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사면 '빅딜설'은 "오비이락"

[분석] 세종시 입주기업의 투자와 고용효과 살펴보니

등록 2010.01.11 16:11수정 2010.01.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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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공개된 세종시 입주기업들 ⓒ 오마이뉴스 그래픽


세종시에 참여하는 재벌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과 세종시 투자의 빅딜 가능성이 제기됐던 삼성을 비롯해, 충청지역에 연고를 둔 한화와 웅진이 포함됐다. 또 현 정부 들어 그룹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받은 롯데도 세종시 입주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나 내용 등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고용 유발 효과가 예상보다 그리 높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대규모 토지를 법까지 바꿔가며 헐값으로 재벌에 제공하고, 막대한 개발이익 등까지 정부가 나서서 보장해줬다는 비판도 거세다.

2조500억 투자한 삼성... 실효성 크지 않다는 지적도

이번 세종시의 기업 유치 가운데 핵심은 '삼성'의 투자 여부와 규모였다. 이날 삼성 쪽에서 공개한 투자 내역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삼성전자 등 5개 계열사가 세종시에 입주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500억 원이며 예상 고용인력은 1만5800명 정도다. 이들 기업이 투자하는 분야는 태양전지와 연료용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데이터프로세싱, 콜센터, 바이오헬스케어 등이다.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07년 10월 전략기획실에 신사업팀을 설치해 수년 동안 신사업 분야를 탐색해왔다"면서 "우선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를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했으며 이를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린에너지는 차세대 전지와 LED 조명 사업이며, 삼성SDI에서 대용량 전력저장용전지와 연료전지, 삼성전자에서 태양전지에 투자할 예정이다. LED 조명사업은 삼성LED에서 조명엔진 생산기지를 만든다. 이들 기업의 투자는 1조1200억 원에 고용은 1만100명 정도로 삼성은 예상했다.

헬스케어의 경우 바이오테크놀러지(BT)와 정보통신(IT)를 합친 첨단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모두 3300억 원이 투자된다. 고용인력은 1000명 규모다. 삼성은 향후 세종시와 오송 및 대덕연구단지를 연결하는 클러스터가 형성될 경우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 데이터 센터와 컨텍 센터 등이 들어서며 투자규모는 1500억 원에 고용인력은 4000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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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세종시 참여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 '빅딜설'에 대해 삼성 측은 "오비이락"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 남소연

김순택 단장은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가 된다는 전제 아래 투자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향후 삼성이 투자할 신사업과 세종시가 연계될 경우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의 삼성투자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과 맞바꾼 것 아니냐는 '빅딜설'에 대해 김 단장은 "대기업이 이 같은 대규모 신사업을 즉흥적으로 (결정) 할 수는 없다"면서 "(세종시 투자와 이 전 회장과의 사면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알려졌던 바이오시밀러(특허기간이 끝난 의약품을 복제생산하는 것)와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문은 이번 투자에서 빠졌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이미 대구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해왔던 상황에서, 자칫 세종시가 다른지역의 사업을 빼앗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LCD 역시 이미 충남 아산 탕정 등지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감안돼 투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있었다.

김 단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해서는 "우리가 입주하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경우 외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그러한 사항들이 아직 결정 안 됐다. 현재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충청연고'의 한화와 웅진은 적극적... '제2롯데월드' 허가받은 '롯데'도

삼성에 이어 세종시에 가장 많은 투자를 벌이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충청지역에 연고를 둔 한화는 이미 이들 지역에 화약공장 등 주력업종의 생산라인과 연구소 등을 갖고 있다.

한화는 세종시에는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석유화학, 한화L&C, 대한생명 등 4개 계열사가 들어간다. (주)한화는 국방과학기술연구소를 세우고, 한화석화는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한화L&C는 태양광 관련 소재산업 생산 공장과 함께 대한생명은 금융연수원을 지을 예정이다.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1조3270억 원이며 3044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그룹 쪽은 보고 있다.

한화는 투자 가운데 상당 부분을 '태양전지'와 태양광 관련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의 향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태양전지 분야 등을 꼽고 있으며, 이번 세종시의 투자도 이 부분에 주력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한화에 이어 웅진그룹도 오는 2020년까지 9000억 원을 투자한다. 웅진은 오래전부터 세종시 입주 후보기업으로 거론뙜으며, 웅진에너지의 태양광사업 신규 공장과 웅진코웨이 수처리공장, 웅진케미컬의 LCD용 프리즘시트 광학소재 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웅진 역시 한화와 마찬가지로 본사와 주요 공장을 대전과 공주에 둔 충청기업이다.

이밖에 이번 세종시 입주 기업으로 확인된 롯데그룹은 향후 10년 동안 100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 6만6000㎡부지에 식품과학연구소를 지을 예정이다. 전체적인 투자의 규모나 내용 면에서 삼성과 한화, 웅진 등에 비해 많지 않은 수준이다.

재계 일부에선 현 정부들어서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받은 롯데 쪽에서 이번에 형식적으로나마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서열이나 그룹 규모에서 한화나 웅진에 비해 크게 앞선 롯데가 10년에 걸쳐 1000억 원 투자는 말 그대로 현 정부에 대한 체면치레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와 고용 효과는 의문... 헐값 특혜시비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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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 과학, 산업 등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 수정계획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대해,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막대한 분량의 땅을 헐값에 배정받고 원형지 개발에 따른 막대한 개발이익 등을 보장받은 기업들의 투자치고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업의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고 고용유발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2조 원 넘는 돈을 넣겠다는 삼성 쪽도 전체 투자액의 절반인 1조1200억 원을 태양전지 등 차세대전지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열사가 어떤 공장을 지을 것인지 나와있지 않다. LED조명엔진 공장 정도만 확정된 상태다. 이 역시 삼성전자가 '빛의 반도체'라며 향후 세계TV 시장을 선도하게될 'LED TV'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헬스케어 사업분야 역시 마찬가지. 차세대 사업이라지만, 전체투자 비용 가운데 7분의 1 수준인 3300억 원 정도에 고용인력도 1000명 수준이다. 대신 투자대비 고용 효과가 큰 콜센터 등이 세종시에 들어간다.

충청을 연고로 두고 있는 한화와 웅진 등도 향후 10년에 걸쳐 2조 원대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지만, 이들 그룹의 주력기업 공장이 이미 서산과 공주, 대전 등지에 들어서 있는데다, 고용유발 효과 역시 그리 크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이 나오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투자와 대규모 신규고용 창출과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도 우선 투자를 발표하겠지만, 향후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투자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 입주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도 여전히 거세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땅을 재벌기업들에게 유례없이 파격적인 값으로 제공하고, 법까지 바꿔가면서 이들에게 마음대로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세종시를 3.3㎡당 조성하면서 들이는 값이 평균 227만 원인데 이들 기업에는 원형지 형태로 40만 원 이하로 준다"면서 "전체 대상 용지 가운데 60%를 이 같은 방식으로 공급하면, 이를 개발하는 토지주택공사입장에선 약 5조 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하며 결국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같은 손실을 세종시 내 상업용지를 비싸게 팔아 돈을 회수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정부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상업지 개발이익이 나면 대개 도로 등 인프라나 공공시설 설치비용으로 쓰게 된다"면서 "결국 이 같은 돈이 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혈세가 다시 들어가는 것이며, 나중에 상업지역을 비싸게 판다고 하더라도 기존 대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이번에 기업에 공급하기로 한 원형지 개발 방식은 공공부문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계열사를 동원해서 하청 등을 주면서 건설비용을 줄일 것이고, 여러 생활상업시설을 지으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입장에선 전혀 손해 볼 여지가 없다"면서 "물론 이 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친환경 도시보다는 난개발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세종시 #삼성 #한화 #웅진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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