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가 추모형식을 빌린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참가한 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
7일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보아씨의 말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해 가고 집회를 해산시키는 경찰들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촛불집회는 지난 3월 31일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매번 경찰들이 개입해 채 10분도 집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우리는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하자는 뜻으로 모였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인데 경찰들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참가자, 또 연행집회에 참가한 최민후씨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입을 틀어막으려 하지만 촛불 집회는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것"이라며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촛불로 의견을 표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 김유리씨는 "오늘 생존자 기자회견을 봤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며 "평소 물도 안 샜고, 물기둥도 없었다고 하던데 그러면 아무 이유 없이 배가 두 동강 난 거냐"고 말했다. 김씨는 "세 살짜리가 들어도 어이없다고 할 것"이라며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들이 집회를 막는다고 사람들이 안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4명이 10명이 되고 40명이 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마따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6일에는 4명만이 집회에 함께했지만 오늘은 25명 가량이 모였다. 오후 7시 20분, 서로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한 사람이 손바닥 두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스피커를 꺼내 키자 한 데 모였다. 스피커를 킨 사람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문화예술분과 송상훈 준비위원장이다.
처음 마이크를 든 송 위원장은 "엄숙하게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오늘 생존자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며 "남은 의혹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 측의 경고방송도 시작됐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미신고 야간 불법집회를 그만두라"며 "불법 집회 주최자는 영장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추모의 마음을 담은 숙명여대 학생의 노래가 끝나자 또 다시 경찰 측의 경고방송이 이어졌다. 경찰은 '미신고 옥외집회'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한국대학생문화연대 김영식 대표가 "4월 4일 촛불집회 때 <조선일보> 기자는 오지도 않았는데 집회 참가자가 '인민군'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냈다"며 말을 이어가는 순간 40명 가량의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집회를 시작한 지 10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추모한다고 잡아가는 게 대한민국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