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하단에서 외부 폭발한 듯... 파편 찾는 게 관건"

전직 해군고위관계자 "여전히 어뢰 공격 단정은 어려워"

등록 2010.04.15 20:18수정 2010.04.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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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백령도 인근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절단면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침몰 20일만인 15일 천안함의 함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단면은 심하게 훼손됐지만, 스크루와 밑바닥을 비롯해 전체적으로는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절단면의 왼쪽과 오른쪽 모두 심하게 어그러져 있었지만, 왼쪽이 그 정도가 더 심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성도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해군 최고위급 관계자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절단면 공개로 외부 폭발이라는 것은 분명해졌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로서는 그것이 북한의 어뢰인지, 기뢰인지 또는 우리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모두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예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닥을 샅샅이 뒤져서 파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절단면 공개 이후 힘을 받고 있는 버블제트 어뢰에 의한  피습 주장에 대해서는 "절단면이 좌현 절단부 하단에서 우현 상단부 쪽으로의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데, 버블제트 같으면 이런 방향성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15일에 전직 해군 최고위급 관게자와 전화로 한 인터뷰 전문.

"외부폭발에 의한 침몰... 항해 사고는 아니다"

- 일부가 가려지기는 했지만 천안함 절단면이 공개됐다. 스크루와 뱃바닥은 거의 파손이 없는데.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인 것은 분명해졌다. 배의 왼쪽 가운데 부분에서 안쪽으로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암초나 피로파괴, 새깅(Sagging, 배의 선수와 선미가 파도에 걸리면서 중간부분이 내려앉는 것)과 호깅(Hogging, 배의 선수와 선미가 공중에 뜨고 배의 아랫부분 중간에 파도가 걸리는 것) 현상에 의한 절단 등 항해사고는 아니다."

- 절단면이 공개된 뒤, 외부 폭발 중에서도 기뢰보다 어뢰를 원인으로 보는 목소리가 많아지는 것 같다.
"기뢰든 어뢰든 파손상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침몰 해역은 기뢰를 부설하기가 더 어려운 곳이다. 여전히 어뢰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조류가 매우 센 지역인데다, 당시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천안함 함미의 외부는 멀쩡한 편인데 비해 내부는 격실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파손이 심한 상태라고 한다. 이것으로 기뢰 타격인지 어뢰 타격인지를 가릴 수 있나.
"내부 파손이 크다는 것은 충격이 굉장히 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이걸 갖고 어뢰인지, 기뢰인지를 따지기는 어렵다."

-침몰원인을 좁혀 본다면.
"폭약에 의한 외부 폭발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이 북한의 어뢰인지, 기뢰인지 또는 우리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모두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단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닥을 샅샅이 뒤져서 파편을 찾아야 한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1950년대 소련제 파편이 나올 수도 있고, 미국제 폭뢰 파편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어뢰라면 몸체는 날아가도 스크루와 키, 연료통은 남는다. 특히 스크루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의 주장대로 자폭을 한 것이라도 분명히 흔적이 남을 것이다. 이런 것만 찾으면, 어느 나라에서 언제쯤 만든 것인지 알아낼 수 있다. 그냥 무쇠 갖고 만드는 게 아니라 제련하는 방식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간 문제이지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군이 침몰 원인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고 나가면 안 돼"

-절단면 공개 이후 버블제트 어뢰에 의한 피습 가능성 주장이 커지고 있는데.
"절단 부위의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찌그러졌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절단면이 좌현 절단부 하단에서 우현 상단부 쪽으로의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버블제트 같으면 이런 방향성이 나타나기 어렵다.

또 수심 30m해역에서 북한의 상어급, 유고급 잠수함으로 그렇게 정밀하게 작전하기 어렵다. 북한의 무기체계는 굉장히 조잡한 수준이다. 너무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극대화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북한개입설이 더 강하게 제기되는 분위기인데.
"아직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그렇게 단언하고 나가면 안 된다. 북한이 한 일이라고 해도, 교묘하게 발뺌하고 나올 것이다. 국제사회로 가져간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논란만 될 것이다. 이런 사건은 증거를 못 찾으면 영구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미군까지도 증거를 못 찾아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해도 전술적으로는 보복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군사적인 판단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천안함 #어뢰 #버블젯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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