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연기군 주민 독일 견학 추진

로타리 회장 등 여론주도층 상대... 각계 반발 "주민분열 공작, 더 큰 저항 부를 것"

등록 2010.01.10 21:01수정 2010.01.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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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토론회를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자유선진당 당원들이 대전KBS 정문을 막아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세종시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토론회를 항의하기 위해 모여든 자유선진당 당원들이 대전KBS 정문을 막아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국정원 직원들이 세종시 수정을 관철하기 위해 연기군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가 주민 회유 해외견학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기군 의회 의원 등 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정부 기관에서 연기군 주민들을 상대로 선진지 시찰을 명목으로 독일 견학을 추진, 지역 주민들을 섭외해 1진이 다음 주에 출발한다.

 

'대기업 분양 불만' 주민들 독일 견학 추진...정부 어디?

 

독일행이 결정 된 연기군 주민 A씨(세종시 예정지 이주민)는 1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친구 동생으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고 승낙했더니 3일 전에 정운찬 총리 사무실이라고 밝힌 여직원이 여권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해 보내줬다"고 밝혔다.

 

그는 "총 인원은 15명으로 알고 있고 오는 15일 또는 16일 출발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이장 및 로타리클럽 회장 등 지역 유지들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누구랑 같이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가기 뭐해 한 명을 추천했더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단체장이 아니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독일 견학에 참여하는 연기군의 주요 인사에 삼성 등 대기업에 땅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입주 예정지' 주민들이 상당수 포함 됐다고 말하고 있다. 

 

연기군청 고위관계자도 "이들은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에도 연락해 '몇 명 같이 가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이름 모를' 정부기관의 '연기군 주민 독일 견학 추진'은 전 방위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행복도시건설청 번호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

 

정부에서 선진지 견학지로 결정한 독일은 '세종시 수정'을 위한 명분으로 거명되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와 관련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본-베를린으로 행정도시가 분할돼 있는 독일의 예를 들어 "행정부처가 분산되는 건 좋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정운찬 총리가 국회에서도 이를 인용해 발언하는 등 정부에서는 '효율성'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근거로 독일의 예를 적극 활용해 왔다.

 

또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민간위원 시찰단도 지난해 12월 독일을 방문한 뒤 보고서를 통해 "수도 분할에 따른 행정비효율을 확인했다"며,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부정적 의견을 내 놓은 바 있다. 

 

확인결과 주민 해외견학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세종시기획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기군 주민 A씨에게 '정운찬 총리실'이라고 밝히며 여직원이 전화를 건 장소는  서울 종로 정부종합청사 내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서울사무소'('02-2180-2XXX')이다.   

 

야당 및 지역 주민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특별 기관'에서 세종시 수정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연기군 주민들을 견학시킨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청 서울사무소 김아무개 주사는 "모든 건 (건설청) 본청에서 하는데…"라며 "그 번호로 연락이 왔다는 게 이상하다"고 자신들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특히 건설청 서울사무소에는 여직원 자체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권-주민-시민단체 "주민 분열 공작,  더 큰 저항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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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2일, 정운찬 총리의 출입을 막으려는 자유선진당 당원들과 통로를 확보하려는 경찰이 대치하면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 12월12일, 정운찬 총리의 출입을 막으려는 자유선진당 당원들과 통로를 확보하려는 경찰이 대치하면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자유선진당 박상돈 세종시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의 결정판이 세종시이며, 법 시행 5년 동안 총 예산의 1/4이 투자된 세종시와 독일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정체 모를 기관의 자금을 이용해서 선진지 시찰이라는 명분으로 독일 여행단을 모집하는 행위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어두운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있을 수 없는 행태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행정도시무산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금홍섭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는 국정원 직원들의 주민 회유에 이은 또 다른 공작정치"라며 "정부는 지역민을 분열시키는 치졸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청지역민 누구도 후안무치한 정부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작과 회유가 이어질 경우 법적 대응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성길 행정도시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지역주민들은 합리적 토론을 통해 세종시 해법을 찾을 것을 요구해 온 반면 정부는 주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는 군사독재 시절의 공작정치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는 세종시 원안수정이 잘못된 일임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분열책은 더 큰 저항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라면서 "지역주민들도 이 같은 제안을 받을 경우 이를 거부하고 대책위원회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1.10 21:0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독일 견학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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