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라진 7분'의 진실?

[분석] 9시15분-9시22분, 해경과 군 '사고 시각' 달리 보고

등록 2010.04.05 09:42수정 2010.04.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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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MBC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일지. 이 존재를 군 당국이 4일 부인하고 나서 MBC가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상황일지 원본을 공개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처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최초 사건 발생 시간을 놓고 군당국과 MBC의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오후 9시 MBC <뉴스데스크>는 전날에 이어 단독 입수한 '군상황일지' 원본을 공개했다. '최초 상황관련 일지'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은 군당국이 최초 사고 발생 시각을 26일 오후 9시 15분으로 인지했음이 기록되어 있다. 문건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9시15분에 천안함 소속 제2함대사령부가 최초 상황 발생을 해군작전사령부에 보고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 군당국은 "당일 오후 9시 22분 이전 천안함에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본부장 박정이 중장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천안함과 해군2함대 사이의 교신내용을 확인한 결과 사고 당일 오후 9시22분 이전 천안함과 관련한 이상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오후 9시19분 즈음에 천안함과 제2함대사령부 간에 교신이 있었다는 것을 (국제상선통신망 기록으로) 확인했다"며 "내용은 통상적, 일상적인 상호교신으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MBC가 공개한 문건 자체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천안함에서 최초로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오후 9시22분으로 밝히고 있는 군당국의 해명과는 상호 배치되는 것이다.

MBC "최초상황발생 9시 15분"... 실종자 가족 증언과도 일치

이런 의혹은 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상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고 당일 오후 9시 33분경이지만, 이 당시 유관기관으로부터 상황보고서 형태로 받은 문건에는 사고 발생시각이 9시 15분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더 커지고 있다.


또 실종된 한 부사관이 사고 당일 밤 여자친구와 32분 동안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 오후 9시 16분경 갑자기 중단됐다는 증언이 있고, 같은 시간에 실종 승조원이 "비상상황"이라며 휴대전화를 끊었다는 가족의 진술은 군당국이 고수하고 있는 사고 시각인 9시 22분보다 6~7분 이전에 모종의 이상상황이 천안함에서 일어나고 있었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휴대폰을 사용했던 승조원들이 이상 징후를 인지했다면 천안함 지휘부에서도 당연히 이를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천안함에서 이상이 발견된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것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사고 당시 군당국이 행한 초동조치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천안함의 함체에 어떤 결정적인 충격이 가해진 시간은 오후 9시 22분이 명확해 보이지만, 만일 알려진 사고 시각보다 6~7분 이전에 이미 이상상황이 감지되었고, 이것이 지휘계통을 통해 상부로 보고되었다면 46명이라는 대량 실종자가 발생한 데 대한 군당국의 책임의 경중도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MBC가 공개한 '최초 상황관련 일지'에는 제2 함대사령부가 오후 9시 15분을 최초 상황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 같은 판단 근거로 문건은 세 가지를 적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백령도 해병대 방공 33진지에서 최초로 폭음을 청취한 시간이 9시 16분이라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이 방공 진지는 사고발생 지점에서 6~7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거리에 따른 폭음을 고려한 시간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KNTDS(한국형 해군 전술지휘체계) 상에서 9시 22분에 천안함의 궤적이 소멸되기 시작했다는 기록을 들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제2함대사령부는 최초 상황이 최소한 오후 9시 22분 이전에 발생했다는 추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백령도 해안 초소에서 TOD(열영상감시장비)에 천안함이 녹화된 시각이 오후 9시 23분이라는 것을 들었다. 이때는 이미 천안함의 함미가 없어진 뒤였다.

문서상으로 볼 때 제 2함대사령부는 이 같은 세 가지 점을 종합해서 오후 9시 15분을 최초 상황 보고 시간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침몰은 9시 22분... 사라진 7분 동안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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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경 함선이 주변을 지나고 있다. (사진=옹진군청 제공) ⓒ 뉴시스


하지만 MBC가 공개한 문건은 "천안함 침몰 시각은 각종 판단을 고려할 때 밤 9시 22분이 가장 신뢰성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 근거로는 먼저 관할 부대장의 주장이 언급되었다. 백령도 방공 33진지에서 오후 9시 16분에 청취한 폭음이 천안함과 관련 있는지 부정확한 데다 공중폭음과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오후 9시 20분에 폭음을 청취한 초소가 침몰지점과 가깝고 초병이 TOD 화면에서 폭음을 청취한 뒤 사실을 전파하고 녹화를 시작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건은 이 두 가지 외에는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 9시 15분에 천안함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전날(3일) <MBC>가 보도한 상황일지는 군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문서 양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만, 군당국에서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MBC는 "전날 공개한 상황일지는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서 원본 내용을 다시 작성한 뒤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계함 침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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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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