실을 추구하는 과학과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사회 영역은 서로 다르다"며 "우생학에서 보듯, 과학과 정치가 서로 개입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후 과학은 사회의 지원을 요구하고 이에 정치·사회는 과학 발전을 통한 기술·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과학과 정치는 가까워졌다"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이익보다는 위해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를 인용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해 결국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사회는 시민이 정치인·과학자와 분리된 데에서 출발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광우병 사태'가 위험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전문가들은 광우병 발병이 골프를 치다가 홀인원을 한 후 동시에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했지만, 실제 시민이 느끼는 위험 체감의 정도는 달랐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낮은 확률의 위험이라도 끔찍함의 정도와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대해 더 큰 위험을 느낀다. 과학자들은 위험을 확률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가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듣고 대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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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액션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과학기술의 민주적 재구성을 위하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민주주의 성숙에 도움"

홍 교수는 위험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뢰사회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정치인·과학자 간의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 시설을 어떤 지역에 설치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이미 결정을 한 뒤 주민들한테 통보를 해 분쟁이 많이 생겼다"며 "과학적 사실, 경제적 고려, 참여의 3가지 기둥 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면 주민들이 느끼는 위험의 강도는 줄어들고 과학적 진보를 더 받아들이게 되면서 문제가 더 쉽게 풀린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에서 시민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참여도 배제되고 있다"며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많은 관심과 참여는 과학기술정책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엄청난 돈을 들여 나로호를 발사했다"며 "하지만 누구를 위한 발사인지, 우리가 왜 우주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가 평등해지고 국민들이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는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이 필요한 것보다는 사회 전체를 고르게 발전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욱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 #과학기술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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